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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라, 규칙 없음 - 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메이어

Netflix (출처: pixabay)

서문

당시에는 나도 잘 몰랐지만, 우리에게는 블록버스터에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절차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능률보다 혁신을 강조하며,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문화였다. ‘인재 밀도talent density’를 기반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직원들을 이끄는 데 초점을 맞추는 기업문화 덕분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맞춰 같이 변화를 모색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다르다. 우리의 문화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

 

비범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은 해고한다? 이러한 기업문화의 윤리적 옳고 그름은 차치하더라도, 경영 측면에서 볼 때 이 슬라이드는 형편없는 발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가 말하는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에도 위배된다. 에드먼슨은 저서 《두려움 없는 조직The Fearless Organization》에서, 혁신을 이루려면 사람들이 마음 놓고 꿈을 펼치고 자신 있게 발언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회사 분위기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바뀔수록 혁신은 더욱 활발해진다. 아마도 넷플릭스 직원 중에 에드먼슨의 책을 읽은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최고의 인재를 데려다 놓고, 남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두둑한 퇴직금’을 받고 쫓겨날 줄 알라며 겁을 주는 것이야말로 혁신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짓밟는 확실한 방법이 아닌가?

스스로 내린 판단을 실행에 옮길 때 거추장스러운 절차를 밟을 필요 없이 오히려 더 많은 자유를 갖게 되면, 직원들은 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회사도 책임을 묻기 더 쉬워진다. 그러면 상황에 더욱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고 더 즐겁고 의욕적인 분위기가 되어 민첩한 조직이 된다. 단, 이 정도로 자유로운 토대를 마련하려면 우선 두 가지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재 밀도를 구축하라

일반적인 회사들이 규정과 통제 절차를 마련하는 이유는, 일 처리가 미숙하고 프로답지 못하거나 무책임한 직원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애초에 이런 사람들을 채용하지 않거나 내보낸다면 그런 규정은 필요가 없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재들로 조직을 꾸리면 거추장스러운 통제 장치가 필요 없어진다. 인재 밀도가 높을수록 직원들에게 허용되는 자유는 더욱 커진다.

 

 

솔직성을 키워라

재능 있는 직원들은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나 예의만 강조하는 규정집은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피드백을 서로에게 제공하는 것을 막는다. 재능 있는 직원들이 피드백을 습관처럼 서로 주고받게 되면 일을 더 잘하게 되고 동시에 서로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게 되어, 통제는 크게 필요하지 않게 된다.

 

 

통제를 줄여라

우선 규정집부터 버려라. 출장 규정, 지출 규정, 휴가 규정 등은 없앨 수 있는 것들이다. 갈수록 인재의 밀도가 높아지고 피드백이 잦아지고 서로에 대해 솔직해지면, 승인 절차도 폐기할 수 있다. 그때 몇 가지 가이드라인만 주면 된다. 매니저에게는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이끌 것’, 평사원에게는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 것’ 등이다.

 

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할 것

잡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영국 버진 그룹 Virgin Group의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 경Sir Richard Branson의 만트라는 ‘A-B-C-D (Always Be Connecting the Dots, 항상 점을 이을 것)’였다고 한다. 그리고 브랜딩 전문가 데이비드 브라이어David Brier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는 인생의 점을 연결하는 방식에 따라 현실을 보는 법이 결정되고, 그 결과 결정을 내리고 결론에 도달하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내용의 매혹적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우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남이 해왔고 지금도 하는 방식을 답습하여 점을 연결한다. 이렇게 하면 현상 유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가 점들을 다른 식으로 연결하는 순간,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1. 자유와 책임의 문화로 가는 첫 단계

다양한 동료들이 모인 직장 (출처: Unsplash)

1장_ 비범한 동료들이 곧 훌륭한 직장이다

재능 있는 사람들은 서로 능률을 높인다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는 인재 밀도가 높은 회사라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확인했다.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사람은 인재 밀도가 전체적으로 높은 환경에서 특히 제 실력을 발휘한다.

 

우리 직원들은 서로에게 더 많은 것을 배웠고, 각 팀은 성과를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올렸다. 그 때문에 개인의 의욕과 만족도가 커졌고, 회사 전체로 봐도 더 큰 성과를 올렸다.

 

탁월한 인재 5명과 평범한 사람 2명이 함께 있으면 그 팀은 평범한 팀이 된다. 왜일까?

  • 매니저의 기운을 빼 최고의 성과를 내지 못하게 만든다.
  • 그룹 토의의 질을 떨어뜨려 팀의 전반적인 IQ를 낮춘다.
  • 사람들이 싫어할 일을 하게 만들어 능률을 떨어뜨린다.
  • 남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직원을 회사에서 나가게 만든다.
  • 평범한 사람도 받아준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재능 있고 협동심이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모든 직원이 뛰어나면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가 의욕을 불어넣어 성과는 수직으로 상승한다.

 

성과는 전염성이 강하다

펠프스 교수는 우선 팀원들이 재능이 뛰어나고 아는 것이 많아도, 그중 1명이 엇나가는 행동을 할 경우 팀 전체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 달 동안 수십 차례 거듭된 실험에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성과가 무려 30~40% 뒤처졌다.

 

우리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거나 본보기가 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은 해고하게끔 매니저들을 훈련시켰다. 나는 로비의 안내요원부터 고위 임원진에 이르기까지,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서도 협동 능력이 탁월한 직원들로 넷플릭스를 채우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첫 번째 점

빠르고 혁신적인 직장은 소위 말하는 ‘비범한 동료들’로 구성된다.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가지고 있는 비범한 동료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창의력이 남다르며 중요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이 첫 번째 점이 확실하게 자리 잡지 않으면, 다른 원칙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1장 요약

  • 리더로서 당신의 첫 번째 목표는 직장에 비범한 동료들로만 채워진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 비범한 동료들은 중요한 일을 능숙하게 처리한다. 또한 놀라울 정도로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다.
  • 심사가 비뚤어졌거나 게으르거나 착하긴 한데 성과는 별 볼 일 없거나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끼어 있으면, 팀의 전반적인 성과가 저하된다.

 

 

솔직한 피드백이 중요하다 (출처: pixabay)

2장_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라

직원들 모두가 자기 생각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게 독려했다. 단, 상대를 공격하거나 마음 상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선의를 가지고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후 자신의 감정과 의견,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한 것이다.

 

뒤에서 수군거릴 게 아니라, 당당히 마주 보면서 자신의 의견이나 상대방에 대한 피드백을 명확히 전달하면, 책략이나 은밀한 소통이 줄어들고 업무를 더욱 빨리 처리할 수 있다. 나는 그러한 사실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들을수록 사람들은 더 잘하게 되고, 이와 같은 그들의 변화가 하나의 기업으로서의 우리 성과를 더욱 높였다.

 

높은 성과 + 사심 없는 솔직함 = 대단히 높은 성과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 사람들이 내 견해를 지지하지 않을 것 같다.
  •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
  • 내키지 않는 논쟁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
  • 동료들의 비위를 거스르거나 화를 돋우고 싶지 않다.
  • ‘비협조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싫다.

 

우리는 솔직한 것을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기를 바란다)

비판을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누가 조금이라도 안 좋은 이야기를 하면, 누구나 민감해져서 상대의 의도를 의심하고 화부터 내게 된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인간의 두뇌는 신체적인 위협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싸우거나 달아나는 반응fight-or-flight reaction을 보이는데, 혈류로 호르몬이 분비되고 대응 시간이 빨라지며 감정이 격해진다.

 

인간의 두뇌는 매우 강력한 생존 기계인데, 그런 두뇌가 구사하는 가장 성공률이 높은 생존 기법은 수적으로 안전을 찾으려는 욕구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집단적 거부의 신호를 경계한다.

 

이와 달리 ‘긍정적’ 피드백은 두뇌를 자극하여 옥시토신을 분비시킨다. 옥시토신은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일 때 행복감을 느끼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정직하고 상호 발전적인 피드백보다 그저 칭찬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진실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이해한다. 2014년에 컨설팅업체인 젠거포크먼Zenger Folkman은 약 1,000명의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 결과 칭찬이 기분 좋은 피드백이긴 하지만 잘못을 지적해 주는 피드백이 긍정적 피드백보다 그들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힌 이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3배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긍정적인 피드백이 그들의 성공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피드백 루프, 솔직한 문화 조성

피드백 루프는 성과를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툴이다. 피드백을 협업 방식의 일환으로 꾸준히 활용하면, 사람들은 더 빨리 배우고 더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피드백은 오해를 피하게 해주고 공동의 책임감을 조성하며 위계와 규정의 필요성을 줄인다.

 

솔직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누군가가 요구할 때만 피드백을 주어라’. ‘칭찬은 공개적으로 하고 비판은 사적으로 하라’와 같이 오래전부터 당연하게 여겨졌던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어야 한다.

 

넷플릭스에서는 간혹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더라도 서로 성공할 수 있게 도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올바른 환경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접근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도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했다.

나는 먼저 훨씬 더 어려운 쪽을 택할 것을 추천한다. 즉 직원들이 상사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게 하는 것이다. 상사가 주는 피드백은 그다음이다. 솔직함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직원이 먼저 상사에게 진심 어린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임금님에게 벌거벗었다고 말하라

넷플릭스 매니저들이 솔직한 피드백을 제시하라고 직원들의 등을 떠밀 때 사용하는 첫 번째 기법은, 평소에 부하직원과 일대일로 만날 때 피드백을 제시하게 정하는 것이다. 부하직원에게 피드백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린다. 피드백을 첫 번째 안건이나 마지막 안건으로 정해, 운영 전반에 관한 논의와 별개의 항목으로 다룬다. 상사인 자신에게 피드백을 제시하게끔 부하직원을 독려한 다음, 원하면 자신도 피드백을 제시한다.

 

《컬처 코드The Culture Code》의 저자인 대니얼 코일Daniel Coyle은 그런 신호를 가리켜, ‘당신은 당신의 피드백 때문에 이곳에서 더욱 중요한 멤버가 되었다’ 또는 ‘당신은 내게 솔직했다. 그로 인해 우리의 관계가 위험해지는 법은 없을 것이다. 당신이야말로 여기서 일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주는 메시지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직원이 상사에게 피드백을 줄 때 리더들이 ‘소속 신호’를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목소리에 감사의 뜻을 담거나 상대방에게 물리적으로 가까이 다가서거나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 같은 사소한 제스처도 소속 신호가 될 수 있다.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고 말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그런 용기에 관해 언급하는 식의 적극적인 제스처도 좋은 소속 신호다. 소속 신호의 기능은 ‘지금 우리는 안전한가? 우린 앞으로 이들과 어떻게 될 것인가? 보이지 않는 위험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와 같이 오래전부터 인간의 두뇌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라고 코일은 설명한다.

“이보게, 브라이언. 평판이 나빠질까 봐 피드백을 제시하지 못하고 미적거린다면 그날이 바로 넷플릭스를 떠나야 하는 날이야. 우리가 자네를 고용한 건 자네 의견을 듣기 위해서야.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생각을 내게 솔직하게 말할 의무가 있는 거라고.”

 

상사는 하급자에게 피드백을 요구만 할 게 아니라,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브라이언에게 가르쳤듯이). 그다음 피드백을 받으면 소속 신호로 응답한다. 테드가 그 친구의 어깨에 손을 얹은 것처럼.

 

솔직한 분위기를 조성할 때 위험한 부분이 있다. 고의적이든 우연이든 그렇게 하다 보면, 방식이 잘못되어 엉뚱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드는 직장 내 솔직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두 번째 단계를 개발했다.

 

 

4A 피드백 지침

  1.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피드백은 용납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상대방 개인이나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납득시켜야 한다.

  2.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은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회의장에 있는 다른 나라 출신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교수님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게 전달될 겁니다.”

  3. APPRECIATE(감사하라)

    누구나 반사적으로 자존심이나 체면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니 피드백을 받으면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자제하고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고언을 신중하게 듣고, 열린 마음으로 그 의미를 짚어보며, 수세를 취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4.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어떤 피드백이든 일단 듣고 생각해 봐야 한다.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되,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상대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을 특히 힘들어한다. 대부분의 경우 적당한 순간이나 상황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다. 따라서 팀에 솔직한 문화를 주입하려면 세 번째 원칙이 필요하다.

 

피드백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하라

남아 있는 한 가지 문제는, 피드백을 언제 어디서 줄 것인가이다. 답은 간단하다. 언제 어디서든 주면 된다. 상대방을 조용한 장소로 불러서 문을 닫고 사적으로 피드백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린은 기조연설 도중 3~4명의 팀원이 모여 있는 곳에서 넷플릭스의 첫 번째 피드백을 받았다. 이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40명이 모인 곳에서 큰소리로 받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해서 큰 도움이 된다면 말이다.

 

사심 없는 솔직함과 똑똑한 왕재수 짓을 구분하라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집단은 모험을 즐긴다. 이런 인재들은 실제로 대단하다는 칭찬을 많이 듣고 늘 선망의 시선을 받아 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만큼 똑똑하지 못한 사람의 아이디어에는 핀잔을 주고, 누군가가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할 때 눈살을 찌푸리며, 재능이 떨어진다 싶으면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들은, 똑똑한 왕재수들이다.

 

솔직함에서 비롯되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 제아무리 똑똑해도 의미가 없다. 능률적인 팀워크를 조성할 때도 이들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커진다. 똑똑한 왕재수들은 조직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 있다. 동료들의 면전에서 급소를 찌른 다음 한마디 툭 던지는 것이다. “그냥 솔직해지고 싶었어.”

 

솔직한 문화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말하려면 4A 피드백 지침을 신중히 지켜야 한다. 상대방의 기분도 헤아려야 한다. 그러려면 피드백을 주기 전에 꼼꼼히 따져보고 준비도 단단히 해야 할 뿐 아니라, 책임을 맡은 사람들로부터 모니터링과 코치도 받아야 한다.

 

그는 제가 똑똑한 왕재수 짓을 했다며 비난하지 않았고, 오히려 물었어요. “1) 회사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들 생각인가? 2) 좀 더 품위 있는 방법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는 없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정해져 있죠. 그가 저더러 “당신은 똑똑한 왕재수야!”라고 말했다면 아니라면서 발끈했겠지만, 대신 설의법을 사용함으로써 스스로 답을 생각하고 아울러 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시간을 주었던 겁니다.

 

2장 요약

  • 솔직한 문화가 조성되면 일을 잘하는 사람을 더욱 탁월한 인재로 만들 수 있다. 솔직한 피드백이 잦아지면 팀과 회사의 업무 속도와 능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 정식 회의에 피드백 시간을 마련하여 사람들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라.
  •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직원들을 지도하되, 4A 피드백 지침을 지키게 하라.
  • 리더로서 부하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자주 요구하고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소속 신호를 보내라.
  • 솔직한 문화를 도입하기 전에 똑똑한 왕재수부터 솎아내라.

솔직한 분위기가 정착되면, 상사는 더 이상 부하직원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일일이 지적할 필요가 없다. 어떤 행동이 회사에 유익하고 어떤 행동이 해로운지에 대해 공동체 전체가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게 되면, 상사는 더 이상 부하직원의 업무처리 방식을 감시하지 않아도 된다.

 

 

3-1장_ 휴가 규정을 없애라

요즘 같은 정보 시대에 중요한 것은 어떤 성과를 내는가이지, 몇 시간을 근무하는가가 아니다. 넷플릭스처럼 창의성을 중시하는 회사의 직원이라면 특히 그렇다. 나는 직원들이 몇 시간 동안 일하는지에 관해서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다.

 

“우리는 주말에도 온라인으로 일하고, 집에서도 엉뚱한 시간에 이메일에 답장합니다. 그런가 하면 개인적 용무로 남들이 열심히 일하는 오후에 일찍 퇴근할 때도 있죠. 그렇다고 누가 몇 시간 일했는지 아무도 확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1년에 며칠 휴가를 썼는지는 따지는 거죠?”

 

휴식은 사고의 폭을 넓혀주어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하던 일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시도 때도 없이 일에만 매달려 있으면 신선한 눈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없다.

 

우선은 모든 유급직원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휴가를 쓰게 허락했다. 사전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고, 휴가를 가는 당사자나 매니저 모두 며칠을 떠나 있는지 따지거나 확인하지 않게 했다. 몇 시간 자리를 비울지, 하루를 빠질지 1주일을 빠질지 한 달을 떠나 있을지도 당사자가 정하기로 한 것이다.

 

리더부터 과감한 휴가로 솔선수범하라

만약 CEO가 휴가를 2주만 쓴다면, 직원들은 무제한 휴가 규정이 말뿐인 자유라고 생각할 것이다. 무제한 휴가 규정에도 상사가 휴가를 2주만 쓴 걸 보면, 차라리 애초에 그보다 많은 3주를 휴가기간으로 정해주길 바랄 것이다. 규정이 없을 때 사람들은 주로 상사나 동료들이 내는 휴가기간을 보고 자신의 휴가를 결정한다. 따라서 휴가 규정을 없애려고 한다면, 모든 리더가 상당 기간 휴가를 낸 후 다녀와서도 휴가에 관해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규정이 없으면 사람들은 ‘엄격하지 않은 제약’의 허용 범위를 알아내기 위해, 부서에 있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눈치로 살피게 된다.

 

“며칠 더 일하거나 덜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치열하게 꾸려나가는 것이 중요하죠. 일만 잘하면 여기선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휴가 규정을 없앨 때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팀원들이 자유를 남용하여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몇 개월씩 자리를 비우게 될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팀워크에도 문제가 생기고, 사업에도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순조롭게 휴가 규정을 없애려면, 두 번째 조치가 필요하다.

 

직원들이 행동할 수 있게 맥락을 정하고 보강하라

명문화된 규정이 없으면, 매니저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적절한 허용 범위를 팀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 디렉터는 팀원들을 불러 모아놓고 어느 달에 휴가를 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설명했어야 한다. 1월에는 누구도 휴가를 낼 수 없다고 잘라 말했어야 한다.

 

맥락을 정할 때는 매니저가 좀 더 명확하게 말할수록 좋다. 그 회계부의 디렉터는 이렇게 말하면 된다. “사무실을 한 달간 비우려면 적어도 3개월 전에는 미리 알려줘야 합니다. 5일 정도 휴가라면 한 달 전에 얘기해도 좋아요.”

 

책임질 자유를 주라

직원에게 휴가를 가고 싶은 대로 가라고 하면, 하늘이 무너질 줄 알았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예외가 있다면 사람들의 만족도가 조금 올라간 것 같았고, 3주 연속 주당 80시간씩 일한 뒤 브라질 아마존의 야노마니 부족을 찾아가는 것처럼, 조금 별나게 자유를 만끽하는 직원들이 있는 정도다.

 

인재 밀도가 높았기에, 우리 직원들은 이미 양심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었다. 솔직한 문화가 정착되었기에, 누군가가 제도를 역이용하거나 주어진 자유를 남용하기라도 하면, 주변 사람이 이를 지적해 상황을 바로잡았다.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면,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게 되어 더욱더 책임 있게 행동한다. 내가 패티와 함께 ‘자유와 책임, 즉 F&R’이라는 말을 만든 것도 그때였다. 우리에게는 이 두 가지 모두가 필요하지만, 사실 하나를 가지면 나머지 하나는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자유는 내가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책임의 대립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는 책임을 향해가는 통로다.

 

3-1장 요약

  • 휴가 규정을 없앨 때는 사전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평사원이든 매니저이든 모두 얼마 동안 휴가를 쓸지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설명하라.
  • 휴가로 몇 시간 자리를 비울지, 아니면 하루나 1주일 또는 1개월 동안 자리를 비울지는 직원 스스로 정한다.
  • 휴가 규정을 없애면 인원이 비는 자리가 생길 것이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상사가 팀에 부여하는 맥락이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직원들이 어떤 식으로 휴가를 배분할지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 상사가 휴가를 쓰는 방식은 하나의 모범이 되어 직원들의 적절한 행동에 중요한 지침이 된다. 휴가 규정이 따로 없어도 상사가 휴가를 가지 않으면 아예 휴가가 없는 사무실이 되고 만다.

 

 

3-2장_ 출장 및 경비 승인을 없애라

나는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인재가 이렇게 한심한 규정을 고치는 데 아까운 두뇌를 써가며 시간을 축낸다는 느낌을 받지 않길 원했다. 그런 짓이야말로 혁신적인 직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창조적 기운을 확실히 사그라뜨리는 방법이었다.

 

마침 얼마 전에 휴가 규정을 없앤 터라, 나는 새로운 통제 절차를 마련하려는 시도에 반대했다. 직원을 제대로 뽑고 경영진이 확실하게 모범을 보이고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면, 규정이 없어도 회사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했다. 배리도 내 생각에 동의했지만, 직원들에게 회삿돈을 현명하게 쓰는 법을 가르치려면 명확한 맥락을 정해야 한다는 점을 내게 상기시켰다.

 

나는 직원들에게 회삿돈을 아껴 쓰라고 말하는 정도만 하자고 제안했다. 무언가를 구입할 때는 자기 돈을 쓸 때처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첫 번째 지출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회삿돈을 내 돈처럼 생각하고 쓰라

하지만 지켜보니 모두가 내 마음 같지는 않았다. 지출 성향도 사람마다 너무 달라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LA에서 멕시코까지 항공편으로 이동할 때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것은,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에 있을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LA에서 뉴욕까지 야간 항공편으로 이동할 때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것은, 넷플릭스에 득이 될 것이다. 불편한 여행으로 탈진하여, 중요한 순간 또렷하지 않은 정신으로 웅얼거렸다간 일을 그르칠 테니까.

 

희한하고 놀랍게도, 넷플릭스의 출장 관련 경비 지출 방식은 무인판매대 실험과 아주 다르다. 예상만큼 재미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걱정스럽지도 않다. 그것은 첫 단계에 주어지는 맥락과 마지막 단계에 이루어지는 확인 절차 때문이다. 직원들은 회삿돈을 쓰는 방법을 각자 정할 만큼 많은 자유를 보장받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인 자유가 아니라는 걸 부인할 수도 없을 것이다.

 

첫 단계에서 맥락을 정한 후, 마지막 단계까지 지출을 감시하라

"돈을 쓰기 전, CFO인 나와 당신의 상사 앞에서 특정 항공기 좌석 등급이나 호텔, 전화 통화 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런 선택이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된다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면 물어볼 필요 없이 그것을 택하여 예약하면 됩니다. 그러나 설명할 때 어딘가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면, 상사와 의논한 다음 좀 더 저렴한 방식을 선택하세요."

 

이것이 내가 말하는 ‘전 단계 맥락context at the front end’이다. 자신의 선택을 상사에게 설명하는 상상을 해보라는 데이비드의 말은 단순한 가상 연습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지출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당신의 선택을 ‘정말로’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재무팀에서는 잘못된 지출을 근절하기 위해 각 부서에 두 가지 절차를 제시한다. 매니저들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둘을 조합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F&R의 정신을 강조하는 것이다. 두 번째 선택은 선별적 전수조사를 받는 것이다.

 

F&R 정신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할 경우, 이렇게 진행된다. 매달 마지막 날에 재무팀은 지난 몇 주 동안 받은 모든 영수증 리스트의 링크를 각 매니저에게 보낸다. 매니저는 내역을 클릭한 다음 쭉 훑어 내려가며 부하직원이 지출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한두 번이라도 맥락을 확실하게 짚어주면, 대부분의 직원이 신중하게 판단하여 현명하게 돈을 쓴다. 게다가 매니저가 자신이 쓰는 경비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돈을 물 쓰듯 하지는 못할 것이다.

 

선별적 전수조사를 받을 각오가 되어 있는 매니저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다. 번거롭게 영수증을 들여다볼 필요 없이 회계부에 맡겨 과도한 지출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런 사례가 적발되면, 해당 직원은 그날로 짐을 싸야 한다.

 

"저는 직원들이 쓴 지출 내역서를 절대 보지 않겠지만, 대신 재무팀에서 해마다 매년 경비의 10%를 무작위로 골라 감사한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분명히 일러두었습니다. 그들이 검소하게 행동하고 회삿돈을 신중하게 쓸 것으로 믿습니다. 만약 재무팀이 뭔가 부정한 증거를 찾아내면 그 직원은 즉시 해고될 겁니다. 이는 단순한 위협이나 경고가 아니에요. 그것은 ‘자유를 남용하려면 나가라’라는 메시지입니다. 그 사람은 하나의 본보기가 되겠죠."

 

속이는 사람이 있어도, 실보다는 득이 많다

넷플릭스에서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지출 중 가장 큰 건, 아마 출장 시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면서 나가는 비용일 것이다. 우리는 비즈니스석 이용에 관한 제한 규정 여부를 놓고 여전히 고민 중이다. 하지만 고위 매니저들은 지금 그대로를 좋아한다. CFO였던 데이비드 웰스는 정식 결재 시스템이 있을 때에 비해 출장비용이 약 10% 올라갔다고 추산했지만, 리드 헤이스팅스는 말했다. 그 10%는 그에 따른 이득에 비하면 그렇게 크지 않다고.

 

큰 이득: 자유롭고 빠르고 검소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좀 더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분위기에서 돈을 좀 더 쓰게 되더라도, 그 대가는 직원이 마음껏 날 수 없는 직장이 치르게 될 대가보다 크지 않다는 것.

 

"발을 동동 구르며 울상을 짓고 있는데, 우리 팀의 막내 엔지니어인 닉이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사님.” 닉은 먼저 저부터 안심시켰어요. “제가 다 손을 써 놨습니다. 지난밤에 들어와 보니 TV가 사라지고 없더군요. 이사님께 전화하고 문자를 넣어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요. 그래서 트레이시에 있는 베스트바이Best Buy로 차를 몰고 가서 같은 기종을 사다가 오늘 아침에 테스트해 봤어요. 가격이 2,500달러이긴 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절하겠더군요. 2,000 하고도 500달러라니! 상상해 보세요. 말단 엔지니어가 무슨 재량권이 있다고 승인도 없이 그 큰돈을 쓴단 말입니까? 그런데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제가 거쳤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나 휴렛패커드HP나 다른 회사였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죠."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그런 자유 덕분에 그는 회사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유가 지출 정책을 없앰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혜택은 아니다. 두 번째 혜택이 있다. 절차가 없으면 일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는 사실이다.

"전 절차에 따라 지출승인 요청서를 HP 조달 시스템에 제출했습니다. 그다음 전 과정을 훑어봤어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서명을 받아야 할 사람이 20명이더군요. 내 상사, 내 상사의 상사, 내 상사의 상사의 상사뿐 아니라 잘 모르는 이름 10여 명이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있는 우리 회사 조달부에 버티고 있더라고요."

 

생각해 보자. 매달 이런 장애물을 처리하는 데 힘을 빼는 수백, 아니 수천 명의 제니퍼 때문에 조직의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절차는 경영진에게 업무를 장악하고 있다는 기분을 선사하겠지만, 일의 속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유와 속도가 혜택의 전부는 아니다. 세 번째는 더욱 놀라운 혜택으로, 지출 정책을 없앨 경우 오히려 지출을 덜 하는 사람도 생긴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 점

우선 휴가와 출장 및 경비 규정을 없애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이런 규정과 승인 절차가 사라지면, 회사가 직원들이 각자의 생활을 통제하고 알아서 제대로 일을 처리할 것으로 믿고 있다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다. 회사가 그런 신뢰를 보일 때 직원들의 책임감은 더욱 강해져, 회사 구성원 모두의 주인의식이 한층 강화된다.

 

3-2장 요약

  • 출장 및 경비 규정을 없앨 때는, 매니저가 첫 단계에서 돈을 쓰고 마지막 단계에서 영수증을 확인하는 방식에 대한 맥락을 정해주어야 한다. 씀씀이가 너무 심하면 맥락을 알려주는 횟수를 늘려라.
  • 상사가 경비를 통제하지 않으면 회계부가 나서서 매년 일정량의 영수증을 감사해야 한다.
  • 직원들이 제도를 악용한다 싶으면 그들을 해고한 뒤, 그 내역을 공개하라. 탁월한 능력을 갖춘 사람도 예외가 되면 안 된다. 그래야 무책임한 행동의 결과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다.
  • 자유를 허락하면 비용이 증가하는 부분도 생긴다. 그러나 지출이 조금 늘어도 자유가 주는 이득만큼 대가가 큰 것은 아니다.
  • 자유가 허락되면 업무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돈을 지출해야 할 경우 실무자가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 물품 주문이나 구매 청구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행정 비용만 없어도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다.
  • 대부분의 직원은 자유가 주어지면, 규정이 있을 때보다 더 자제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그들을 믿는다고 말해주면, 그들도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입증해 보일 것이다.

혁신적 성향을 가진 독불장군 유형의 직원들은 좀 더 진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쉽게 떠났다. 남기로 한 사람들은 익숙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선호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규정을 고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트리스턴과 장거리 달리기를 하던 도중, 나는 문득 퓨어 소프트웨어의 직장 분위기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빤한 환경이 되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바보들이나 일하고 싶어 하는 그런 환경이 된 것이다(정말로 바보들이 일한다는 뜻은 아니다. 비유적인 표현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우리는 규정과 절차를 늘리지 않고, 다음 두 가지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1. 인재 밀도를 높일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려면, 매혹적인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
  2. 솔직한 문화를 강화할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통제를 없애려면, 직원들이 관리 감독 없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조직이 좀 더 투명해져야 하고, 회사 기밀도 없어야 한다.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일반 직원들도 수뇌부만큼이나 회사가 돌아가는 형편을 잘 알아야 한다.

 

 


2. 자유와 책임의 문화로 가는 다음 단계

4장_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하라

"넷플릭스는 달라요. 우리가 활동하는 운동장은 온통 ‘탁월함’이라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곳에는 모두 베스트 플레이어뿐이에요. 이들이 모인 자리에는 번뜩이는 재기와 아이디어로 불꽃이 튀죠. 이들은 서로 도전하고 치열한 논쟁을 사양하지 않아요."

 

베스트 플레이어, 록스타 (출처: pixabay)

록스타처럼 대우하라

나는 록스타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베스트 프로그래머의 가치는 보통 수준의 능력을 갖춘 프로그래머의 10배 정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100배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어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사직을 맡게 되어 빌 게이츠와 함께 일할 기회를 가졌을 때, 빌은 그 이상이라고 했다. 그가 한 이야기 중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 있다. “위대한 선반공은 평범한 선반공보다 임금을 몇 배 더 받는다. 그러나 위대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는 평범한 프로그래머보다 1만 배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

 

위대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개념적 패턴을 본다. 그들은 유연한 사고로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들여다볼 줄 알기에, 생각이 막히면 밀고 당기고 흔들어 저 너머에 있는 절묘한 해결책을 찾아낸다. 바로 이것이 창의적인 일에 요구되는 능력이다.

 

넷플릭스 운영 분야에는 직책이 많지 않다. 우리의 업무는 대부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처리해야 할 사람의 능력에 의존한다. 창의적 분야에서 베스트 플레이어는 평균보다 10배 이상의 일을 해낸다. 최고의 홍보 전문가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고객을 수백만 명 더 끌어들일 묘안을 생각해 낸다.

 

운영 관련 직책에는 시장의 평균 수준에 맞춘 보수를 지급하기로 했다. 아무리 잘해도 한계가 분명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는 직책에는 보통 수준의 직원 수십 명을 데려올 수 있는 보수로 베스트 플레이어 1명을 데려와,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하기로 했다.

 

보너스는 유연성에 좋지 않다

“그래요, 리드. 대단한 일은 맞아요. 우리 팀도 굉장한 일을 해냈고요. 하지만 신규 가입 고객은 계산에 넣으면 안 돼요. 사실 그건 이제 의미가 없는 숫자예요.” 그녀는 수치를 들먹이며 계속 설명했다. 지난 분기에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였지만, 이제는 늘어난 고객의 이탈을 막고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하마터면 레슬리의 보너스를 엉뚱한 기준과 연계시킬 뻔했다.

 

이런 보너스 방식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어느 때든 한 번 정한 목표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목표라는 전제가 성립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러니 빠른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넷플릭스에서 1월에 정한 목표를 이루었다는 명목으로 12월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당장 급한 목표가 아닌 이미 과거지사가 된 목표에 초점을 맞추게 될 위험이 있다.

 

베스트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성공을 갈망하기 때문에, 보너스가 코앞에 보이든 말든 목표를 향해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다. 내가 즐겨 인용하는 말 중에는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의 CEO였던 존 크라이언John Cryan의 푸념이 있다. “나는 내 근로 계약서에 보너스 조항이 왜 들어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누가 어느 날 어느 해에 돈을 더 주거나 덜 준다고 해서 더 열심히 일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미 약속하지 않았는가?” 자신의 연봉 값을 하는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연구진들은 MIT로 실험 장소를 옮겼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숫자를 더하는 등 어느 정도의 인지 능력이 필요한 과제와 키보드를 얼마나 빨리 두드릴 수 있는지 알아보는 기능적 과제를 주고, 600달러와 60달러 두 가지 보너스를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기능성을 요구하는 과제에서는 예상대로 보너스가 효력을 발휘하여, 높은 금액을 제시받은 학생들이 낮은 금액이 걸린 학생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초보적 인지력을 요구하는 과제에서는 인도에서 행한 실험과 마찬가지로, 고액을 제시받은 학생들의 성적이 더 낮게 나왔다.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우선 마음이 자유로워야 한다.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올려 큰돈을 받아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면, 최고의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가능성이 존재하는 ‘열린 인지 공간open cognitive space’에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제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큰 보수를 보장받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변한다. 집안일이나 생활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로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때는 창의성이 떨어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에는 성과에 따른 보너스가 아니라, 두둑한 연봉이 좋다.

 

흔히들 보너스를 제시하지 않으면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울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그 반대였다. 우리가 최고의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경쟁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급해야 할 돈을 모두 연봉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최고 수준 유지하기

연봉심사 기간이 되었을 때 웬만한 회사들은 직원의 시장가치를 보는 게 아니라, ‘인상 풀raise pools’과 ‘급여밴드salary bands’를 참조해, 인상 폭을 정한다.

 

"저는 넷플릭스에서 꽤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후로도 계속 큰 성과를 올렸기에 1년 뒤 연말 연봉심사 기간에 또 한 번 큰 폭의 인상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마티아스는 다시 한번 저를 놀라게 만들었어요. 그때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당신의 성과는 굉장했어요. 당신이 우리 팀에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다만 당신이 하는 일과 관련된 시장엔 별다른 변화가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연봉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어요.” 잠깐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생각해 보니 공평한 처사 같았어요. 마티아스는 이를 수긍할 수 없다면 제가 맡은 직책에 관한 현재의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를 가지고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왜 회사들은 여전히 평범한 인상 시스템을 따르는 걸까? 회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인상 풀과 급여밴드는, 사람들이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고, 개인의 시장가치가 몇 달 사이에 크게 치솟을 일이 없던 시절에나 통하는 방식이라는 게 리드의 주장이다. 그런 조건은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이 직장을 얼마나 자주 바꾸는가? 경제 환경은 또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가?

 

자신이 데리고 있는 직원 각자에 대한 업계 최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이며,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이를 알려면 1년 내내 상당 시간을 따로 할애하여 잘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과 그들의 부하직원이 얼마의 연봉을 받고 있는지와 같은 거북한 질문을 해야 한다.

 

상사가 조사하든 직원이 직접 조사하든, 두 방법 모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절차도 매우 번거롭다.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인맥 안에서 일일이 전화를 걸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해야 한다. “지금 얼마나 받고 계세요?”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직원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겠는가?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에서는 직원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비용 효율이 높다. 필요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주고 요구하기 전에 인상해 주며 다른 직장을 물색하기 전에 연봉을 올려주는 것이, 다음 해 또 그다음 해 시장에서 최고의 인재를 데려와 계속 붙들어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처음부터 조금 더 지급하는 것이 사람을 빼앗긴 다음에 빈자리를 채워 넣는 것보다 훨씬 돈이 덜 든다.

 

연봉을 낮추는 것은 인재 밀도를 단기간에 떨어뜨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급여 총액에 여유가 없다면, 차라리 몇 사람을 내보내 인재 밀도를 높이는 편이 나은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직원의 연봉을 낮추지 않고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리크루터에게서 전화가 오면 "얼마를 주실 건가요?"라고 물어라

"저는 직원들에게 이렇게도 말합니다. “자신이 속한 시장을 파악하고 《1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 이상으로 가는 관문》을 읽은 다음, 가서 리크루터들을 만나세요. 각자의 분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리크루터의 명단을 줄 테니까요. 전 넷플릭스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갖길 원해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우리 회사에 눌러앉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일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다른 회사를 선택할 능력도 있는 겁니다. 선택할 마음이 있다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일하는 것이 자기가 선택한 것이어야지 덫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모든 직원에게, 리크루터에게서 전화가 오면 당당히 받고 연봉 수준을 알아낸 후 그 정보를 우리에게도 알려달라고 고지했다. 또한 패티는 데이터베이스를 따로 개발하여 직원들이 전화와 인터뷰를 통해 알아낸 자료를 누구나 입력할 수 있게 조치했다.

 

우리는 모든 매니저에게 직원들이 찾아와 경쟁사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다고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 전에 연봉을 인상해 주라고 말했다. 어떤 직원을 잃기 싫다면, 그 사람의 시장가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알아내어 그에 따라 알맞은 금액을 인상해 줘야 한다.

 

"다른 회사와의 인터뷰를 허락하지 않으면, 몰래 나가 그쪽과 얘기해 본 다음 우리에게 붙들 틈도 주지 않고 떠날 겁니다. 제가 직원들에게 마음 놓고 인터뷰에 응하라고 얘기하기 1개월 전, 저는 절대로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중견 간부 한 사람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이미 다른 일자리를 수락한 다음, 저를 찾아와 떠나겠다고 통보했죠. 저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어요. 넷플릭스에서 하는 일이 정말 마음에 들지만, 그쪽에서 40%나 많은 연봉을 제시했다는 말을 하는데, 아차 싶더군요. 그 사람의 시장가치가 그 정도 올랐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미리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줬을 텐데! 제 부하직원들이 다른 회사와 상담해 보기를 바라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단, 공개적으로 하고 그렇게 해서 얻어낸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죠."

 

네 번째 점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할 여유가 없다면, 그보다 못한 사람을 몇 명 내보내 그 돈으로 최고를 붙들어라. 그렇게 하면 인재 밀도는 더욱 높아진다.

 

4장 요약

  • 일반적인 회사들이 직원을 충원하는 방법은, 창의적이고 인재 밀도가 높은 직장에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 창의적인 업무와 운영 업무를 구분하라. 창의적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는 시장 최고의 대우를 하라. 적당한 수준의 직원을 10명 채용하는 것보다 아주 뛰어난 직원 1명을 앉히는 편이 낫다.
  • 성과 기반의 보너스를 제공하지 말라. 그런 자원은 연봉에 포함하라.
  • 직원들이 네트워크를 만들고 시간을 내 자신이나 팀의 시장가치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도록 교육하라. 직원들이 리크루터의 전화를 받거나 다른 회사와 인터뷰하게 될 수도 있다. 그에 따라 연봉을 조정하라.

회사가 왕성한 의욕과 분명한 자기 인식, 절제력을 갖춘 남다른 책임감을 가진 직원들로 가득 차면, 그때부터 전에 없던 많은 양의 정보와 중요한 정보를 대폭 공개할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비밀에 부쳐지는 그런 정보들 말이다.

 

 

5장_ 모든 것을 공개하라

슬레피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신뢰에 금이 가는 문제와 관련된 비밀이 전체의 47%이고, 거짓말이나 금전적인 부정행위에 관한 비밀은 60% 이상이며, 직장에서의 불만이나 어떤 종류의 은밀한 관계 혹은 절도와 관련된 비밀이 대략 33%다. 이런 비밀들은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어야 할 내용이어서 스트레스나 근심, 중압감, 외로움, 낮은 자존감 등 심리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비밀은 또한 생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비밀을 숨기는 것보다 그렇게 숨긴 비밀을 생각하는 데 2배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한다.

 

SOS (Stuff Of Secrets)

중요한 것이든 사소한 것이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리더부터 정보를 공개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그렇게 할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이것을 ‘선샤이닝sunshining’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렇게 밝은 햇볕에 온몸을 드러내듯, 가능한 한 많은 것을 공개하려고 노력한다.

 

우산을 치워라

잭은 고급 엔지니어부터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직급이 낮은 직원들까지 회사의 재무 보고서를 읽고 파악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그는 고등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들에게도 손익계산서 보는 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사실 손익계산서는 고등 교육을 받은 웬만한 회사의 부사장급들도 파악하기 어려워한다. 또한 잭은 회사의 운영 및 재무에 관한 자료를 매주 모든 직원에게 제시하여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그들이 회사의 성공에 어떤 식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알게 했다. 결과가 어땠을까? 직원들은 더욱더 열정과 책임감을 갖고 잭이 바라는 것 이상으로 회사에서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게 되었다. 이 회사는 40년째 이 같은 방법을 통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 잭이라는 사람은 직원 각자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배경에 놓인 여러 가지 사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그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었습니다. 나 역시 잭처럼 회사를 운용하고 싶습니다. 나는 우리 직원들이 넷플릭스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 넷플릭스의 ‘일부’라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누군가가 넷플릭스에서 일하게 된다면, 절대 그 사람의 머리 위에 우산을 씌우지 않을 것이다. 그가 비를 맞게 되더라도.’

 

막상 회사의 기밀을 공개하고 나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성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직원들이 더욱 현명해진 것이다. 고위 중역들만 접할 수 있던 정보를 말단 직원에게도 알려주면, 그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여 일을 더욱 능률적으로 하게 된다. 정보를 캐묻고 승인을 구하는 절차를 없애고 나니, 업무 처리의 속도도 현격히 빨라졌다. 그들은 상부의 견해를 물을 필요 없이, 적시에 필요한 결정을 내렸다.

 

투명성은 우리 직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것으로 회사가 믿는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상징적 개념이 되었다.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준 신뢰는 그들로 하여금 주인의식과 헌신, 책임감을 갖게 한다.

 

2014년 3월, 회사 기밀 자료를 내려받은 콘텐츠 구매 디렉터가 이를 가지고 경쟁사로 옮겨갔다. 결국 문제가 터졌고, 우리는 소송 문제로 꽤 오랜 기간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직원 하나가 우리의 신뢰를 악용한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사례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는 투명성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더욱 굳게 보여줘야 한다. 소수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다수를 문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과 상자를 뒤엎어라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없다. 다른 부서로 발령되거나 다른 사무실로 전근될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변화는 불안하고 때로 스트레스가 된다. 물론 확실치 않은 일을 미리 알리면 너무 걱정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능률도 떨어질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른 곳에 일자리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 일로 사과 상자를 뒤엎을 것인가?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당당히 나아가 사과 상자를 흔들어라. 부딪혀서 멍들 수도, 상자에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일단 상황이 진정되고 나면 직원들은 당신을 더욱 신뢰할 것이다.

 

"넷플릭스는 직원들을 까다로운 정보도 충분히 다룰 줄 아는 성숙한 인격체로 대합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렇게 되면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식과 지지를 끌어낼 수 있죠. 퀴즈 시나리오 2번에 대한 제 대답은 c), 즉 사실대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펄쩍 뛰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당신이 솔직하다는 점은 인정할 겁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

 

종합하여 넷플릭스는 투명성을 하나의 지침으로 삼았다. 그렇다고 고지식하게 원칙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나는 구글 독스Google Docs를 내 직계 부하직원 6명에게만 공개한다. 여기에는 무엇이든 적을 수 있다. 가령 “아이라의 성과가 조금 걱정되는군요” 같은 말도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문 경우다. 일반적으로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공개하여 지지를 구한다.

 

돌려치기는 당구장에서나 할 일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나 다른 직원 혹은 조직에 관해 말할 때, 실제보다 더 좋게 보이려고 메시지를 슬쩍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왜곡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정도다. 우리는 종종 사람들의 판단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하기 위해 사실을 선별적으로 알리면서, 좋은 면은 과장하고 부끄러운 면은 축소하는 방법으로 ‘돌려 말한다.’

 

돌려 말하기는 사실을 왜곡할 때 쓰는 가장 흔한 수법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렇게 하지 말라. 부하직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신이 아무리 돌려 말해도 그들은 모두 눈치챈다. 그리고 당신을 협잡꾼으로 생각한다. 좋지 않은 상황을 그럴듯하게 꾸미지 말고, 항상 솔직하게 말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사실만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 누군가를 내보내야 하는 이유를 밝힐 때도, 지나치게 솔직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발표할 것인가는 회사 고유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서 정할 일이다. 아울러 떠나는 사람의 체면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우리 매니저들에게 할 수만 있다면 투명하게 하라고 권하지만, 아울러 또한 다음과 같은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게끔 하라고 당부한다. “다른 직원에게 보낼 이메일을 떠나는 당사자에게도 떳떳하게 보여줄 수 있는가?”

 

2017년 가을, 우리는 몰랐지만 매니저 중 하나가 알코올 중독 문제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한동안 용케도 술을 끊었지만 출장 중에 또다시 술을 입에 댔고, 결국 돌아오자마자 재활원에 들어가야 했다. 그의 팀원들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사적인 문제라면 투명성을 요구하는 조직의 윤리보다는 프라이버시를 지킬 개인의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무조건 투명한 노선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돌려 말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가 개인 사정으로 2주 동안 결근하게 되었다고 모두에게 알렸다. 상세한 내용을 말하느냐 안 하느냐는 그가 결정할 문제였다.

 

잘한 일은 작은 목소리로, 실수는 큰 목소리로

내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있는 그대로를 사람들에게 말한다. 리더가 실수를 ‘선샤이닝’하면 사람들은 ‘아!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도 과감하게 모험을 선택한다. 이는 회사 전반의 과감한 혁신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도움을 청하면 더 배울 수 있다. 실수를 인정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리더가 실패한 사례를 공개하면 직원들은 더욱 용기를 갖고 모험하게 된다.

리더나 롤 모델의 미덕은 겸손이다. 성공했을 때는 조그맣게 얘기하거나, 스스로 말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라. 하지만 실수했을 때는 직접 분명하고 큰 소리로 말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알고 당신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게 하라. ‘잘한 일은 작은 소리로, 실수는 큰 소리로’ 말하라.

 

실수 효과는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도 평소 인상이 좋았던 사람에겐 그 실수가 오히려 그 사람의 매력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반면, 그 반대인 사람에겐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인상이 더욱 안 좋아지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리드의 조언과 이런 실험 결과들을 종합하여 요약하자면, 이렇다. 유능하고 팀원들의 호감을 얻은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선샤이닝’할 때 오히려 더 큰 신뢰를 받게 되고, 그래서 더욱더 큰 모험을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력이 입증되지 않거나 신뢰받지 못하는 리더는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공개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유능함부터 입증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5장 요약

  • 투명한 문화를 조성하려면 먼저 상징적인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폐쇄적인 사무실, 경호원처럼 행동하는 비서, 비밀번호로 잠가둔 공간 등을 없애라.
  • 직원들에게 사실을 모두 공개하라. 그들에게 손익계산서를 보는 법을 설명하라. 민감한 재무 정보와 전략을 전 직원과 공유하라.
  • 구조조정이나 일시 해고 등 직원들의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결정을 할 때는 미리 직원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라.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괜한 걱정을 끼칠 수도 있지만, 그런 부정적인 면보다는 리더에 대한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
  • 투명성과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충돌할 때는 다음 지침을 따르면 된다. 직장 내에서 일어난 일과 관계된 정보일 경우엔 투명성을 선택해 사태의 전말을 솔직하게 공개하라. 직원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일 경우엔 회사가 공개할 권한이 없다고 말한 후, 궁금하면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게 하라.
  • 능력이 이미 입증된 사람의 경우는 자신의 실수를 당당히 말해도 오히려 호감도와 신뢰도가 올라가기에, 조직을 혁신하는 데 유리하다. 그리고 조직의 모든 리더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권할 수 있다.

 

 

Netflix에서는 스스로 베팅한다 (출처: Unsplash)

6장_ 어떤 의사결정도 승인받을 필요가 없다

나는 일반적인 의사결정 피라미드의 위험성을 직감했다. 나는 상사이기 때문에 내가 아무렇지 않게 제시하는 의견도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영화의 DVD를 얼마나 주문할 것인가도 그렇지만, 넷플릭스에서 매일 이루어지는 많은 실무적 결정에도 내 판단이 가장 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상사는 직원들의 결정을 승인해 주거나 거부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막고 성장을 더디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매니저가 마뜩잖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면 실천에 옮기라고 떠민다. 우리는 매니저가 부하직원이나 누군가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알아보지 못해 뒤로 제쳐놓기를 원하지 않는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라.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CEO나 고위 임원들이 사업의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욱 좋아진다는 낭설이다. 사람들은 애플의 아이폰이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성에 찰 때까지 모든 부분에 시시콜콜 개입한 덕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잘못 알려진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톱다운 방식top-down models을 흉내 내지 않는다. 우리는 회사 내의 모든 직원이 각자 판단에 따라 의사를 결정할 때 가장 빠르고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에서는 누구나 좋은 의사결정 근육을 키우기 위해 애를 쓴다.

 

우리의 ‘분산된 의사결정 모델dispersed decision-making model’은 넷플릭스 문화의 초석이고, 우리가 그렇게 빠르게 성장과 혁신을 거듭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자신이 내린 결정의 모든 맥락을 공개하는 순간, 기초공사가 끝납니다. 승인은 필요 없어요. 당신에게 달렸죠. 당신의 결정."

 

자신이 세운 계획에 대한 권한을 많이 가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를 품게 된다. 직원들에게 할 일을 정해주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물론 부하직원들의 결정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사가 부하직원의 결정을 꼼꼼히 검토하지 않을 때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넷플릭스에서 마시는 것

우리 직원들은 유능하지만, 회사에 올 때는 롤러블레이드 레인 설치를 생각하는 사람만큼이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한다. 그리고 우리 직원들도 그 의류소매업체 직원들만큼이나 바쁘다.

 

차이가 있다면, 직원들에게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자유를 허락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뽑은 다음 그들에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할 자유를 주면, 혁신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우리의 활동 무대는 창의력을 중시하는 시장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큰 위협은 오류가 아니라, 혁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위험은 우리 고객들을 만족시킬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못해 부적격자로 낙인찍히는 것이다.

 

더 많은 혁신을 이루길 원한다면, 팀원들에게 상사의 비위를 맞출 생각을 하지 말고 사업을 진척시킬 방법을 찾으라고 교육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셰일라가 했던 바로 그런 식으로 상사에게 도전하라고 격려하라. “반대하시는 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어요. 틀림없이 잘 될 거예요. 그래도 제 결정을 번복하고 싶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동시에 리더들에게 그런 결정을 기각하지 않게끔 교육하라. 오랜 경험에 비추어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어도 자제해야 한다.

 

우리는 ‘베팅’이라는 비유를 즐겨 사용한다. 베팅 비유를 통해 직원들은 자신을 기업가로 생각하게 된다. 기업가는 실패를 통해 성공을 획득한다. 카리도 그렇고 앞서 소개한 파올로의 사례도 넷플릭스에선 흔한 일상이다. 우리는 모든 직원이 확신하는 일에 베팅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길 바란다. 상사나 다른 사람들이 시원치 않은 아이디어라고 여겨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베팅했지만 소득이 없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문제를 바로잡고 그로 인해 얻은 교훈을 논의한다. 이런 창의적인 사업에서는 빠른 복구가 가장 좋은 모델이다.

 

베팅 전후에 취해야 할 조치

“베팅하다 보면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런 개별적인 성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성과는 칩을 활용하여 사업을 얼마나 진척시켰는지 그 칩의 전반적인 운용 능력에 따라 평가받습니다. 넷플릭스에서는 베팅을 잘못했다고 쫓아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큰일을 벌일 수 있는데도 칩을 사용하지 않거나, 잘못된 판단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에만 쫓겨납니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상사의 승인을 받으라고 하지 않아요. 하지만 맥락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후 모든 선택지를 알고 있어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자유가 주어졌다고 중요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면, 그것은 일단 형편없는 판단이 될 확률이 높다.

 

넷플릭스 혁신 사이클

꼭 실현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다음 사항을 따라야 한다.

  1. 이의 제기를 장려하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2. 빅 아이디어는 테스트를 거쳐라.
  3. 정보에 밝은 주장으로서 베팅하라.
  4. 성공하면 축하하고, 실패하면 선샤이닝하라.

 

이의 제기를 장려하거나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는 리더의 말을 따르고 리더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말컴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여객기 사고는 기장이 그릇된 결정을 내렸을 때 부기장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해서 일어났다고 밝힌다. 중요한 순간에 함부로 나서는 것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인간의 성향이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나나 넷플릭스의 다른 모든 직원이 적극적으로 다른 견해를 찾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이의 제기 장려’라고 부른다. 넷플릭스에서는 일반적으로 절차를 짧고 간단하게 줄이려고 애쓰지만, 이 특별한 원칙은 너무 중요해서 여러 가지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다른 의견을 받기 위한 조치였다.

 

제안할 안건이 있는 직원은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수십 명의 동료로부터 견해를 구하는 공용 메모장을 만든다. 그러면 그들은 그 직원의 전자서류 여백에 코멘트를 남긴다. 당연히 모두 볼 수 있다. 이들 코멘트만 간단히 훑어봐도 지지나 반대가 어느 정도인지 느낌으로 금방 안다.

 

경우에 따라 아이디어를 제안할 직원은 공용 스프레드시트를 작성하여 직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한다. 그곳에 자신의 아이디어에 관한 설명이나 논평과 함께 -10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겨 달라고 직원들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사람들이 제시하는 이견의 강도를 명확히 파악하여 논의를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것은 투표도 민주주의도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숫자를 합산하고 평균을 구해서는 안 된다. 이 스프레드시트는 그저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일 뿐이다. 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 같은 방법으로 사람들의 솔직한 피드백을 수집한다.

 

‘이의 제기 장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수록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문화를 더욱 쉽게 조성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회사 차원의 의사결정의 질은 더욱 좋아진다. 이것은 어느 문화권에서든 어떤 규모의 기업에서든 마찬가지다.

 

아니면,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공유는 일종의 ‘이의 제기 장려’이지만 이의 제기보다는 장려하는 쪽을 강조하는 절차다.

 

빅 아이디어는 테스트를 거쳐라

넷플릭스가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른 점은, 책임자들이 아이디어에 철저히 반대해도 테스트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다운로드 서비스를 늦게 제공한 이유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바로 그런 사례다.

 

2015년에 비행기에 탑승했다면, 넷플릭스 프로그램이 보고 싶어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스마트폰 같은 기기에 콘텐츠를 내려받는 방법이 없었으니까. 넷플릭스는 오직 라이브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 CPO였던 닐 헌트는 다운로드 서비스에 반대했다. 규모가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프로젝트인 데다, 인터넷 상태가 원활하지 않은 곳에서도 스트리밍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핵심 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가는 곳마다 인터넷이 없는 곳이 드물고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다운로드의 필요성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 틀림없었다.

 

"우리는 인도와 독일에서 사람들을 만나, 다운로드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인도에서는 유튜브 이용자들을 만났고, 독일에서는 유튜브와 비슷한 플랫폼인 워치에버Watchever 사용자들과 인터뷰했고, 미국에서는 다운로드를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 사용자들을 인터뷰했죠.

인터뷰 결과, 미국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사용자 중 15~20%가 다운로드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리드가 추산한 1%보다는 크게 높지만, 그렇게 높은 비율은 아니었죠.

인도는 유튜브 사용자의 70% 이상이 다운로드 기능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단한 비율이었죠! 대부분은 이렇게 답했어요. “전 출·퇴근에 90분이 소요됩니다. 카풀로 출근하는데 매일 그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죠. 이곳 하이데라바드는 스마트폰 스트리밍이 너무 느려요. 그래서 보고 싶은 건 전부 다운로드해서 봅니다.” 미국에서는 듣기 힘든 대답도 있었습니다. “사무실은 인터넷 속도가 빨라서 스트리밍이 잘 되지만, 우리 집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보고 싶은 건 사무실에서 다운받아 저녁에 집에서 보고 있어요.”"

 

정보에 밝은 주장으로서 베팅하라

이의 제기를 장려하라.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그리고 테스트하라. 이렇게 말하면 합의를 모으는 과정처럼 들리겠지만 그렇지 않다. 집단은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그러나 넷플릭스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누구나 일을 하면서 필요할 때 동료에게 손을 내밀지만, 일을 진척시킬 때는 누구의 승인도 받지 않는다. 우리의 4단계 혁신 사이클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탕으로, 개인이 결정하는 과정이다.

 

모든 중요한 결정에는 항상 ‘정보에 밝은 주장informed captain’이 있다. 많은 정보를 취합한 후 그 일을 책임지고 추진하는 당사자를 말한다.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이끄는 주장에게는 의사결정의 완전한 자유가 있다.

 

"계약서는 부서장이나 부사장이 아니라, 그 계약에 자기 일의 명운을 건 사람이 주도하고 서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게 되니까요. 저도 그 계약서의 내용을 확실히 봤습니다. 그러나 카미유는 자신이 주도한 프로젝트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카미유가 한 일이지 제 일이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의 정신적 자산을 투자했어요. 저는 카미유가 계속 그렇게 하기를 바랍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정보에 밝은 주장이 되었을 때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다. 실제로 이런 자유를 맛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들어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디에고처럼 편안함보다는 부담감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 역시 적응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법을 배운다.

 

성공하면 축하하고, 실패하면 선샤이닝하라

축하하는 법은 정하게 나름이다. 무엇보다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당신이 반신반의하고 심지어 부정적인 의견을 냈는데도, 고집을 꺾지 않고 밀어붙인 셰일라의 뚝심을 드러내 칭찬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적인 자리에서 하면 더욱 좋다. “자네가 옳았어! 내 생각은 틀렸고!” 이처럼 상사의 의견에 부하직원이 제동을 걸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전 직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실패한 직원이 있다면, 당신이 이렇게 반응하길 권하고 싶다.

  1. 그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라.
  2. 그 일로 수선을 피우지 말라.
  3. 그녀에게 실패를 선샤이닝하라고 요청하라.

 

그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라

실패한 프로젝트는 성공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단계다. 나는 1년에 한두 번 모이는 제품 미팅에서 모든 매니저에게 지난 몇 해 동안 그들이 시도한 베팅을 간단한 양식으로 작성해서 설명하라고 요구한다. 양식은 세 가지다. 성공한 베팅, 실패한 베팅, 판단이 보류된 베팅. 그런 다음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각의 베팅을 평가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울 점을 찾아낸다.

무엇보다 그런 과정은 또한 넷플릭스에 새로 들어온 직원들이 일을 그르쳤을 경우 자신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일에 익숙해지도록 돕는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일로 수선을 피우지 말라

성과를 내지 못한 베팅을 두고 법석을 떠는 것은, 앞으로 모험 따위는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경고와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당신이 말로만 분산 의사결정을 말할 뿐, 실제로는 그런 방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실패한 모험을 숨기지 말고 백주에 다 드러내라고 말합니다. 이를 가리켜 ‘선샤이닝’이라고 하죠. 저는 리더들이 자신의 실수를 낱낱이 고백하는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에 제 실패를 선샤이닝할 뿐 아니라, 요란한 플래시 세례도 사양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좋아요. 재미있군요. 다들 그 점을 명심합시다.” 리드는 그렇게 말을 맺으며 이어 물었어요. “자, 그 프로젝트는 그렇게 끝났고, 그럼 다음 발표는 뭐죠?”

 

리드가 보인 반응은 직원의 혁신적인 사고를 부추길 수 있는 ‘유일한’ 리더의 반응이다. 베팅이 실패했을 경우 매니저는 핵심 내용에 관한 관심을 신중하게 밝히되, 질책은 삼가야 한다. 그날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마음에 담았다. 첫째, 베팅했다가 실패할 경우 CEO는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물을 것이다. 둘째, 뭔가 큰일을 시도했다가 성과를 내지 못해도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직장에서 쫓겨나는 일도 없다.

 

실패를 선샤이닝하라고 요청하라

직원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실패 사례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래야 직접 베팅을 시도해 볼 용기가 생긴다. 실패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아니고는 혁신적인 문화를 기대할 수 없다.

 

넷플릭스 사람들은 실패한 베팅을 선샤이닝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자초지종을 솔직하게 밝히는 공개 메모를 쓰도록 권하고, 거기에서 얻은 교훈을 첨가하게 한다.

 

한 사람이 실패 사례를 선샤이닝하면, 모두가 승자가 된다. 사람들은 그 사람이 자기의 실수를 솔직하게 말하면서 그 행동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며 신뢰하게 되므로 그 사람 역시 승자가 된다. 그의 팀도 실패로 귀결된 프로젝트의 결과에서 분명 무언가를 배웠을 테니 역시 승자가 된다.

 

6장 요약

  • 빠르고 혁신적인 회사에서, 중요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결정에 대한 소유권은 위계상 높은 사람이 아닌, 여러 직급의 모든 직원에게 분산되어야 한다.
  • 분산된 의사결정권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직원들에게 넷플릭스의 원칙을 가르쳐야 한다.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 들지 말라.'
  • 새 직원이 들어오면 베팅할 수 있는 칩을 몇 개 확보하라고 말하라. 성공하는 베팅도 있고 실패하는 베팅도 있을 것이다. 한 직원의 성과는 그가 베팅한 결과의 집합으로 평가될 것이다. 한 가지 사례의 결과가 아니라.
  • 직원들이 좋은 베팅을 할 수 있도록 이의 제기 장려와 아이디어 공유, 대대적인 테스트를 적극적으로 권하라.
  • 베팅이 실패했을 때 공개적으로 선샤이닝하게 하라.

 

 


3.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강화하는 법

7장_ 키퍼 테스트

우리가 최고의 사람들을 뽑고 그들이 또 최고의 사람들을 뽑고 그렇게 계속 뽑는다면, 그 최고의 사람들이 대단한 일을 해낼 것이다. 테드는 이를 가리켜 ‘선발의 위계hierarchy of picking’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높은 인재 밀도 위에 세워진 넷플릭스 인력의 실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아무리 신중하게 사람을 뽑아도 잘못 채용할 수 있고, 그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도 있으며, 그래서 변화를 주어야 할 때도 있다. 최고 수준의 인재 밀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인재 밀도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더 힘든 조치를 습관화해야 한다. 즉 대단한 사람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좋은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다.

 

가족은 '성과'와 관계없이 함께하는 집단이다

사랑과 성실함이 가족의 전부는 아니다. 가족은 서로 조금 못나도 봐주고, 엉뚱한 짓을 하거나 변덕을 부려도 참아준다. 오랫동안 서로 헌신하고 의지하고 지지해 왔으니까. 누구 한 사람이 못되게 굴고 자기 몫이나 책임을 다하지 못해도,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무마할 방법을 찾는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모두가 끈끈하게 뭉쳤으니까. 그것이 바로 가족이다.

 

Netflix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다 (출처: Unsplash)

가족에서 팀으로

2001년 대량 해고 사태 이후 성과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본 우리는, 가족이라는 말이 높은 인재 밀도를 지향하는 직장에 어울리는 비유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직원들이 끈끈한 유대감으로 회사에 헌신하면서 자신을 더 큰 전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직원들이 이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길 바라지 않았다. 직장은 어떤 사람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고, 그 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가 마련된 그런 마법 같은 기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더는 직장에서 배울 것이 없거나 자신의 탁월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자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

 

나는 넷플릭스의 모든 매니저가 자신의 부서를 최고의 프로팀처럼 운영하길 바란다. 헌신적이고 끈끈한 동지애로 뭉친 팀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니저들이 각 포지션에 최고의 선수를 앉히는 데 필요한 힘든 결정을 계속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가지고 있다.

 

프로스포츠팀은 높은 인재 밀도의 좋은 비유다. 프로팀의 선수들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 뛰어난 기량이 요구된다. 그래서 매니저들은 필요한 때 모든 자리를 최고의 인재들로 채워야 한다.
  • 이기는 팀이 되도록 훈련받는다. 그래서 감독과 다른 선수들이 경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래서 제일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결과가 시원치 않으면, 매니저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그를 내보내고 다른 선수로 교체한다.

 

성과가 뛰어난 팀은 협업 능력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남다르다.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 하는 일과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기량이 뛰어난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면 놀라운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이기심을 자제하고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언제 공을 패스할지 알아야 하고, 동료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해야 하며, 팀이 이길 때만 내가 이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넷플릭스에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문화다.

 

이기는 팀에 속하는 것을 중시하는 사람은 우리 문화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최고의 기량으로 멋진 경쟁을 펼치는 팀을 지향하는 한편, 동료들과 깊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서로를 돌본다.

 

키퍼 테스트

당신이 새뮤얼을 내보내고 좀 더 일을 잘하는 사람을 데려온다면, 회사가 더 좋아지겠는가? 그들이 “그렇다”고 답하면, 그때가 바로 다른 사람을 찾을 때라는 확실한 신호다.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장 그에게 퇴직금을 주고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라.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 할 사람을 말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하키팀을 생각해 보자. 어떤 선수를 팀에서 내보내는 것은 애석하지만, 팬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팀을 강하게 만들 배짱과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이었다고 칭찬할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누군가를 내보낼 때도 우리는 그런 반응을 바란다. 회사에서 누군가가 나가도 우리는 여전히 친구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다.

 

키퍼 테스트는 매우 현실적인 도구다. 그래서 우리 회사 모든 직급의 매니저가 이런 테스트를 수시로 활용한다. 나는 내 상사인 이사회 임원들에게 나 역시 특별한 대우를 받을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두었다. 그들은 내게 문제가 생기면 지체 없이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힐 것이다. 더 유능한 CEO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 자리는 즉시 대체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분기 때마다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내 자리에 어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 일깨운다. 그리고 누구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나 자신을 꾸준히 계발하려고 애쓴다.

 

Q. 놀라운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타당한가?

넷플릭스는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 따라서 모두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최고의 역할을 할 경우에 한해서 계속 활동할 수 있다는 협약을 맺는다. 그들은 우리 회사가 빠르게 변신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남다른 성과를 기대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일하기로 작정한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높은 인재 밀도를 유지하는 정책을 알고 선택했다. 우리는 우리의 전략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직원들은 그런 탁월한 수준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거워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약간의 직업적 위험은 기꺼이 감수하는 편이다. 장기간 안정을 보장해 주는 직업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넷플릭스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직원을 해고할 경우 우리는 그게 누구든 퇴직금을 두둑하게 지급한다. 다른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책임질 수 있게 말이다. 누군가를 내보낼 때마다 우리는 여러 달 치의 월급, 그러니까 적게는 4개월 치부터 부사장의 경우 9개월 치의 월급을 지급한다.

 

적당히 일해도 퇴직금은 후하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어떤 직원을 내보내기로 마음먹으면, ‘성과향상계획서Performance Improvement Plan , PIP’라는 것을 제출하게 한다. 다시 말해, 그를 내보내기로 한 매니저는 몇 달 동안 그 직원과 매주 토론을 벌여 그 내용을 기록하고, 그가 피드백을 받았음에도 만족할 만큼 개선된 부분이 없다는 것을 기록으로 입증해야 한다. 사실 PIP를 해도 몇 주 동안에 해당 직원의 업무 능력이 향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PIP는 그저 해고를 지연시킬 뿐이다.

 

우리 넷플릭스에는 솔직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직원들은 매일 피드백이라는 부담을 안고 생활한다. 따라서 해고될 사람은 그 전에 이미 업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사안을 주기적으로 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직원을 채용할 때 나중에 후한 퇴직금을 받으려면 회사를 상대로 고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약정에 서명하도록 요구한다. 거의 모두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적지 않은 돈을 받고 다음 일자리를 찾는 데 집중할 수 있다.

 

PIP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누군가를 4개월짜리 PIP에 투입하면 그 4개월 동안 자격 미달자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하고, 그의 직속 상사와 인사팀은 그 과정을 시행하고 기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길고 지루한 PIP에 자본을 쏟아붓기보다, 그 돈을 나가는 사람에게 퇴직금으로 내주면서, 일이 이렇게 되어 유감스럽지만 다음에 하는 일은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해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Q. 넷플릭스에서는 직원들이 자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치열한 내부 경쟁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최악의 사례가 소위 말하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구성원들의 성과를 수치화해 층을 쌓듯 서열화하는 인사평가 제도-옮긴이)’이다. ‘활력 곡선vitality curve’이라고도 하고, 쉬운 말로 ‘랭크앤양크Rank-and-Yank’라고도 부른다.

 

이 방법을 사용한 최초의 CEO는 아마도 잭 웰치Jack Welch일 것이다. 그는 GE에서 매년 직원들의 순위를 매겨 하위 10%의 직원을 내보내는 식으로, 성과를 높게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스택 랭킹은 협업을 가로막고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망가뜨린다.

 

우리는 매니저들에게 키퍼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정해진 비율에 해당하는 직원을 해고하거나 순위를 매기는 짓은 하지 않는다. 랭크앤양크나 ‘몇 %를 내보내야 한다’와 같은 방식은 거부한다.

 

넷플릭스 팀의 자리에는 정해진 수가 없다. 우리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경기에 몇 명까지 뛸 수 있다는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팀에 뛰어난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과도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성과를 많이 낼수록 우리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더욱 성장할수록 명단에 포함될 포지션도 늘어날 테고. 포지션의 수가 늘어날수록 유능한 인재가 활동할 공간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Q. 키퍼 테스트는 분명 인재 밀도를 높이지만, 아울러 직원들의 걱정거리를 만든다. ‘조금 신경 쓰인다’부터 팀에서 내쳐질까 봐 ‘가끔은 무섭다’라는 반응까지 걱정의 수위도 다양했다. 리드, 당신은 직원들의 이 같은 두려움의 문화를 완화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가?

 

즉각적인 키퍼 테스트

첫째는 ‘즉각적인 키퍼 테스트Keeper Test Prompt’다. 마르타와 데릭과 같은 걱정을 가진 직원에게는 가능한 한 빨리 이런 절차를 활용하라고 권한다. 그러면 상황은 어김없이 좋아진다.

 

상사와 일대일로 말할 기회가 있을 때 이렇게 묻는 것이다. “제가 일을 그만둔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저를 붙잡으실 건가요?” 상사의 답을 들으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사후 Q&A

동료가 해고됐다는 말을 듣게 되면, 직원들은 당장 궁금한 게 하나 생긴다. 그 사람이 그 전에 충분한 피드백을 받은 걸까? 아니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회사의 결정일까?

 

무언가 난감한 일이 발생했을 때 최선의 대응법은 모든 사람이 그 문제를 공개적인 차원에서 극복할 수 있도록 해당 사건을 밝은 곳에서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기왕 벌어진 일을 ‘선샤이닝’하기로 했다면,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해야 집단의 두려움이 사라진다.

 

하루의 해고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은 오전 10시에 회의실에 모였어요. 20명 정도의 인원이 커다란 원탁에 둘러앉았죠. 모두 말이 없었어요. 짐은 하루가 두각을 나타냈던 부분과 힘들어한 부분을 상세히 열거하고, 왜 그가 더는 그 자리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는지 설명했습니다.

 

마지막 총계

같은 기간에 넷플릭스의 자발적 이직률은 꾸준히 3~4%를 유지해 왔다. 이는 평균 1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로, 넷플릭스를 떠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비자발적 이직률은 8%로, 평균 6%에 비해 넷플릭스에서는 2%가 더 해고되는 셈이다. 결국 넷플릭스의 전체 연간 이직률은 11~12%다. 이 분야의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다.

 

7장 요약

  • 매니저들이 부하직원의 성과를 엄격히 관리할 수 있도록 키퍼 테스트의 활용법을 숙지하게 하라. '부하직원이 다른 회사로 가서 비슷한 일을 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붙잡겠는가?"
  • 스택 랭킹 시스템을 피하라. 그런 시스템은 내부 경쟁을 과열시켜 협업 분위기를 해친다.
  • 성과를 높이는 문화에는 가족보다 프로 스포츠팀이란 개념이 더 가깝다. 투철한 헌신과 결속, 동료애를 키울 수 있도록 매니저를 교육하고, 아울러 괴롭더라도 끊임없이 모든 직책에 최고의 선수를 채우도록 하라.
  • 누군가를 내보내야 할 일이 생기면, PIP에 투입하기보다 후한 퇴직금을 주어 내보내라. PIP는 개인적으로도 치욕일 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도 더 큰 비용이 든다.
  • 성과 위주 문화에는 직원들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런 문제는 직원들에게 매니저와 즉각적인 키퍼 테스트를 사용하게 권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제가 일을 그만둔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저를 붙잡으실 건가요?"
  • 직원을 내보낸 뒤에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그간 사정을 설명한 뒤, 그들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라. 그렇게 하면 자신이 다음 차례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줄이는 한편, 회사와 매니저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8장_ 피드백 서클

치과에 가는 것

우리 회사가 솔직함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고,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관계가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에서는 이런 원칙을 지키기가 그리 쉽지 않다. 넷플릭스에 들어온 지 1년이 되어가는 디렉터와 일대일 미팅을 하면서 나는 이를 실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처음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저더러 피드백을 많이 받게 될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껏 피드백이라고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솔직하다는 것은 치과에 가는 것과 같다. 아무리 매일 양치질을 해도 칫솔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 열심히 해도 관리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솔직해지라고 수시로 말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나도 의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마련되어 있으면 중요한 피드백이 나오리라고 확신한다.

 

이름을 밝힌 360도 서면 평가

360도 서면 평가를 처음 실험할 때는 우리도 다른 회사들과 같은 방식으로 이를 운용했다. 피드백을 받고 싶은 사람들을 몇 명 선택하면, 그들이 익명으로 리포트를 작성해서 해당 항목에서 1부터 5까지 중 점수를 매긴 다음 코멘트를 남기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그저 등을 두드려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피드백을 남길 수 있도록 세 가지 코멘트를 사용했다. ‘시작하세요.’ ‘중단하세요.’ ‘계속하세요.’

 

세 번째 해에는 모두가 자기의 이름을 밝혔다. “한결 좋아졌어요.” 레슬리는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솔직하게 피드백을 준 사람의 책상으로 곧장 걸어가 그와 얘기를 나누었어요. 저는 이런 식의 토론이 실제 360도 서면 평가서에 적힌 내용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레슬리와 리드를 포함한 경영진들은 피드백에서 익명을 포기했지만, 솔직하지 않다는 인상은 남기지 않았다. 레슬리는 그것이 “넷플릭스가 이미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 솔직한 문화를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넷플릭스에는 직원들이 코멘트를 업무 중 하나로 여기게 되면서, 피드백의 질이 한층 높아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지금 넷플릭스는 매년 360도 서면 평가라는 문서화된 피드백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코멘트를 남기도록 요청한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서로 5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라고 하지 않는다. 이를 연봉 인상이나 승진 혹은 해고와 연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지, 그들을 정해진 평가의 틀에 넣어 분류하려는 게 아니다. 또 크게 개선된 부분이 있다. 직속 부하직원이나 일선 매니저 혹은 의견을 청한 몇몇 팀원들뿐 아니라, 조직의 어느 지위에 있는 누구에게나 피드백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최소한 10명, 평균적으로는 30명이나 40명 정도에게 피드백을 준다. 나는 2018년에 71명으로부터 코멘트를 받았다.

 

무엇보다 360도 서면 평가는 중요한 논쟁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는 내가 받은 코멘트를 직속 부하직원과 체계적으로 공유하고, 그들 역시 자신이 받은 피드백을 팀원들과 공유한다. 이렇게 하면 투명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투철해질 뿐 아니라, 역 책임reverse accountability이 형성되어, 팀원들도 상사의 문제점을 용기 내어 지적하게 된다.

 

자신의 서툰 부분을 솔직하게 지적한 코멘트가 있으면, 더욱 공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분명하고도 실질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전혀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된다.

 

라이브 360도 평가

2010년에 넷플릭스는 많은 성공 사례를 통해, 우리만의 360도 서면 평가 제도를 안착시켰다. 그러나 회사의 전반적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취했던 여러 가지 조치를 생각한다면 시스템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경영진이 투명성을 강화할 경우 낙수효과가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첫 번째 시도는 내 직속 부하직원과 관련된 활동이었다.

 

각 조는 몇 분 동안 ‘시작하세요, 중단하세요, 계속하세요Start, Stop, Continue’ 방식에 따라 서로 피드백을 준 뒤, 옆으로 옮겨 새 짝을 만난다. 나중에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모든 내용을 종합하여 보고한다. 2명씩 조를 이루는 것도 성과가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8명 전체의 그룹 토론이었다.

 

우리는 둥글게 돌며 각자 테드에게 ‘시작하세요, 중단하세요, 계속하세요’ 등의 피드백을 주었다. 당시 테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일하는 몇 안 되는 직원 중 하나였고, 실리콘밸리에는 1주일에 하루만 출근하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에 그는 사무실로 뛰어 들어와 사흘 걸릴 토론을 6시간에 몰아서 해치우곤 했다. 데이비드와 패티와 레슬리는 그런 테드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분주한 인상을 주는지 지적했다. “수요일 오후에 당신이 떠나고 나면 제트보트가 휙 지나간 것 같아요. 거대한 거품 자국만 남긴다고요.” 패티는 그렇게 말했다. “사무실 전체가 초토화된 기분이어서 스트레스가 아주 심해요.”

 

라이브 360도 평가는 팀원들에게 자신의 행동과 활동을 직접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하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많은 자유를 주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고 요구한다. 이런 상호적 책임감이 모두에게 안전망을 제공해 준다. 직원들은 할 일과 방법에 관해 상사로부터 일일이 지시받지는 않지만, 무책임하게 행동할 경우 집단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이런 훈련을 통해 우리는 상사뿐 아니라 동료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이 왜 중요한지 실감하게 되었다. 이 모임은 새롭고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팀의 긴장 관계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날 저녁 식사를 통해 우리는 집단적 효율성을 형성하는 상호 간의 역동성을 더 잘 이해하고 그래서 협업을 향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 직원 중에는 라이브 360도 평가를 한 번도 못 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니저들만큼은 1년에 적어도 한 번씩 이와 비슷한 훈련을 하면서 이 방법의 위력을 모두 실감하게 되었다. 요즘은 모든 직원이 이런 절차의 중요성을 아주 잘 이해한다. 그리고 맥락만 잘 정해주고 능숙한 사회자만 있으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게 되었다.

 

라이브 360도 평가의 몇 가지 요령

  • 시간과 장소: 라이브 360도 평가엔 다소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인원을 좀 줄인 다음, 식사하거나 식사를 대용할 음식을 준비해 놓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우리도 10명이나 12명이 할 때가 없지 않지만, 사실 8명 이하가 가장 적당하다. 8명일 경우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12명이면 5시간은 예상해야 한다.
  • 방법: 모든 피드백은 2장에서 설명한 4A 피드백 지침에 따라, 각자에게 실질적인 선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리더는 이 점을 미리 설명하고 진행 중에도 계속 모니터링한다. ‘계속 ~를 해주세요’ 같이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피드백이면 좋지만, 이 역시 진행자가 계속 확인하고 조정해야 한다. ‘~을 시작하세요’ 같은 긍정 피드백과 ‘~은 중단하세요’ 같은 개선을 조언하는 피드백은 25% 대 75% 정도가 적당하다. “당신은 대단해요”라든가 “당신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워요” 같은 실속 없는 공치사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 일단 시작하라: 피드백을 몇 가지 주고받으면 그날 저녁의 수위가 정해질 것이다. 거친 피드백을 주어도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줄 사람을 선택하라. 4A 피드백 지침에 따르면서 당신에게 거친 피드백을 줄 사람을 선택하라. 대개는 상사가 첫 번째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다.

 

라이브 360도 평가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넷플릭스에 높은 인재 밀도와 ‘똑똑한 왕재수는 사절’이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성숙하지 못하거나 태도가 불량하거나 자신의 약점을 남들 앞에 자신 있게 드러내지 못한다면, 이런 절차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실천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다고 해도, 모든 피드백이 4A 지침을 벗어나지 않도록 경계하고 누군가가 선을 넘을 때 개입할 수 있는 사회자가 있어야 한다.

 

라이브 360도 평가 시 누군가가 4A 피드백 지침을 어기고 비꼬거나 공격적으로 말하거나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면, 리더가 즉시 개입하여 바로잡아야 한다.

 

"라이브 모임이 잘 되면 모든 사람이 따끔한 충고를 많이 받죠. 그래서 혼자 외톨이가 되는 일은 없어요. 사람들의 따끔한 지적을 받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을 발전시켜 주는 인생의 큰 선물이라고 여긴다면 해볼 만합니다."

 

8장 요약

  • 솔직함은 치과에 가는 것과 같다. 아무리 양치질을 열심히 해도, 칫솔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불편한 곳은 계속 놓치게 된다. 6개월 또는 12개월 주기로 모임을 꼬박 챙겨, 이를 깨끗이 닦는지 피드백을 확실히 주고받는지 확인하라.
  • 성과 평가는 솔직한 직장 환경을 만드는 데 그다지 바람직한 메커니즘이 아니다. 피드백은 보통 일방적이고(하향 평가), 오직 한 사람(상사)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 360도 서면 평가는 연례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좋은 피드백 메커니즘이다. 다만 익명이나 점수를 매기는 일을 피하고, 결과를 연봉 인상이나 승진과 연계하지도 말라. 그리고 각오가 된 사람에게는 언제든 공개적으로 코멘트를 하라.
  • 저녁식사를 겸한 라이브 360도 평가는 또 하나의 효과적인 절차다. 이 행사를 위해 몇 시간 정도를 따로 할애하라. 분명한 지침을 주고 4A 피드백 지침에 따라 '시작하세요, 중단하세요, 계속하세요'를 활용하라. 긍정적인 코멘트와 시정을 요구하는 코멘트는 25% 대 75% 정도가 좋다. 피드백은 실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언사는 피하라.

 

 

9장_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라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요. 다큐멘터리는 당신 담당이잖아요, 내가 아니라. 당신한테 월급을 주는 건 그런 결정을 하라고 주는 겁니다. 이게 월척인지 스스로 물어보세요. 이게 대박을 터뜨릴까? <슈퍼사이즈 미Super Size Me>나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처럼 오스카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너무 큰 돈이죠. 하지만 월척이라면, 450만이든 500만이든 잡아야죠. 그게 월척이라면 말입니다.”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라Lead With Context, Not Control.’ 지금 넷플릭스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경구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큰돈이 걸린 문제라면 고위층이 개입해서 협상을 통제한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그런 리더십은 보기 어렵다. 애덤의 설명대로, “테드는 직원 대신 결정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맥락을 짚어 회사의 전략에 맞춰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었다. 그가 맥락을 짚어준 덕분에 이를 기반으로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통제인가 맥락인가

맥락을 짚어주어도 적절한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별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맥락으로 리드할 때의 첫 번째 선결 조건은 높은 인재 밀도다.

 

리드 방식을 맥락과 통제 중에 선택하기 전 대답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 회사의 인재 밀도는 어느 수준인가?’ 직원들이 능숙하지 못해 하는 일마다 쩔쩔맨다면, 당신이 나서서 감시하고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인재로 구성된 집단을 이끌고 있다면, 그들은 자유를 원할 것이고 따라서 맥락만 짚어줘야 제 실력을 발휘할 것이다.

 

안전이 우선인가?

리더십의 방향을 선택하기 전, 두 번째 던져야 할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1차 목표가 오류 방지인가, 혁신인가?’

 

오류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출 때는 통제 방식이 좋다. 엑슨모빌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에서 활동한다. 그들의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인사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 수칙이 수백 가지 올라와 있다. 늘 위험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가능한 한 사고를 내지 않고 이윤을 올려야 할 때는 통제 메커니즘이 필수다.

 

타깃처럼 혁신이 목표라면, 실수를 좀 해도 크게 위험할 일은 없다. 정작 위험한 것은 직원들이 사업의 성격을 바꿀 만한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문을 닫는 재래식 유통업체들이 많은 이때, 타깃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참신한 발상이다.

 

독창적인 사고를 부추기려면,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거나 점검표를 주고 확인란에 표시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꿈을 크게 갖도록 자극하고,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게끔 영감을 주고, 도중에 실수할 여유를 허락해야 한다. 다시 말해, 맥락으로 리드해야 한다.

 

드넓은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출처: pixabay)

<어린 왕자Le Petit Prince>를 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처럼 좀 더 시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일꾼들에게

나무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라.

업무와 일을 할당하지도 마라.

그보다는 갈망하고 동경하게 하라.

끝없이 망망한 바다를

 

나는 맥락으로 리드하기 위해 갖춰야 할 세 번째 필요조건을 생각해 냈다. 높은 인재 밀도를 갖추고 오류 방지보다 혁신을 중시하는 것 외에, ‘느슨하게 결합된’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세 번째 조건이다.

 

느슨한가, 단단한가?

단단하게 결합된 시스템에는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체계의 어느 한 부분에 변화를 주려면, 원점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다시 작업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변화를 주어야 할 부분뿐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

 

반면, 느슨하게 결합된 설계 시스템에는 구성 요소들 사이에 상호의존성이 거의 없다. 이런 체계는 처음으로 돌아가 기초를 바꾸지 않고도 각 부분을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느슨한 결합을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합이 느슨하면 다른 부분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특정 부분을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유연성이 크다.

 

체계가 단단히 결합되어 있는 회사에서는 빅 보스가 주요 결정을 내린 다음 아래 부서로 밀어 내리기 때문에, 흔히 여러 사업 분야 사이의 의존성이 강화된다. 어떤 부서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처음 지시한 상사에게 다시 가져가야 한다. 그가 모든 부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체계가 느슨하게 결합된 회사에서는 매니저나 실무 직원이 각자 자유롭게 결정을 내리거나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도 결과가 다른 부서로 파급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

 

단단히 결합된 체계가 굳어진 상태에서 조직의 운영 방식을 통째로 바꾸려면 낮은 위계에서 맥락으로 리드하는 방식으로는 힘들고, 회사의 최고 리더들과 이를 도모해야 한다. 아무리 인재 밀도가 높고 혁신을 목표로 삼는다고 해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맥락으로 리드할 수 없다.

 

혁신과 유연성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의사결정을 분산시켜 여러 부서의 상호의존성을 배제하고 처음부터 느슨한 결합을 조성해야 한다. 단단히 결합된 체계가 한번 정착되고 나면, 느슨한 결합으로 바꾸기 어렵다.

 

단단한 결합 체계도 적어도 한 가지 측면에서는 중요한 혜택이 있다. 전략에 변화를 줄 때는 조직 전체의 노선을 조율하기가 아주 쉽다. CEO가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기준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기로 마음을 바꾸면, 자신의 집중화된 의사결정을 통해 사내 모든 부서의 노선을 통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당신의 조직은 조율이 잘 되는가?

중요한 결정권이 실무자 개인에게 있는 느슨한 결합 체계가 진가를 발휘하려면, 목표를 앞에 둔 상사와 부하직원의 의견이 확실하게 일치해야 한다. 느슨한 결합은 상사와 팀원이 맥락을 확실하게 공유할 때만 제 기능을 한다.

 

북극성에 맞춰 조율하기

나는 회사 전반의 맥락을 정할 때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하지만, 주요 플랫폼은 E-스태프Executive Staff(임원진)과 QBR 회의다. 우리는 1년에 몇 차례씩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든 리더를 한자리에 모은다. 보통 상위 10%부터 15%까지다. 모임은 테드와 그레그 피터스, 제시카 닐 등 내게 직접 보고하는 6명과 장시간 미팅하거나 식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 다음 나는 모든 부사장급 이상의 임원진과 이야기하는 데 꼬박 하루를 보내고, 이틀 동안 QBR 회의를 통해 프레젠테이션하고 의견을 나누고 토론한다. 여기에는 디렉터급 이상이 모두 참석하는데, 전체 인원의 10% 정도다.

 

이 모임의 첫 번째 목표는 회사의 모든 리더가 내가 ‘우리의 북극성’이라고 지칭한 것에 맞춰 의견을 긴밀히 조율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북극성을 향해 달려간다. 단, 그곳에 이르는 방법까지 조율하진 않는다. 그건 각 부서가 알아서 할 문제다.

 

QBR을 전후로 우리는 수십 쪽에 달하는 구글 독스 메모를 전 사원에게 보내, 우리가 QBR에서 공유한 맥락과 내용을 전부 공개한다. 이 정보는 QBR에 참석한 사람뿐 아니라 행정비서나 판매 보조사원 등 회사의 모든 직급에 있는 사람이 전부 읽을 수 있다.

 

또 나는 1년에 한 번씩, 디렉터들과 30분짜리 일대일 미팅을 갖는다. 계산해 보면 조직도에서 나로부터 세 단계부터 다섯 단계 아래의 직책을 가진 직원들과 약 250시간 미팅하는 셈이다. 나보다 두세 단계 아래 직급인 부사장들과도 분기마다 1시간씩 미팅을 갖는다. 결국 일대일 미팅에 매년 500시간을 쓰고 있다. 넷플릭스의 규모가 작았을 때는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런 종류의 미팅에 매년 25%의 시간을 들인다.

 

부하직원이 멍청한 짓을 했을 때 나무라지 말라.대신 맥락을 잘못 짚어준 것이 없는지 자문해 보라. 목표와 전략은 확실하게 전달했는가? 그것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의욕과 열망을 제대로 불어넣었는가? 팀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가설과 위험을 정확히 일러주었는가? 부하직원들이 당신과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과 의견을 철저히 조율했는가?

 

대화를 한다고 해서 명확한 결론이 나거나 어떤 규정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리더들은 한 가지 아이디어에 관한 생각만큼은 확실히 조율할 수 있었다. 즉 장기 계획을 마련하여 오류를 방지하거나 돈을 절약하는 것은 우리의 1차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예측 못 한 기회가 생기고 사업 조건이 변할 때 빨리 적응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의 북극성이다.

 

조율은 피라미드가 아닌, 나무다

피라미드식 결정 구조는 업종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어느 조직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사가 결정한 다음 피라미드 아래로 밀어내려 실행시키거나 아니면, 사소한 결정은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이 하고 중요한 문제는 높은 사람에게 물어서 승인받는 식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상사가 아니라 정보에 밝은 주장이 의사결정권자다. 상사는 팀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맥락만 짚어준다. CEO부터 정보에 밝은 주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이런 리더십 체계를 따른다면, 조직은 피라미드가 아니라 나무를 닮은 구조로 가동될 것이다. CEO는 아래쪽 뿌리에 앉아 있고, 결정은 가장 꼭대기 나뭇가지에 있는 주장이 내리는 것이다.

 

뿌리에 있는 리드 - 글로벌 성장

주어진 15분 동안 리드는 설명했어요. “지난 분기 동안 우리 성장의 80%는 해외에서 이뤄졌습니다. 바로 그곳이 앞으로 우리의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할 새로운 시장입니다. 고객의 절반 이상이 외국에 있고, 그 수치는 매년 늘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특별한 성장이 기대됩니다. 국제무대에서의 성장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줄기에 있는 테드 - 큰 위험에서 크게 배울 것

전 세계에서 콘텐츠를 구입하거나 만들어낼 때는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따져야 합니다. 인도나 브라질처럼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에서는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거든요. 분명 크게 손해 보는 곳도 있을 겁니다. 그런 것을 겁내면 안 돼요. 그래야 다음번에 제대로 공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늘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이 작품을 사들였다가 완전히 망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뭔가 배울 점이 많다는 답이 나오면, 거침없이 베팅하면 됩니다.

 

리드와 테드의 맥락은 다음 주간 미팅에서 멜리사가 어린이 및 가족 콘텐츠와 관련된 맥락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큰 가지에 있는 멜리사 콥 - 얼음집과 흙벽돌집을 방콕으로 가져오기

전 세계 여러 나라 아이들에 ‘관한’ 스토리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디즈니도 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이런 프로그램을 전 세계에서 ‘가져왔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는 거죠.

 

테드가 짚어준 맥락이 필요했어요. 그가 강조한 것처럼, 이런 것들은 우리가 답을 찾아야 할 질문이에요. 그리고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야 하죠. 물론 명확한 교훈을 안겨준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죠. 모든 의견이 일치했어요. 우리는 시도할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울 겁니다.

 

미팅을 통해 멜리사는 그녀의 직속 부하직원들과 의견을 조율했다. 미취학 아동용 콘텐츠 구매팀에 소속된, 디렉터 도미니크 버자이도 그중 하나였다.

 

중간 가지에 있는 도미니크 버자이 - 높은 수준의 애니메이션

넷플릭스의 어린이 프로그래밍이 멜리사가 말한 다양한 플랫폼을 지향한다면, 우리도 목표를 크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팀원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우리가 어느 나라의 애니메이션을 사 오든지 품질만큼은 다들 알 만한 나라에서 최고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예를 들어, 칠레의 애니메이션을 사들일 때는 칠레의 고급 시청자를 만족시킬 정도의 품질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 작품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일본에서도 히트할 정도가 되어야 해요.

 

리드와 테드, 멜리사와 도미니크가 짚어준 이런 맥락들 덕분에, 콘텐츠 구매 매니저인 아람 야쿠비안은 뭄바이 시내에 있는 작은 회의실에 앉아 자꾸 마음이 기우는 <마이티 리틀 빔Mighty Little Bheem>을 생각할 수 있었다.

 

작은 가지에 있는 아람 야쿠비안 - <마이티 리틀 빔>에서 확실하게 배운 것

저는 도미니크와 합의한 부분을 떠올렸습니다. 넷플릭스에 올릴 작품은 제작한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히트할 수 있을 정도의 질을 갖춰야 하죠. 이 프로그램을 살 경우, 인도에서 애니메이션에 들이는 비용의 2~3배 정도는 투자해야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리드는 국제시장의 확장이 넷플릭스의 미래이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핵심 성장 시장은 인도라고 콕 찍어 말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마이티 리틀 빔>은 분명 성장 시장의 발판이 될 만한 대단한 프로그램임이 틀림없었어요.

 

테드는 인도 시장은 배울 것이 많기 때문에 큰 베팅을 해볼 만하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학습 잠재력이 확실한 시장이라는 거죠. 테드가 짚어준 맥락을 곱씹으며 생각했습니다. ‘좋아, 이 프로그램이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세 가지는 시도해 봐야겠어. 그리고 그 세 가지는 모두 넷플릭스에 정말로 쓸모 있는 정보를 줄 거야.'

 

멜리사가 명확히 짚어준 맥락은, 주제와 성격 면에서 지역적 특성이 뚜렷하되 전 세계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수준으로 넷플릭스의 프로그래밍 기반을 구성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마이티 리틀 빔>은 인도 고유의 특성이 강하고,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린이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었어요.

 

도미니크와 저는 국제적 대형 베팅에서 애니메이션이 우선적 관심사이며, 작품성이 높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마이티 리틀 빔>은 우리가 재정적 투자를 할 경우 품질을 월등하게 높일 수 있는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렇게 2019년 4월 중순에 출시된 <마이티 리틀 빔>은 3주 만에,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되었다. 이 시리즈는 2019년 5월 시점, 2,7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즐기고 있다.

 

<마이티 리틀 빔>을 구매하기로 한 아람의 결정은, 맥락으로 리드하는 것이 넷플릭스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나무뿌리에 있는 나 자신부터 중간 가지인 도미니크를 거쳐 계속 갈라지는 가지마다 포진하고 있는 모든 리더가 아람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맥락을 짚어준다. 하지만 정보에 밝은 주장으로서 어떤 프로그램을 사들일지 결정하는 당사자는 아람 자신이다.

 

테드와 나는 특정 분기에 구매할 작품을 두고 어느 정도의 금액을 투자할지에 관해 평소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그러면 테드는 그렇게 조율한 내용을 아래로 흘려 보내, 멜리사 팀이 어린이와 가족 프로그래밍에 투자할 금액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맥락을 짚어준다. 이를 토대로 멜리사는 특정 분야의 카테고리에 어느 정도의 금액을 투자할지를 두고 그녀의 디렉터들과 의견을 나눈다. 그 결과 마침내 아람은 <마이티 리틀 빔>에 입찰하고 또한 그 애니메이션에 상당한 돈을 들여 작품의 질을 높이기로 결정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마음대로 쓰는 것은 아니다. 그때도 아람은 멜리사와 도미니크가 재정과 관련하여 짚어준 맥락을 적용하여 결정한다.

 

9장 요약

  • 맥락으로 리드하기 위해서는 인재 밀도를 높이고, 오류 방지가 아닌 혁신을 목표로 삼으며, 느슨한 결합 시스템에서 운영해야 한다.
  • 이런 요소들이 자리를 잡으면, 직원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 말고, 그들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맥락을 짚어주고 토론하여 의견을 확실하게 조율하라.
  • 부하직원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을 때 나무라지 말라. 대신 맥락을 제대로 짚어주지 않았는지 자문해 보라. 목표와 전략을 분명히 전달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의욕을 제대로 불어넣었는가? 팀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모든 가설과 위험을 확실하게 설명했는가? 비전과 목표에 관해 부하직원들과 의견을 조율했는가?
  • 느슨한 결합 조직은 피라미드보다 나무를 닮았다. 상사는 뿌리에서 선임 매니저들이 있는 줄기를 떠받치고, 선임 매니저들은 결정을 내리는 나뭇가지들을 받쳐준다.
  • 부하직원들이 당신과 당신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정보를 사용하여 팀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밀고 나갈 때 맥락을 잘 짚어주어 훌륭한 결정을 직접 내리게 하면, 조직은 성공한다.

 

우리는 넷플릭스를 우편을 이용한 DVD 배송업체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같은 권위 있는 상을 받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0년에 8달러 안팎이었던 우리의 주가는 2015년 말, 123달러까지 올랐고, 같은 기간에 우리의 유저 베이스는 2,000만 명에서 7,800만 명으로 확대되었다.

 

 


4. 세계를 무대로

10장_ 이제는 세계로!

구글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확고한 기업문화를 자랑스럽게 내세우지만, 그 문화를 그들이 진출하는 나라에 맞게 각색하기보다는 자신의 문화에 맞는 사람을 고용하는 데 주력하는 편이었다. 어느 나라에 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상관없이, 그들의 기업문화에 적합한 ‘구글러들Googlers’만 채용한 것이다.

 

넷플릭스도 구글처럼 우리 문화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고,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가꿔왔던 기업문화에 매력을 느끼고 이 문화를 편안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선발하기로 했다. 그리고 슐룸베르제처럼 다른 나라에서 뽑은 신입사원들이 넷플릭스의 방식을 이해하고 우리 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교육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각 나라에 맞춰 우리의 문화를 고쳐가는 한편, 그 나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겸손과 유연성을 함께 추구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 가치에 ‘포용inclusion’이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넷플릭스의 성공은 우리의 직원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성향을 얼마나 반영하느냐와 우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비친 자신의 삶과 열정을 보는 사람들의 능력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2018년에 우리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직원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들 고유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버나 마이어스VernāMyers를 초대 포용전략책임자로 합류시켰다.

 

익숙해지면 모두 캘리포니아만큼이나 규정이 많지 않은 자율적 분위기를 반갑게 받아들였다. 자신의 삶과 일만큼은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지는, 미국인에게만 해당하는 특성이 아니었다. 그 점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없었다.

 

우리의 문화 중에는 수출이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초기에는 키퍼 테스트도 그중 하나였다. ‘적당히 해도 퇴직금은 후하다’라는 넷플릭스의 만트라는 어느 나라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지만, 미국에서 후한 줄 알았던 액수가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색하다는 평을 면치 못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서 법으로 정해진 퇴직금은 그 회사에 얼마나 오래 근무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우리는 현지 사정에 맞게 액수를 조정해야 했다. 지금 네덜란드에서 장기 근속한 사람을 해고할 때는 적당히 했더라도 퇴직금은 ‘훨씬 더’ 후하다. 키퍼 테스트와 그에 따른 여러 요소는 어느 나라에서나 통했지만, 그래도 해당 지역의 고용 관행과 법률에 맞게 각색해야 했다.

 

컬처 맵으로

《컬처 맵》은 한 나라의 문화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수직선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설명해 놓은 책이었다. 책에는 나라에 따라 상사에게 결정을 맡기는 정도와 결정을 내리는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문화에 따라 신뢰를 구축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도 비교되어 있었다.

 

우리는 임원 회의를 소집하여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같은 기준에서 지도로 작성하기로 했다. 일단 지도가 만들어지면, 우리의 기업문화와 우리가 진출하려는 국가의 문화를 비교할 수 있을 테니까.

 

컬처 맵을 연구하면서, 우리는 해외 지사들이 갖고 있는 문제 중 몇 가지는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의사결정 방식(4번)의 경우, 네덜란드와 일본은 넷플릭스 문화에 비해 합의에 의한 방식을 취했다. 이를 보면 암스테르담과 도쿄 지사에 있는 직원들이 왜 그렇게 ‘정보에 밝은 주장’ 모델에 부담을 느꼈는지 알 것 같다.

 

"브라질에서 점심 시간은 동료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다지는 시간이에요. 일은 잠깐 제쳐두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죠. 이런 시간을 통해 우리는 서로 간 신뢰를 쌓습니다. 신뢰는 협업에 상당히 중요한 기반이죠. 브라질 사람들이 일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것도 이런 인간관계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점심시간이 겨우 30분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그래서 그 짧은 시간에 누구와 점심을 먹게 될지 궁금했어요."

 

이제는 우리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브라질 지원자들을 식사 시간에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브라질 출신의 동료들이 방문했을 때 우리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들을 알아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뿐 아니라, 브라질 배급사들과 협상할 때도 브라질의 동료들에게 도움을 받아 그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의 접근법을 조정한다.

 

나라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관점 (출처: pixabay)

솔직함을 바라보는 관점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다

태국인 매니저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동료를 비판하면 안 된다고 배우지만, 이스라엘인 매니저는 항상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의견을 드러내라고 말한다. 콜롬비아인들은 부정적인 메시지도 긍정적인 표현에 담아 우회적으로 전달하라고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비판할 때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제하고 솔직담백하게 지적하도록 훈련받는다.

 

직설적인 문화에서는 언어학자들이 말하는 ‘강조어upgraders’가 많이 사용된다. 이런 나라에서는 ‘절대로, 전혀, 철저히’ 등, 보다 강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 부정적 피드백의 앞뒤로 붙는다. 가령 “이것은 ‘절대로’ 안 된다” 또는 “이건 ‘전혀’ 프로답지 못하다” 같은 식이다. 반면에 우회적인 문화에서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 ‘유화어downgraders’를 많이 사용한다. ‘어느 정도, 다소, 약간, 조금, 어쩌면’처럼 비판을 순화하는 말이 그런 것들이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는 목표 근처에도 못 갔다”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 “아직은 아니다”처럼, 조심스럽게 말하는 방식도 일종의 유화적인 표현이다.

 

첫 번째 요령은, 직설적이지 않은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에서는 문제를 다룰 때 공식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회적인 문화에서는 공식적인 피드백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일본뿐 아니라 직설적이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거북하게 여기는 나라에서는,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동료나 상사에 대한 피드백을 주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나 좀 더 공식적인 행사를 만들어 의제에 피드백을 포함하고 교육을 통해 확실한 지침을 정해주면, 그들 역시 매우 유용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제 저는 미국만큼 직설적이지 않은 나라에 근무하면서 직원들을 관리하는 넷플릭스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가능하면 빨리, 자주 피드백을 실천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많은 미팅에서 피드백을 정식 의제로 삼아 결함을 찾아내세요. 처음 몇 번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사소한 것부터 점잖게 언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식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늘리는 한편, 원만한 관계를 만드는 데도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비공식적이고 자발적인 피드백은 잘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의제에 피드백을 넣고 사람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준다면 사심 없는 솔직함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원래 하던 방식을 각색하고, 수시로 대화하라

직설적인 피드백을 질책이 아닌 격려로 받아들이려면, 문화적 차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직원들을 교육하고 지원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상파울루 지사의 경우, 기업문화를 토론하는 회의를 매주 열고 있다. 이 회의의 단골 의제가 피드백이다.

 

크리스토퍼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직설적인 표현을 기피하는 문화에서는 동료에게 피드백을 줄 때 조심하라는 것이다. 좀 더 친근한 표현을 써라. 비난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라. 명령이 아니라 제안이 되게끔 신중하게 접근하라. 스마일 이모티콘 같은 관계 중심적인 수단을 사용하라 등등. 이런 것들은 업무 환경에서 우리의 메시지가 좀 더 적절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수단이다.

 

우리가 터득한 중요한 교훈은 어느 나라 출신이든 상관없이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의 동료들과 일할 때는 대화하고, 또 대화하고, 또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 동료에게 피드백을 주는 법을 제대로 배우려면, 상대방 문화에 관해 수시로 묻고 궁금증을 드러내야 한다. 그 나라 출신 중 신뢰할 만한 동료에게 이렇게 물어보라. “저의 메시지가 좀 거칠게 들리진 않나요?” “당신들은 어떤 식으로 하죠?” 질문을 자주 하고 호기심을 많이 드러낼수록, 피드백은 더욱 세련되어질 것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피드백도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모두 상대적이다. 일본인들은 싱가포르인들이 지나치게 직설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인들은 싱가포르인들이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에 들어온 싱가포르인들은 미국인들의 솔직한 태도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네덜란드인들이 보기에 넷플릭스에 있는 미국인들은 전혀 직설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문화적 성향을 좀 더 알고 나면, 아무래도 피드백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메시지를 받는 쪽의 입장을 헤아려보고 또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저의 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생각하죠."

 

마지막 점

같은 문화권에 있는 사람에게 피드백을 줄 때는 2장에서 설명한 4A 피드백 지침을 사용하라.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피드백을 줄 때는 다섯 번째 A도 필요하다.

 

4A 피드백 지침은 다음과 같다.

  •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 APPRECIATE(감사하라)
  • ACCEPT  OR  DISCARD(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여기에 다섯 번째를 덧붙이자.

  • ADAPT(각색하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문화에 맞춰 전달하는 내용과 당신의 반응을 적절히 조절하라

 

10장 요약

  • 기업문화를 지도로 만들어, 진출하는 나라의 문화와 비교해 보라. F&R 문화와 관련하여 솔직함을 적용할 때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직설적인 표현을 기피하는 문화에서는 비공식적인 피드백의 잦은 교환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식적인 피드백을 더 많이 하고 피드백을 좀 더 자주 의제로 설정해야 한다.
  • 솔직한 문화를 조성하려 할 때는, 문화적 차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피드백의 원래 의도를 납득시켜야 한다.
  • 솔직한 피드백을 위한 4A 피드백 지침의 다섯 번째에, 'ADAPT(각색하라)'를 추가하라. 솔직하다는 것의 의미가 나라에 따라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공개적으로 토론하라. 아울러 그런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양측이 상대방에게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결론

1분마다 수백 대의 차량이 12개로 나뉜 대로에서 쏟아져 나와 개선문을 둘러싼 원형 도로로 모여드는데, 폭은 10차선 도로에 가깝지만, 여기에는 따로 표시된 차선이 없다. 그래서 이층 버스 사이를 빠져나가려다 갑자기 휙 지나치는 오토바이에 놀라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몰려든 택시들도 아무 데서나 멈춰 중앙에 관광객을 내려준다.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중앙에서 다시 방사형으로 갈라진 대로로 돌진하는 차도 흔하다. 그런데 차량과 사람이 혼잡한 이곳에도 모든 차량 흐름을 안내하는 기본 규칙이 한 가지 있다. 일단 원형도로에 들어서면 12개 진입로에서 들어오는 차량에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는 내가 빠져나가야 할 방향을 알고서 목표에 초점을 맞춘 후, 정확한 순간에 판단을 내려 핸들을 꺾어야 한다. 그래야 사고를 내지 않고 빨리 갈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거의 매일 개선문 주변을 차를 몰고 지나는 프랑스인인 내 남편은,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느려질 것이라고 말한다. “레뚜알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효율적이야. 숙련된 운전자가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가는 데 이보다 빠른 방법은 없어.” 그는 그렇게 주장한다. “게다가 이런 체계는 놀라울 정도로 유연해. 원형 도로에 들어와 샹젤리제 거리로 나가려는데, 관광버스가 길을 막을 수도 있어. 그럼 진로를 살짝 바꾸면 돼. 애비뉴 드 프리들랑이나 애비뉴 오슈로 나가도 되고, 아니면 버스가 움직일 때까지 레뚜왈 주변을 몇 바퀴 더 돌 수도 있지. 중간에 코스를 그렇게 빨리 바꿀 수 있는 교통 체계는 다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걸.”

 

언제 규정과 절차를 선택하는가?

대량생산과 낮은 오류율에서 비롯된 경영 패러다임이 기업의 지배적인 조직 관행이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제조업은 변동성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경영이나 관리 방식도 대부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어떤 회사가 100만 회분의 페니실린이나 1만 대의 동일한 자동차를 오류 없이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운영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탁월하다는 증거다.

 

넷플릭스에도 안전과 오류 예방이 주요 목표인 부분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완벽한 R&P를 연주하는 작은 교향악단을 세우기 위해 울타리를 친다.

 

상해나 성희롱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는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오류 예방 훈련과 핫라인에 투자한다. 우리는 접수된 모든 보고를 적절히 조사할 수 있는 확실한 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으며, 사고 발생률이 제로가 될 때까지 그 절차를 계속 개선해간다.

 

마찬가지로, 실수가 재앙으로 이어지는 순간에는 R&P가 우리의 선택지다. 넷플릭스가 매 분기 월스트리트에 공개하는 금융 정보가 그 일례다. 재정 상태를 발표한 다음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 보라. “잠깐, 우리가 틀렸네. 실제는 우리가 말했던 것보다 수익이 적었어.” 이렇게 되면 재앙이다. 우리의 뷰어 데이터의 프라이버시도 또 다른 예다. 누군가가 우리 시스템을 해킹하여 직원 개개인이 보는 정보를 훔치고 그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 역시 재앙일 것이다.

 

따라서 F&R과 R&P 중 어느 쪽이 더 좋을지 결정하기 전에, 기업과 팀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 직원과 고객의 건강이나 안전이 철저히 지켜져야 하는 산업에 종사하는가? 그렇다면 R&P가 답이다.
  • 한 번의 실수가 재앙으로 이어지는가? R&P가 답이다.
  • 일관성 있게 동일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제조업을 운영하는가? R&P가 답이다.

 

교향곡이 아닌, 재즈

지금처럼 지식재산권과 창의적 서비스가 성장의 기반이 되는 환경에서는 창의성과 혁신을 배양하는 데 의존하는 경제의 비중이 훨씬 더 커졌고,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회사는 여전히 지난 300년 동안 앞장서서 부를 창출해 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지금처럼 창의적인 시대에는 변화를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위험은, 오류를 예방하거나 일관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못하며 환경이 바뀔 때 신속하게 방향을 틀지 못하는 것이다.

 

실수는 혁신 사이클의 주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R&P는 더 이상 정답이 아니다. 교향곡은 당신이 지향해야 할 목표가 아니다. 지휘자와 악보에는 더 눈을 두지 말라. 그보다는 재즈 밴드를 결성하라.

 

이제 이 책을 덮고 나면, 여러분은 하나의 지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면 계속 집중하라. 문화는 한 번 만들어놓고 모른 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우리는 우리 문화를 꾸준히 논의하고 그것이 계속 진화하기를 기대한다. 혁신적이고 빠르고 유연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긴장을 조금 늦출 필요가 있다. 꾸준한 변화를 환영하라. 혼돈의 가장자리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라. 교향악단을 조직하지도, 악보를 주지도 말라. 재즈 연주에 어울리는 무대를 만들고 즉흥 연주에 능한 직원들을 고용하라. 그런 조건들이 하나로 모일 때, 무대에서는 멋진 음악이 흘러나올 것이다.

 

 


서평

넷플릭스의 컬처 덱Culture Deck이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넷플릭스의 문화가 궁금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Netflix Culture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뿐만 아니라 배포된 컬처 덱 역시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원칙 또는 이념을 정하고 공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국내 기업들의 사훈도 살펴 보면, 그 나름의 이념을 기반으로 한 문화를 요약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건 실제로 그 문화가 어떻게 조직 전반에 적용되고, 조직 구성원들이 같은 맥락을 공유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문화가 엄청나게 특별한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유와 책임, 대부분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말을 들어보기 마련입니다. 그 말인즉슨, 넷플릭스의 문화도 완전히 새로울 게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라는 조직은 특별합니다.

어쩌면 뻔한 자유와 책임, F&R로 대표되는 개념을 그들은 조직에 잘 배양했고, 여전히 잘 가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문화가 실제로 펼쳐지는 장면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넷플릭스의 가치관이 담긴 이 책은 혁신을 위한 기업 문화를 위해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또한 좀 더 관심이 있다면, 패티 맥코드의 「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규칙 없음」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규칙 없음
국내도서
저자 :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마이어 / 이경남역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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