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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

혁신으로 넘볼 수 없는 차이의 격을 만들어라, 초격차 - 권오현, 김상근

Statue of King John 1st in Lisbon, Portugal. (출처: Unsplash)

프롤로그_ 변신

초격차를 향한 첫걸음

1983년,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다수의 국내외 정책 기관들은 이 결정에 모두들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과 삼성은 반도체 산업에 진출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보고서가 줄을 이었습니다. 반도체를 개발할 연구 인력도 없고 생산 경험도 없으며, 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도 부족한 상태에서 반도체라는 첨단 기술에 도전한다는 것이 무모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당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일본이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삼성은 개발과 생산, 시장 점유율 등 모든 면에서 일본의 경쟁사보다 수년이나 뒤처져 있던 후발 주자였습니다. 그래서 최고경영자와 연구원 모두 회사 존립의 위기감을 갖고 일해야만 했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건희 회장의 뚝심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한국 반도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었던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결행했던 그의 기업가정신이 현재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끝없는 위기, 끝없는 변신

지금은 삼성 반도체와 삼성 디스플레이가 순항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회사들이 적자일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높은 산은 골 또한 깊은 법입니다. 영광만 펼쳐진 것이 아니라 무수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난관의 문 앞에 서서 번민의 시간을 보내던 때가 가끔씩 떠오릅니다. 적자의 원인도 사업부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인재 및 기술력 부족, 투자 미흡, 품질 불량, 제조 경쟁력 취약, 영업력 부재, 경쟁 회사의 전략 등 여러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그 난관의 해결책도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없이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했으니 고생과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고생과 고민의 연속이었지만 적자 사업부를 많이 맡아왔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또 수많은 시행착오의 경험을 통해서 쉽게 얻을 수 없는 경영의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영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제가 생각했던 나름의 경영 방식을 실제 조직 운영에 적용해보기도 했습니다. 경영자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경험을 쌓은 귀중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압도하지 않으면 잡아먹힌다

40여 년간 제 삶을 관통했던 키워드는 단연코 ‘기술technology’이었습니다. 학생일 때는 기술의 원리를 배웠고, 실무자일 때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경영자일 때는 기술을 판매했기 때문입니다. 시기별로 집중했던 모습만 다를 뿐, 기술 하나로 인생을 살아온 셈이지요.

 

저는 이 과정과 경험을 통해서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이 상황에 맞게 변신하지 않으면 성장은커녕 생존할 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변신transformation’이라는 단어가 중요합니다.

 

연구개발부서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롭게 변신해야 합니다. 적자를 내고 있는 부서 또한 생존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신해야 합니다. 현재 호황기에 접어든 사업부라 할지라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선제적인 변신이 절실합니다. 변신을 멈추는 순간, 모든 부서와 기업은 망합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삼성의 ‘초격차’ 전략이 독보적 기술로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을 스스로 만들어내겠다는 목표와 방향이라면, 차이를 만들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은 초격차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입니다. 압도적이지 않으면 제아무리 1등이라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요즘 시대입니다. 그러므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 초격차라는 압도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변신해야 합니다.

 

'지위'가 아닌 '삶의 방식'

연구개발이 무생물의 결과물을 탄생시키는 이성의 영역이라면, 경영은 고객과 직원이라는 ‘인간’ 자체를 이해해야 하는 감성의 영역에 속합니다. 이성의 영역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지만, 감성의 영역은 시대나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각 개인마다 다른 감성의 영역과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성적인 것은 어느 정도 고정적이지만 감성적인 것은 계속 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영은 바로 이런 감성적인 영역에 대한 관리이기 때문에 정답도 없고, 한마디로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1장_ 리더 탄생과 진화

본성 vs 훈련 - 리더는 타고나는 것인가, 길러지는 것인가

본성(nature) vs 훈련(nurture)

연구 결과에 따라 ‘타고난 본성에 의해 결정된다’, ‘후천적 훈련이 중요하다’ 등등 의견이 분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생물학적 DNA에 의한 본성이 리더의 자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청소년기에 형성된 성격이 본성에 가깝다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저는 리더의 자질은 본성에 의한 영향이 3분의 1,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3분의 2쯤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타고난 ‘본성’이랄까, 태생적 ‘기질’이란 것이 분명 존재하지만, 성장 환경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집안과 부모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때로는 성장 환경이 타고난 그 사람의 성격마저 바꿔놓을 때도 있지요. 그래서 저는 리더의 자질을 판단할 때 우선 그의 성장 과정을 면밀히 검토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기적인 판단과 선택을 자주 하지는 않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기적인 판단과 선택을 해도 용납되는 환경은 그 사람을 나쁜 리더로 만들 확률이 매우 큽니다.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성장 환경이 제공되면 그 사람은 거의 100% 나쁜 리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에 형성된 성격을 본성으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전제로 저는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내면의 덕목, 다시 말해 본성으로부터 얻어진 내면의 덕목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합니다.

  • 진솔함(Integrity)
  • 겸손(Humility)
  • 무사욕(無私慾, No Greed)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유불리에 상관없이 관련 당사자들과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세, 이것이 바로 ‘진솔함’입니다. 나아가 자신에게 부족함이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배울 수 있다는 생각, 동료와 직원 등 타인에게 행하는 예의 바른 행동이 ‘겸손’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절대로 부정한 행동을 하거나 편법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무사욕’의 실천. 이 모두가 어느 시대든, 어떤 상황이든 리더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내면의 덕목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이 진솔하고, 겸손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착한 사람이 좋은 리더라는 것은 너무 단순한 논리입니다.

 

따라서 내면의 가치를 가진 잠재적인 리더라고 해도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외적 덕목을 ‘훈련’을 통해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 통찰력(Insight)
  • 결단력(Decision)
  • 실행력(Execution)
  • 지속력(Sustainability)

 

저는 이 중에서도 특히 ‘지속력’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결과는 상황적인 것이고, 우연과 행운이 결합되어 있는 복잡한 현상입니다. 한 사람의 뛰어난 리더 때문에 항상 비즈니스의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때는 시장의 상황 때문에, 또 어떤 때는 리더가 아니라 부하 직원들이 뛰어나서 그런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리더의 외적 덕목 중에서 ‘지속력’이 가장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시장 상황이나 부하 또는 동료들과의 관계에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 그 리더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현재’에 국한된 일입니다. 모든 리더의 성공은 ‘현재’의 틀에 갇혀 있습니다.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에 성과가 난다 해도 그가 떠난 이후에 부서나 조직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면 그는 리더의 중요한 덕목인 ‘지속력’ 관리를 소홀히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조직이나 회사의 현재 성공을 지속시킬 수 있는 ‘지속력’이야말로 리더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요?

 

하나가 아니라 모두 다 갖추어야 한다

먼저 전체적인 맥락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리더는 이 네 가지 요소를 ‘골고루’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네 가지 요소 모두에서 ‘골고루’ 탁월함이 발휘되어야만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네 가지 요소 중에서 한두 가지만 가졌다면 그 사람은 리더가 되기보다는 참모가 되거나 팔로워가 되는 편이 낫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실행력이 약한 리더 곁에 추진력이 강한 참모를 둬서 약점을 보완케 하는 방식을 생각해봅시다. 그럴 경우에도 그 참모를 중용하고 실행을 맡기겠다는 리더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실행력이 부족한 우유부단형 리더는 주위에 배치된 스태프나 참모에게 일의 추진을 맡기지만, 완전히 그 일을 위임empowerment하지 못합니다. 실행력이 부족하다 보니 만사에 엉거주춤한 태도를 유지합니다. 다른 사람을 믿고 일을 맡길 때에도 실행력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통찰력은 뛰어난데 실행력이 약한 리더는 처음부터 리더의 자질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러니까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의 개별적 특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갖추어야 할 전인적 자격 요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리더십 이론은 모두 대안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저의 경험에서 우러난 관찰입니다.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을 ‘골고루’ 갖춘 리더가 탁월한 결과를 도출하는 법입니다. 이 모든 덕목을 ‘골고루’ 갖추기 힘들기 때문에 탁월한 리더는 정말 찾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리더는 조직의 뇌 (출처: pixabay)

리더의 일 - 리더는 뇌처럼 일해야 한다

리더는 조직의 뇌

훌륭한 리더는 조직원을 만족시키면서 바람직한 현재의 성과를 낼 뿐 아니라,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미래의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냅니다. 반대로 변변치 않은 리더는 성과는커녕 조직과 구성원들의 미래를 망쳐버립니다. 리더는 좋은 조직을 만들려는 노력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것이 리더의 의무이자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일반화해서 말해본다면, ‘좋은 조직’이란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세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구성원이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한다.
  • 구성원이 서로서로 협력한다.
  • 조직에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그것을 드러내놓고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몇 년 전 이 문제를 혼자서 고민하던 중에, 이 같은 조건에 부합되는 조직을 하나 발견하긴 했습니다. 군집 생활을 하는 개미들이 바로 그런 이상적인 조직을 이루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왕개미는 일하라는 지시를 전혀 하지 않지만, 일개미들은 스스로 일하고 협력하고 문제점을 해결해나갑니다. 개미 집단의 구성원들은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일하고, 서로서로 협력하며(개미들의 분업 체계), 조직에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그것을 드러내놓고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곧 그 판단이 틀렸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개미는 진화의 과정을 거쳐왔지만 일하는 방법은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습니다. 개체는 진화했지만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입니다. 그러니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개미 집단은 발전하지 못하는 조직을 이루고 있을 뿐입니다.

 

뇌의 기능과 역할을 생각해보면, 신체 부위와 장기의 활동을 위해 매번 뇌의 ‘지시’가 세세하게 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뇌는 신체 부위와 장기들의 기능을 총괄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지시’를 내리거나 ‘명령’을 통해서 몸을 통제하지 않습니다.

 

뇌가 하는 일은 상당히 ‘외부 지향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어떤 위험이 다가오는 것은 없는가? 만약 외부의 위험이 다가온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도망가야 할까? 아니면 외부의 충격에 맞서 싸워야 할까? 이런 식의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로 뇌의 기능입니다.

 

인간의 뇌는 장기를 직접 관리하거나 몸의 이상 증상을 직접 고치지 않습니다. 각 장기들이 나타내는 증상을 인지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결정을 할 뿐입니다.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 갈지, 약을 먹을지, 운동을 할지, 다이어트를 할지 등을 결정하고 몸의 행동을 유도해서 신체의 이상을 간접적으로 고쳐나갑니다.

 

이와 같은 비유를 경영 원칙에 적용해본다면, 조직의 리더는 ‘뇌처럼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뇌가 신체와 장기를 직접 통제하지 않는 것처럼 리더는 조직원을 사사건건 통제하지 말아야 합니다. 뇌는 신체를 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management하지 않습니다. 경영하는 리더도 그러지 말아야 합니다. 뇌가 간접적으로 장기의 기능을 미래 지향적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리더는 조직원의 미래를 위해서 시스템을 잘 구축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건강의 원칙도 경영에 비유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영양 섭취가 필요한 것처럼 건강한 조직에는 좋은 인재가 계속 유치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배설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듯이 잘못된 관행이나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과감하게 제거되어야 합니다. 또한 충분한 휴식은 몸의 건강을 위해서도, 경영의 활기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자가 체크리스트

Q. 나는 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가?

Q. 나는 구성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가?

Q. 나는 조직의 미래를 위해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가?

 

리더의 유형에 따른 4R

1. 주도적(Proactive) 리더

주어진 목표를 위해 도전적으로 일하는 스타일입니다. 새로운 시도도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추진하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어떤 일에서나 적극적이고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패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리더의 적극적인 태도는 조직에 활력을 불러일으킵니다. 가장 바람직한 리더상일 것입니다. 신체로 비유하면 아주 정상인 상태이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적절한 휴식refresh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대응적(Reactive) 리더

주어진 목표를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수법으로만 대처하는 유형을 말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실패를 최소화해서 앞선 사람들을 따라잡으려는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스타일이 상황에 따라서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큰 실패를 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리더가 지속적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주도적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몸에 비유하자면 이런 대응적 리더는 치료repair만 적절히 하면 정상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3. 수동적(Passive) 리더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리더가 수동적이란 말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리더는 이끌어가는 사람인데, 이런 수동적인 리더는 끌려다니는 사람입니다. 이런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일만 죽어라고 하는 형태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외부의 자극도 없고 리더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아무런 도전을 받지 않으니, 조직 전체가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나 성과는 지지부진합니다. 성장이 없기 때문에 곧 쇠퇴할 조직입니다. 이럴 경우 빠른 리더십 전환이 필요합니다. 다른 리더십으로 대체replace해주어야 합니다. 다시 몸으로 설명한다면, 이는 장기 이식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4. 방어적(Defensive) 리더

조직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입니다. 이런 리더는 늘 안 되는 이유만 열거하거나, 남의 탓만 합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입니다. 이런 리더들은 부서 간의 갈등을 초래하고, 내부 구성원이 서로를 불신하게 만듭니다. 안 되는 이유를 남에게서 찾는 버릇 때문에 조직 내에는 부정적인 기운만이 감돌게 됩니다. 이런 리더는 조직 전체를 망치는 경우이니 빨리 제거remove해야 합니다. 이런 방어적 리더는 장기에 생긴 악성 종양과 같습니다. 신속하게 수술해서 악성 종양을 제거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리더십 유형에 따른 4R 대책’이라고 정리해보았습니다.

  • 주도적인(Proactive) 리더에게는 ‘휴식(Refresh)’
  • 대응적인(Reactive) 리더에게는 ‘재교육(Repair)’
  • 수동적인(Passive) 리더는 ‘임무 교체(Replace)’
  • 방어적인(Defensive) 리더는 ‘제거(Remove)’

 

시대와 역사의 흐름에 방어적defensive으로 대응했던 조선은 일본에게 나라를 뺏기는 수모를 당했고, 수동적passive으로 대응했던 중국은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경험했습니다. 반면 서구 문명의 접근에 대응적reactive으로 반응했던 일본은 신흥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아시아 최초로 선진국 대열에 선 국가가 되었습니다.

 

 

리더의 가치 - 최상의 리더, 최악의 리더

저는 고객을 만나기 전에 ‘어떻게 해야 고객이 관심을 보일까?’를 먼저 생각하며 영업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사실은, 모든 행동의 시작은 항상 상대편의 생각을 먼저 고려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정말로 실감 나게 느껴졌습니다.

 

리더는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누가 뭐래도 어떤 조직이나 회사를 이끌어가는 리더에게 맡겨진 사명은 ‘생존survival’과 ‘성장sustainable growth’일 것입니다. 생존만 해도 안 되고, 또 성장만 추구해서도 안 됩니다. 둘 다 추구해야 합니다. 동시적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생존 자체는 리더의 사명이 될 수 없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생존이 리더의 사명으로 주어질 때도 있겠지요. 그러나 생존 자체가 ‘성공한 리더’의 사명이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무리하게 성장을 추구하다가 그 조직이 망해버린다면 그것은 생존에 실패한 것입니다. 리더에게 생존과 성장은 상호 보완적이어야 합니다.

 

이에 더해 사회에 대한 차별화된 ‘기여contribution’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생존하고 성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모든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존재 이유입니다. 천하의 미물도 생존과 성장을 원합니다. 반면에 진정으로 성공하는 리더는 무언가에 기여한 사람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새로 창출된 가치가 리더십의 교체로 인해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새로 창출된 가치는 또 다른 미래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통과 문화로 정착되어야 합니다. 어떤 리더가 생존과 성장을 이루고, 또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고 해도 그것이 그 리더의 재임 기간에만 머문다면 그것은 진정한 성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바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추구했던 가치가 미래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악의 리더는 '미래를 망치는' 리더

리더가 절대로 범하지 말아야 할 실패는 ‘미래를 망쳐놓는 것’입니다. 미래를 망치는 리더는 가장 심각한 결격 사유를 가진 리더입니다.

 

성공한 리더는 그가 가진 재물이나 명성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의 생존과 더불어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정신적 가치로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놓는 사람입니다. 그 정신의 가치를 다시 생존시키고 성장시켜나갈 후계자를 ‘잘’ 양성하지 못한 사람은 결코 성공한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리더는 길게 보는 사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

‘내 임기에 모든 것을 해치운다in my terms do everything’는 태도는 매우 위험합니다. 그러면 모든 구성원이 늘 짧은 호흡으로 ‘단기 성과short term performance’만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리더는 길게 보는 사람,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Photo by Markus Spiske on Unsplash)

변화와 변신 - 미래를 대비하는 선제적 준비

불가피한 환경의 변화를 통제할 수 없다면 자기 자신을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급변하는 외부의 환경에 수동적으로 반응할 뿐입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수동적인 반작용reactive을 보이는 식입니다. 하지만 진짜 탁월한 경영자는 사전에 대책을 강구proactive합니다. 그들은 지금 당장의 실적과 상관없다고 할지라도 변화에 미리미리 대비해서 선제적으로 준비합니다. 리더 개인의 통찰력을 통해서, 혹은 스태프들의 보고나 정보 제공을 통해서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감지해냅니다.

 

조직의 선제적 변화는 리더의 책임

모름지기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라면 자신의 업무 중 최소한 절반은 변화를 분석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 바쳐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당장의 경영 이슈에 함몰되다 보면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변화의 먹구름을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리더가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릴 때 회사의 미래는 없다는 점을 꼭 명심하십시오. 탁월한 경영 리더라면 외부의 변화가 초래할 미래의 모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간단명료한 공유

첫째, 변화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리더로서 내가 바라고 있는 변화의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고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절대로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목표를 잡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서도 안 됩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 목표를 설명하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목표가 복잡하면 사람들마다 해석이 달라집니다.

 

하지 않아도 될 일 목록

둘째, 변화를 방해하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사전에 수행해야 합니다. 리더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그 조직은 이미 수많은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게 됩니다. 문제가 있는 조직일수록 수많은 대책이 이미 시도되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의 목록not-to-do list’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해야 할 일 목록to-do list’ 작성은 잘하는데, 하지 않아도 될 일의 목록을 만드는 데는 서툽니다.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불필요한 일을 해야 할 일의 목록에서 덜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를 위한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불필요한 일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변화를 원해도 그것을 추진할 시간이 없습니다.

 

작은 성공 스토리 확산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 세분화 단계입니다. 이 세 번째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작은 성공 스토리small success story를 많이 발굴해내고, 이를 구성원들 사이에서 계속 확산시켜나가는 것입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단계입니다. 초기에 이런 작은 변화들이 성공한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이게 가능한 일이구나’라는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정기적으로 그런 작은 성공 사례들을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변화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한 달에 한 번, 혹은 분기에 한 번 정도는 성공 스토리를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추동력이 형성됩니다.

 

어떻게 따르게 할 것인가?

변화 자체를 위한 단계는 아니지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내용이 또 있습니다. 그것은 변화가 실현되려면 오히려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처음에는 거창하게 여러 가지 목표를 제시하면서 변화를 촉구합니다. 그런데 변화를 주문했던 리더가 수시로 변화의 목표를 수정하거나 심지어 중도에 포기하기도 합니다. 일관성과 지속성이 유지되어야만 변화를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리더의 ‘솔선수범’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변화를 주문하면서 정작 자신은 변화하기를 거부한다면 구성원들은 그 리더가 제시하는 변화의 목표에 공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구성원들은 의외로 리더의 말보다는 행동을 보고 그를 판단합니다. 이 점을 명심하십시오. 저 사람을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변화를 주창하는 리더의 말이 아니라, 변화를 직접 몸으로 실천하는 리더의 자세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리더의 시간 - 일하는 시간 vs 생각하는 시간

시간이 아니라 실력

회사에서 임원이 된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실적을 많이 내는 것입니다. 실적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실력과 노력에 연동되어 있을 것입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가졌거나, 열심히 노력해야 성과를 내는 법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탁월한 실력은 승진했다고 즉시 향상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실력은 점진적으로 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임 임원들은 일하는 시간을 늘려서 성과의 양을 늘리려 하는 것입니다. 실력을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더 해서 성과를 내려는 것입니다. 임원이 되어 그야말로 죽도록 일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제가 그런 전통에 익숙한 후배 임원들에게 늘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임원을 시킬 때 회사가 원하는 것은 일하는 실력을 늘리라는 것이지, 일하는 시간을 늘리라는 것이 아니다.” 죽기 살기로 24시간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부하 직원들을 자정까지 붙들어놓고 일을 시키고, 다음 날 새벽에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임원에게 맡겨진 역할이 아닙니다. 그런 무지막지한 경영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승진한 임원들에게 나타나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회의의 빈도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직접 여러 부서의 보고를 받고 다양한 현황과 정보를 확보하면 그것으로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착각하는 현상입니다. 자신의 정보력은 증대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지식은 이미 회사 내에 있던 것을 옮겨놓은 것뿐입니다. 팀이나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제가 말하는 임원이 갖추어야 할 실력은 회사 내에 있지 않던 지식을 쌓는 것을 말합니다. 임원의 실력이 늘어야 담당 부서를 잘 운영하게 되고, 회사가 기대하는 공헌을 할 수 있습니다.

 

똑게와 똑부, 멍게와 멍부

대기업에서는 ‘똑게’가 가장 이상적인 경영자입니다. 똑똑하지만 조금은 게을러야 합니다. 즉 미래를 향한 통찰력은 뛰어나고 판단력은 우수하지만, 권한을 부하 직원들에게 과감하게 위임할 수 있는 스타일이 좋습니다. 이런 사람은 마치 게으른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경영자입니다. 똑부, 즉 ‘똑똑하고 부지런한 경영자’는 본인은 유명해지겠지만 회사와 조직의 발전에는 이득을 주지 못합니다. 너무 부지런해서 모든 일을 자신이 관장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부하 직원들은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똑부’가 이상적인 경영자라고 생각합니다.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리더는 똑부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조직의 장들은 부지런함을 넘어 너무나 바쁘게 지냅니다. 그러나 조직의 장은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지, 육체적으로 바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 일 목록’을 만드는 것입니다.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또 일하는 시간 중에서 필요하지 않은 시간을 먼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그것은 마치 미켈란젤로와 같은 조각가가 대리석으로 어떤 형상을 조각할 때, 필요 없는 부분을 먼저 제거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명작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야 합니다. 생텍쥐페리의 명언인 “완벽하다는 건 무엇 하나 덧붙일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格의 발견 - 리더가 독서광이 되어야 하는 이유

통찰력은 결국 독서를 통한 사고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좋은 결정을 내리는 의사 결정자는 대체로 다독가多讀家입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간접적인 경험의 폭을 넓혀놓은 사람들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독서는 관심의 영역을 확대하고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줍니다. 생각의 근육도 키워줍니다. 판단력을 정교하게 만들어줍니다.

 

개인적으로 제게 통찰력을 주는 분야는 ‘진화’에 관한 책들입니다. 흔히 고전을 통한 지혜를 모색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고전을 이해하려면 옛 시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생명체가 종족을 보존하고, 상황에 대한 최적화를 통해 생존을 영위할 뿐 아니라 점차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저는 진화에 관한 책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게는 이런 생명체의 진화가 조직이나 기업의 생존 및 성장의 과정과 많이 닮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생명체가 환경에 맞추어 진화하는 것과 한 조직이나 사회가 점진적으로 발전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생명체나 최적의 환경에서 생존을 도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1년에 70~100권 정도의 책을 읽습니다만 솔직히 그중에서 약 3분의 1 정도에서만 어떤 영감을 얻게 됩니다. 제가 읽었던 모든 책이 좋은 책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많은 책들이 내용은 충분하고 좋은데 제시presentation하는 방법이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런 책들은 50페이지 정도만 읽다가 중단해버립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제시하는 방법도 마음에 든다면, 그때부터 속도를 늦추면서 끝까지 정독합니다. 이것이 제가 책을 읽는 방식입니다.

 

저는 다양한 방면에 종사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 사람과의 소중한 만남을 통해서 우리는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 전체를 듣게 됩니다.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과의 만남은 때로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합니다.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는 사람의 방식을 관찰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사고의 경직성을 발견하면 놀라기도 합니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그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어떤 기준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의사 결정자는 골방에서 혼자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다른 분야,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영감을 얻는 사람입니다.

 

직급과 직책이 올라갈수록 일하는 시간을 늘릴 게 아니라 실력을 늘려야 합니다. 소소한 일에 소모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의사 결정 - 무엇을, 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저는 이런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6:4의 원칙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 그러니까 앞으로 닥칠 일의 60% 정도를 미리 예측해보고, 그 60%가 실현되었을 때 일어날 일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미래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게 됩니다. 준비를 해놓지 않고 있으면 반드시 쇼크가 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는 60%라는 한계를 먼저 인정하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최적의 의사 결정 프로세스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혹은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스타팅 포인트와 파이널 골을 설정하고, 그 중간 과정에서 수행 방법methodology을 찾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이 내가 앞으로 이룩하고 싶은 목표나 목적의 출발점이 됩니다. 무조건 전교 1등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어리석은 것입니다. 전교 꼴등인 학생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전교 1등이 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의 현재 상황입니다. 그래야만 그 사람이나 조직의 목표가 설정될 수 있습니다.

경영에 이를 적용해봅시다. 제일 먼저 자기가 속한 조직의 본질적 속성, 그리고 현재의 장점과 단점이 냉정하게 도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이 세워지는 모든 목표는 허황된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의사 결정의 출발점은 현재 상태에 대한 냉정한 평가입니다.

 

자신이 내려야 할 의사 결정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도 빠뜨려서는 안 됩니다. 이른바 ‘업의 개념’을 먼저 정립해야 합니다. 이 결정에 의해 초래되는 결과의 본질은 무엇인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가? 왜 이런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가? 이 결정은 개인과 조직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와 충돌하지 않는가? 때로는 이런 철학적인 질문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내리려는 의사 결정이 제조에 관한 것인지, 서비스인지, 아니면 두 가지가 함께 섞여 있는 것인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업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파악했을 때 우리는 바른 의사 결정을 위한 적절한 포지셔닝positioning을 하게 됩니다.

 

개방적인 자세를 유지하라

독단적인 의사 결정은 매우 위험합니다. 반복되는 말이긴 하지만, 리더는 의사 결정을 할 때 많은 부분을 위임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이런 개방적인 자세를 지닌 경영자들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요즘 많이 활용되고 있는 빅 데이터에 의한 의사 결정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특히 빅 데이터 활용은 시장 조사에서 막강한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집단지성의 지표를 참고하겠다는 개방적인 자세가 좋은 의사 결정자의 첫 번째 선행 조건입니다.

 

여유가 최고의 조언자다

두 번째 조건은 신체적, 정신적, 금전적, 시간적 여유입니다.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내린 결정은 올바를 수가 없습니다. 무언가에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의 시야는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유가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시간적 여유도 중요합니다. 어쩌면 경영자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시간적 여유일지도 모릅니다.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지만, 중요한 결정일 경우에는 반드시 시간이라는 최고의 조언자가 필요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즈니스는 없다

의사 결정 시에는 무엇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까요? 우선 결정을 내리기 전에 회사의 운명이 이번 결정에 달려 있는지, 아니면 회사가 문을 닫거나 하는 운명적인 문제이기보다는 매출의 증대 또는 손해의 증가 등을 초래하는 문제인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사활의 문제인지 손익의 문제인지를 먼저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현재의 안전을 계속 도모하면서 미래의 성장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현재의 수익을 극대화시키면서 동시에 미래에도 전망이 밝은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런 어중간한 태도는 현명한 경영적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그런 비즈니스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의 조언은 이것입니다. 현재의 호황 국면에 현혹되지 말고 미래의 위험을 무릅쓰라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 현재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라고 해도, 그 순간의 호황에 만족한다면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미래를 지체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미래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불확실한 사업에 투자를 결정했을 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또한 리더의 숙명입니다. 그 책임을 남에게 돌릴 수는 없습니다. 리더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미래를 생각하며 때로 힘든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고독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고독한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2장_ 조직 원칙과 시스템

조직도 (출처: pixabay)

조직도 - 사람을 채우기 전에 조직도부터 그려라

새로 구성되는 조직이나 회사의 리더들은 자신의 꿈을 먼저 이야기하기를 좋아합니다. 이른바 비전을 제시하는 것vision casting입니다. 자기가 맡은 부서나 회사의 현재 상황status, 능력capability, 인적·물적 자원resource 등은 파악하지 않은 채, 제일 먼저 자신의 거창한 비전vision을 내세웁니다.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는 것이지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상태에 대한 리더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final goal가 무엇인지, 궁극적인 지향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최종 목표를 정확하게 예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통찰력의 결과일 것입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결단력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물론 향후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과 목표를 공유하여 피드백을 받고, 지난한 수정을 거쳐 최종 목표를 설정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조직도는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리더는 항상 주도적으로 ‘우리의 지향점은 이것이다. 어떻게 조직을 셋업해야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요? 대부분의 리더들은 인사팀에서 미리 준비해준 조직도를 바탕으로 회사의 운영 시스템을 결정하곤 합니다. 즉 이미 그려져 있는 조직도의 빈칸에 어떤 사람을 쓸지만 고민할 뿐 조직도 자체를 새로 그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조직의 셋업에서 우선 중요한 일은 조직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런 부서와 저런 기능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보고 ‘가상의 조직도’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만약 이 단계가 불가능하다면 첫 번째 단계가 부실했다는 증거입니다. 즉 조직의 현재 상태를 모르고 있으며, 미래의 목표도 불확실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조직 체계는 본인이 직접 만들고 또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도를 인사팀이나 다른 기획팀에서 만들어 오는 것(또는 만들어 오라고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먼저 만든 것을 인사팀이나 기획팀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수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최초로 그리는 가상의 조직도는 리더가 직접 주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서명은 무조건 명확 심플하게

중요한 것은 회사나 부서명을 ‘팬시fancy하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부서명은 무조건 심플simple하고 명확clear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너무나 간단하고 명확해서 그 회사의 구성원들이나 그 분야에 종사하는 다른 회사의 사람이 부서의 명칭만 들어도 그 역할과 임무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이름이어야 합니다.

 

부서의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하게

다음에 할 작업은, 부서의 역할을 구분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과정입니다. 이른바 R&R(Role and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는 단계입니다. 물론 부서별, 책임자별 R&R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보편타당한 수준까지는 정해야 합니다.

 

흔히 조직의 구조를 플랫flat하게, 즉 계층 단계를 적게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합니다. 플랫한 조직은 상하 간의 소통이 원활하고 피드백이 많아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조직에게 이상적인 조직 형태입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 상사가 직접 보고받는 부서의 수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한 플랫한 조직은 오히려 보고자의 증가로 상사의 최종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제 경험상 한 사람이 직접 보고받는 최대 인원은 20명 정도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조직의 구조가 잘 짜여 있다면 최대 30명까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조직도에서 무조건 플랫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이 최고 상사에게까지 그리고 역으로도 신속하고 제대로 전달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플랫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체크와 밸런스로 공정하게

조직을 구성할 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부서 간이나 부서 내에서 책임에 대한 체크와 밸런스check and balance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어떤 사람이나 부서가 하나의 프로그램을 완성시킨다면 그것을 검증하는 사람이나 부서는 반드시 제3자여야 하며, 그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체크와 밸런스 기능을 명확하게 하는 것은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닙니다. 자기가 수행한 업무의 잘못된 점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넘어가는 역기능을 방지하고, 다른 부서의 관점에서 제기된 좋은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부득이하게 같은 부서에서 평가를 하게 되었다면 개발자나 평가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분리해주어야 합니다.

 

 

적임자 - 누구를, 어디에, 언제, 어떻게 채울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점은 ‘먼저 조직도를 그린 다음 적임자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조직도가 우선입니다. 그다음에 적임자를 찾는 것입니다. 조직도를 그리긴 그렸는데 빈 박스에 들어갈 적임자가 당장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직도를 상황에 맞게 바꾸어야 할까요? 아니면 그 부서를 아예 없애버려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적임자의 이름이 들어갈 빈 박스는 비워 둔 채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그 부서를 책임질 사람이 당장 없다면 일시적으로 겸임 체제로 가야 합니다.

 

조직도에 빈 박스가 남아 있지 않으면 그 박스의 적임자를 찾는 작업을 잊어버릴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빈 박스를 남겨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최적의 적임자를 찾는 노력을 계속하게 됩니다.

 

적임자를 찾는 기준

실제로 가상의 조직도를 짜다 보면 실력이 비슷한 사람 두 명이 후보에 오를 때가 있습니다. 경험이나 역량이 비슷한 사람이라고 칩시다. 이때 두 가지의 고려 사항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두 인물에 대한 인사 담당 부서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제 3자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지요. 가상의 조직도를 짠다고 해서 무조건 자기 판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주로 후보자들의 성격이나 품성에 대해서 저와 다른 평가가 있는지를 주목하는 편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빈 박스가 요구하는 자격과 현재 상황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두 인물의 경험과 실력이 비슷해도 맡게 될 일의 현 상황은 어떤 한 사람에게 더 적합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직이 구성된 첫 단계라면 그 상황에 맞는 사람을 선택해야 하고, 조직이 안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면 또 그 상황에 맞는 사람을 다시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배치된 인재는 '인덱스'로 관리

조직의 각 부서가 원래 의도했던 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덱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물론 최고경영자가 모든 부서의 인덱스를 만들 수는 없다는 점부터 먼저 밝혀두고자 합니다. 따라서 각 부서의 책임자 또는 팀장을 불러서 그 일을 맡기고, 인덱스를 만드는 작업을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이미 R&R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맡은 부서가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한 인덱스를 만들게 합니다.

 

모든 부서가 스스로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공정한 인덱스라 할 수 있습니다. 부서들이 작성한 인덱스에서 꼭 확인해야 할 것은 수행 평가를 위한 항목 수와 목표치의 적정성입니다.

 

매년 집중해서 효과를 극대화시킬 항목을 2, 3개로 국한시킬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수행 평가 항목들의 목표치가 도전적인지 일일이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 조직의 생리상, 조직의 구성원들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인덱스로 제시하게 됩니다.

 

제가 삼성전자의 경영을 맡고 난 다음부터 사용했던 인덱스의 예로 삼성컬처인덱스SCI: Samsung Culture Index(삼성문화지수)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인덱스는 정확한 숫자를 통해 삼성전자에 속한 모든 부서의 만족도를 산출할 뿐 아니라 조직에 대한 자부심, 공정성 등을 드러냅니다. 부서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회사 조직에 대한 신뢰Trust, 자부심Pride, 행복감Fun 등을 체크하기 위해 70여 개 질문 항목으로 나누어 ‘매우 나쁘다’에서 ‘매우 좋다’까지 5단계로 답변하는 일종의 앙케트 조사입니다.

 

조직 관리를 잘하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하는 것보다 이런 공정한 인덱스를 잘 만들어서 시행하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특정 부서 구성원들의 SCI 지수가 높아지면 그 부서의 조직 관리가 상대적으로 잘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100%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경영의 인덱스로서는 매우 적절하게 활용되었습니다.

 

조직을 운영할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각각의 부서들이 미래의 위기 사태를 사전에 대비proactive하는 구조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때 정보의 원활한 유통이 제일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며, 그리하여 부서 간 피드백이 자유롭고 신속하게 오간다면 미래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사일로 파괴 - 그들만의 왕국을 파괴하라

불행한 회사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 다른 문제점을 이야기합니다. 만성적인 적자의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면 다들 다른 이유를 댑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적자가 계속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모든 적자 부서의 구성원들이 서로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또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까요?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나 부서의 공통점은 모두 사일로silo(곡식 등을 저장하는 굴뚝 모양의 창고)처럼 사업 부서와 인력 자원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원활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은 한 개의 사일로 안에서만 일어납니다. 다른 사일로에 있는 사업 부서나 구성원과는 서로 대화하지 않는 공통적인 현상을 보입니다.

 

이럴 경우, 제가 사용하는 특단의 대책이 있습니다. 사일로에 소속되어 있는 인력, 특히 책임자를 서로 교차 배치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로테이션을 시키는 것이죠. 자신이 어느 사일로로 배치될지 모를 정도로 극적인 로테이션을 시키면 사일로 간의 폐쇄적인 구조는 와해되고, 소통이 시작됩니다.

 

왕을 교차 배치하라

사일로는 일종의 자신들만의 왕국입니다. 개발, 제조, 마케팅 사일로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칩시다. 각 사일로의 리더는 마치 고독한 섬나라 왕국의 왕처럼 군림합니다. 다른 사일로와의 소통을 부하 직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자신은 왕국의 꼭대기에 독야청청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제품 개발의 왕, 제조의 왕, 그리고 마케팅의 왕입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현재 위치에 만족합니다. 어떤 직원이 제품 개발의 왕에게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개발해보자고 의견을 내면 개발의 왕은 그것을 자신의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야, 너 입 다물고 조용히 있어. 그런 건 내가 옛날에 다 해봤던 거야!”라고 윽박지릅니다.

 

제가 취하는 방식은 ‘제품 개발의 왕’을 그 사일로에서 차출해 ‘제조의 왕’ 자리에 앉혀 주는 것입니다. 그것도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게 전광석화처럼 인사 발령을 내버립니다. 당연히 ‘제품 개발의 왕’은 당황하겠지요. 왕의 자리에 추대되어왔지만 그는 개발 부문에서만 왕이었을 뿐 제조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럼 새로 추대된 왕은 어쩔 수 없이 그 사일로에 속한 부하 직원들의 말을 듣기 시작합니다. 소통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편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으려 합니다. 기존의 사일로에 머물러 있으려고 합니다. 그게 더 편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강제적인 요소가 일정 부분 동원되어야만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저의 관찰의 결론이었습니다. 리더는 이런 강제적인 부분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물론 일부 예외도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외부의 강제력이 없어도 스스로 변화를 도모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리더에게는 큰 행운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늘 소수였습니다. 물론 중소기업처럼 제한된 인력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이런 방식으로 운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몇몇 부서만이라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길 권합니다.

 

인력 교차 배치의 실제 성과

이런 식으로 인력을 교차 배치해서 사일로의 폐쇄성을 허물어트려왔지만 성공 확률은 약 3분의 1 정도였습니다. 다른 사일로에 배치시켰던 인력 중 3분의 1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적응을 잘하고 나름대로 성과를 냈습니다. 또 다른 3분의 1은 1년 정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마지막 3분의 1은 저성과자로 분류되고 말았습니다. 아쉽지만 이런 저성과자들은 정리의 순서를 밟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계를 극복하는 사람은 성장하지만, 그 한계 앞에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안타깝지만 조직을 위해서 자기 자리를 정리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차세대 리더의 육성을 위해서라도 3년 정도에 한 번씩은 반드시 사일로 간의 인력 교차 배치를 실시해왔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교차 배치를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 경우 삼성전자 사장으로 임명받은 후부터 이런 실험적인 인사 정책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는 이유

저는 정공법을 선택합니다. 공개적으로 혹은 뒤에서 비판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를 회피하거나 얼버무리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짚고 넘어갑니다. 그러지 않으면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회사나 조직이 중요한 결정을 내렸을 때 이를 공개적으로 혹은 뒤에서 저항하는 세력이 있으면 반드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조직의 미래를 결정할 때는 단호한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런 식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릴 때는 리더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하는가도 늘 생각해야 합니다. 사일로를 무너뜨리고 실험적인 인력 배치를 강행하지만, 오히려 저는 사람들 앞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삼갑니다. 절대로 목소리를 높이거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직원을 나무라지 않습니다. 행동도 크게 하지 않는 편입니다. 대신 일 처리나 사람을 대하는 관점에서 좀 더 철저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어떤 조직은 오퍼레이션 조직으로 운영됩니다. 순간순간의 운영과 단기간의 이익에 집중하는 조직이나 부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오퍼레이션 조직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늘 뿐만 아니라 지식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실력과 지식이 축적되는 조직에게만 미래가 있습니다.

 

극단적인 목표를 제시했을 때 듣게 되는 첫 번째 반응은 대부분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라는 말입니다. 충분히 그런 반응이 나올 만합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리더가 해결책을 먼저 제시하거나 자신의 뜻을 서둘러 밝혀서는 안 됩니다. 대신 “그렇다. 나도 인정한다. 그런데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당신에게 이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을 이런 식으로 벼랑 끝에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기’는 장기적이면서 어려운 과제일 때 효과가 있습니다. 단기 목표에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하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단기 목표를 위해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면 그 사람은 아예 포기해버리고 벼랑 끝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자고 하는 것이 경영입니다.

 

매일 ‘오퍼레이션’에만 주력하는 회사에서는 기껏해야 단기적인 ‘솔루션solution’만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조직의 미래가 지금보다 개선되기를 원한다면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methodology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오퍼레이션 조직에 머무르면 그 기업에서는 ‘스타’가 탄생합니다. 한국 피겨 스케이트의 김연아 선수와 같은 존재입니다.

 

 

운영 원칙 - 최종 판단의 구심점이 되는 의사 결정 원칙

우선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서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모든 의사 결정의 구심점이 되는 근본 원칙이 세워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두가 따라야 하고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기준입니다. 물론 최종 결정을 내리는 리더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 결정의 대원칙

제가 세운 최종 의사 결정의 기본이자 대원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종합기술원의 연구원이 지금 수행하고 있는 연구 주제가 결실을 맺고 구체화되었을 때 삼성그룹의 어느 특정 회사가 그것을 가지고 사업을 할 수 있는지, 혹은 새로운 분야의 창업이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입니다. 그리고 그 기업의 연구는 이익 창출을 위한 수단이어야 합니다. 주주와 회사의 구성원, 그리고 소비자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 기업은 이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익을 내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연구는 기술원에서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원칙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묻겠다고 했고 공개적으로 알렸습니다. 연구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사업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하라는 독려의 의도도 있었습니다.

 

의사 결정의 세부 원칙

최종적인 의사 결정의 대원칙은 세워졌지만 삼성종합기술원이 추구하는 연구의 방향에 대한 세부 원칙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번째 원칙을 발표했습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수행해야 할 연구 프로젝트의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런 연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입니다.

 

첫째로 세상에서 유일무이absolutely unique하고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연구라면 얼마든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처음 시도하는 분야의 연구라면 그런 연구는 지속시켜야 합니다. 제 표현대로 하자면 ‘아직 존재하지 않고, 아직 가질 수 없는not available and not accessible 기술’에 대한 연구라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기술을 연구를 통해 개발할 수 있다면 회사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당연히 이런 연구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 지원될 수 있는 연구는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available and not accessible’ 기술입니다. 이것은 외부 회사(주로 단일 회사가 독점하는 기술)로부터 구매할 수는 있으나 우리의 운명이 그 회사의 결정이나 방향에 좌지우지되는 기술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그들에게 맡겨놓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기술은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연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지금 존재하고 있고,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available and accessible’ 기술에 대한 연구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존 기술보다 월등하게 뛰어나서 기존 제품이나 기술을 대체replace할 수 있다면, 그 연구는 지원해야 합니다.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추가 조언

물론 사람을 경영해야 하고 주어진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사적 분야와 비영리 단체의 운영은 다른 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적 분야의 경영에서는 90%가 반대를 한다고 해도 확고한 리더십의 체계가 수립되어 있다면(이사회의 승인과 지지) 10%의 지분으로도 충분히 나머지 90%의 반대 세력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전배’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단계에 봉착하기 전에 리더십을 잘 발휘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비영리 단체나 공공의 영역에 속한 분야의 경우, 10%의 반대로 그 일을 추진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90%의 의견이 아무리 정당하고 필요불가결한 조치라고 할지라도 소수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비영리 단체나 공공 영역의 특징입니다.

 

사적 영역의 경우, 먼저 판단을 내린 다음에 구성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공적 영역인 경우 처음부터 구성원들을 의사 결정에 참여시키고,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적인 영역에서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사적 영역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格의 발견 - 문제 해결의 정석, '시프트 프론트'

‘시프트 프론트Shift Front’의 기본 개념은 사고 발생 시 ‘근본 원인root-cause’을 찾아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며, 평상시에는 선행 준비로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흔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하라고들 합니다. 우리는 글을 쓸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씁니다. 어색한 문장을 고치려면 왼쪽부터 수정해야 합니다. 출발점이랄까, 근본적인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 바로 ‘시프트 레프트’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가 가지고 있는 당장의 문제에만 주목하기보다, 근본 원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로 본다면 ‘시프트 프론트’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사고가 발생했을 때가 ‘시프트 프론트’하기 가장 쉬울 때입니다. 문제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할 때 방법론적으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는 것이 목적인데 대다수의 기업과 조직은 사고가 누구의 책임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관련 부서나 관계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진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시프트 프론트’는 문제 발생 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상시에도 잘 활용하면 회사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품질 부서나 테스트 부서는 보통 기술이나 제품 개발이 완료된 후에나 관여하게 됩니다. 그래서 항상 뒤처리만 한다고 불평이 나오기 쉽습니다. 개발 부서나 영업 부서가 주도권을 쥐고 모든 것을 결정하니 그렇게 느낄 만합니다. 만약 개발된 제품의 품질이 완벽하다면 품질 부서도 테스트 부서도 불필요해질지 모르나 그럴 경우는 전혀 없겠지요. 바로 여기에 기회가 있습니다.

 

제품을 개발할 때 어떻게 하면 나중에 품질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테스트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 부서에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평가와 보상 - 평가와 보상의 4P 시스템

저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덱스(평가지표)에 따른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 가장 적절한 평가와 보상의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이 있으면 큰 보상을 해주고, 과가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 소재가 가려져야 합니다. 신상필벌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은 인덱스를 잘못 활용하기 때문에 초래되는 문제일 뿐입니다.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사실 일반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덱스는 매출과 이익의 규모입니다. 좋은 제품을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팔고, 많은 이익을 남기면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엄청난 양의 제품을 팔아도 이익이 조금밖에 나지 않는다면 회사로서는 별로 이득이 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매출의 규모와 이익의 질quality을 정확하게 연동시켜 산출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인덱스가 될 것입니다.

 

무조건 많이 파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이익을 많이 남기고 파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제조업 회사들은 당장의 매출 규모를 인덱스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각 부서의 성과를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는 인덱스를 만들어서 그에 맞게 직원들을 평가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공정한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평가와 보상의 '4P 시스템'

이 시스템에 Pay, Performance, Promotion, Potential이라는 네 단어가 포함되기 때문에 ‘4P 시스템’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기업에서 성과를 평가해서 보상reward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돈(임금 인상 혹은 보너스), 승진, 그리고 칭찬이 그것입니다. 칭찬은 개인적인 격려를 의미하지만 월례회의에서 표창식을 거행하는 식의 공개적인 인정도 포함합니다.

 

개인이나 부서가 매출을 올렸다면 보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당해 연도에 장사가 잘된 것이 시황 덕분인지 아니면 개인이나 부서의 능력 덕분인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단순히 시황 덕분일 경우 반드시 ‘돈Pay’으로만 보상해야 합니다. 반대로 비록 이번 분기에 성과가 떨어졌지만 잠재적 성장 ‘역량Potential’이 있는 사람에게는 ‘승진Promotion’으로 보상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Pay by Performance’, 즉 성과를 올렸으면 금전적인 보상을, 그리고 ‘Promotion by Potential’, 즉 잠재적 성장 역량이 있으면 승진을 시켜서 보상해주는 4P 시스템이 완성됩니다.

 

4P 시스템의 핵심은 보상의 방식을 구분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돈(금전적 보상)과 승진을 약하게 연동loosely coupling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덱스를 기준으로 부서나 개인이 평가를 받게 되면 인덱스를 설정하는 문제에서부터 이익의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그 인덱스를 해석하고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인덱스 관리의 부작용, 즉 2차 효과secondary effect를 예상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제품의 제조 라인을 맡은 부서가 생산 효율성에 인덱스를 맞추고 생산량만 계속 늘렸습니다. 생산량을 늘리면 인덱스 점수가 올라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당연히 생산 기계를 100%에 가깝게 돌리면 인덱스가 올라가니까 생산 기계를 계속 돌리는 일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그렇게 무리해서 생산 기계를 돌리다 보니 장비가 부실하게 관리되었고 결과적으로 불량률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외형적인 생산량은 많았지만 불량품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생산량이 감소하게 된 것이지요. 어떤 때는 장비의 가동률을 올리기 위해 불필요한 실험을 하기도 했지만 정작 장비의 개선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장비가 개선되면 실제 가동 시간이 감소하게 되어 인덱스가 나빠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인덱스 관리의 부작용입니다.

 

그러므로 인덱스를 설정할 때 미리 부작용에 대비하는 조치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어떤 인덱스를 정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인덱스 평가에서 예외 조건이 있음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처벌의 세 규칙

저는 신상필벌의 원칙이 인화人和의 법칙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벌은 작을수록 좋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습니다만 그럼에도 신상필벌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고, 적절한 ‘벌’은 기업 경영에도 남아 있어야 합니다.

 

다만 처벌은 반드시 룰 베이스rule base로 처리해야 합니다. 정해진 처벌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상사의 개인적인 취향personal preference이나 입맛flavor대로 처벌해서는 안 됩니다. 리더의 기분에 좌지우지되어서도 안 됩니다. 반드시 원칙을 정하고 그 내용을 모든 구성원과 사전에 공유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처벌의 원칙 중 첫 번째는 ‘무관용Zero Tolerance’이 적용되는 경우입니다. 사회법을 어겨서 법적 처벌을 받거나 상식을 파괴하는 행동을 했을 경우에, 무관용을 적용합니다. 회사 내에서의 부정행위, 의도적인 기밀 유출, 물리적 폭력 행사, 성과와 관련된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무조건 아웃시킵니다.

 

두 번째는 ‘사커 룰Soccer Rule’입니다. 축구 경기에서 보듯이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는 모든 직원에게 적용됩니다. 주로 경영 현장에서 일어나는 부수적인 일에 적용되는 처벌 규정들입니다. 예를 들어 지속적으로 야간 근무를 시키는 상사가 있다면 불러서 1차 옐로카드를 발급합니다. 부하 직원들에게 자꾸 불공평unfair한 요구를 하는 것도 옐로카드의 발급 대상입니다. 심지어 과도하게 회의를 많이 하는 팀장에게도 발급됩니다. 옐로카드를 2장까지 발급해도 개선되지 않고 세 번째가 되면 레드카드를 발급하고 퇴장시킵니다.

 

마지막은 ‘베이스볼 룰Baseball Rule’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른바 삼진아웃three-strike out 제도입니다. 이 원칙은 임원이나 보직간부에게만 적용됩니다. 회의 시간에 직원들에게 욕설이나 상소리를 자주 해서 문제가 된 임원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불러서 경고를 했습니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아 두 번째로 불러서 경고를 하고 전문가를 붙여서 근본적인 치료를 하도록 조치를 취해주었습니다. 전문 상담가와 정기적인 상담을 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고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도 나아지지 않아서 퇴진시켰던 경험이 있습니다.

 

 

회의 문화 (출처: Unsplash)

회의 문화 - 무엇을, 누구를 위한 회의인가?

저는 삼성전자의 경영을 맡고 난 후부터 회의를 대폭 줄이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저는 평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회의를 하는 편입니다. 보고를 받는 회의는 가급적 개최하지 않고 대신 간담회를 많이 여는 편입니다.

 

회의와 간담회의 차이

회의는 기업 경영이나 조직 운영에 꼭 필요한 절차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회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이 먼저 내려져야 회의를 위한 회의, 즉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지 않게 됩니다. 저는 ‘회의’란 사전에 어떤 자료를 준비해 와서 참석자가 발표를 하게 되면 그것이 ‘회의’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PPT가 되든, 종이에 인쇄된 분기 실적 보고서이든 어떤 자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면 그것은 ‘회의’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회의’에는 사전 준비가 필수인 셈입니다. 발표를 위해 PPT도 만들고, 분기 실적 보고서도 인쇄를 해야 합니다.

 

‘간담회’는 성격이 다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자료가 책상 위에 놓여 있지 않은 모임을 저는 ‘간담회’라 부릅니다. 화려한 PPT 화면이 스크린을 장식하지도 않고,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도 없습니다. 탁자 위에 커피나 물 한 잔이 놓여 있을 뿐입니다. 참석자 수도 10명 이하로 제한합니다. 따라서 ‘간담회’는 정기적으로 하는 보고가 아니라 상황에 필요한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자리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방식이 바로 이 ‘간담회’ 형식입니다.

 

간담회에서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참석자의 실력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토의 안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아예 대화 자체에 참여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구두시험을 자연스럽게 보는 셈이지요.

 

결국 회의의 핵심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주제로 옮겨가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주의 실적이 나빴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하고, 그 이유를 제공한 사람이나 부서를 추적해 들어가야 합니다. 이럴 경우 회의는 한참 동안 그 잘잘못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회의 시간의 거의 90% 이상이 과거의 실적에 대한 분석과 책임 소재 공방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회의는 멘토링이다

그야말로 무의미한 회의,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회의 자체를 없애버리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썼고, 재직 시에는 가급적 회의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제가 정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주재하는 회의는 그야말로 ‘상징적인 회의’였습니다. 회의를 정기적으로 한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알려서 조직의 긴장감을 틀어쥐기 위한 회의들입니다. 그중에서 제가 지속적으로 개최한 것은 ‘환경 안전 회의’였습니다. 삼성전자가 워낙 큰 회사다 보니 자칫하면 환경 문제나 안전 문제가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회의는 정기적으로, 그리고 전 구성원들이 그 회의의 개최를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기적인 회의의 존재를 알려서 저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입니다.

 

저는 회의 시간에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1. 지시는 많이 하지 않고 질문을 많이 한다.
  2. 회의를 위한 회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3. 회의를 정시에 시작하고 약속된 시간 내에 끝낸다.

 

회의를 주재하는 리더의 역할은 주로 직원의 성과를 체크하고 그 잘잘못에 대해서 피드백을 주는 것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새로운 제품 개발이 늦는다며 닦달하고,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시시콜콜 추궁합니다. 회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부하 직원들은 변명을 늘어놓느라 바쁘지요. 그러나 저는 실적과 같은 팩트 체크보다는 직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에게 인간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쪽을 선호합니다. 선배가 후배 대하듯이 인생 조언도 아끼지 않고 해줍니다. 인간적인 유대 관계를 맺어 가는 것이지요.

 

회의를 하는 진짜 이유

저는 회의 시간에 발표할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소비하는 부하 직원들에게 매우 엄중하게 경고하곤 합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일을 하라고 합니다. 간혹 자기가 필요해서 자료를 들고 오는 참석자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한두 장을 넘기지 못하도록 합니다.

 

제가 회의나 간담회를 통해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간단합니다. 라운드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안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합니다. 각 부서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 부서장 혹은 팀장들에게 순서대로 물어봅니다. 이번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 것이 좋을지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냐고 먼저 물은 다음, 반드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다시 물어봅니다. 그런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 이유를 알아야 상대방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부분장이나 팀장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가 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내려줍니다. 제가 경영을 맡았던 반도체 분야는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간담회 참석자들의 의견이 한 방향으로 모아진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간담회 참석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면 그 모임을 중단시키고, 내일이나 다음 주에 만나서 다시 얘기해보자고 합니다. 모든 결정을 제가 최종적으로 내리지 않았습니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우선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설령 본인의 판단에 자신이 있어도 다른 의견이 도출될 때는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회의를 하는 진짜 이유입니다.

 

 


3장_ 전략 생존과 성장

너 자신을 알라 - 업의 본질, 현재와 미래를 직시하라

자기 회사의 스타팅 포인트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자기 개인의 경영 능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맡고 있는 회사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내가 경영하는 회사의 현재 상태가 최고 수준인지, 중간 정도인지, 아니면 바닥을 헤매고 있는지, 자기 자신이 그 정확한 상태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런 냉정한 자기 성찰과 평가를 통해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나가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은 절대로 미래의 변화를 준비하지 못해 실패하게 됩니다.

 

사업의 본질에 맞는 전략

전통적으로 사업의 종류를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사업을 출판인쇄업, 조선해운업, 방송통신업 등으로 분류합니다. 물론 조세적인 측면에서 편의적으로 이런 분류 방식이 도입된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애매모호한 분류가 전 산업 분야에 정착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하는 사업의 본질을 규정하는 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조업은 어떤 전략을 실천해야 할까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제조업은 무조건 실력을 ‘절대치’로 가져가야 합니다. 기술이 절대적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됩니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는 세계 1등, 그것도 압도적 1등이 아니면 지속 성장마저 어려운 환경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서비스업이라고 하면, 그것은 세계 1등을 가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치’로 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어느 회사보다 우월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서비스업의 경우 ‘우월전략’을 목표로 전략을 짜야 하는 것입니다.

 

상황과 방향에 따른 전략

새로운 전략을 수립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현재 사업의 베이스캠프가 튼튼한가에 대한 사전 확인입니다. 이른바 ‘캐시 카우cash cow’가 있어야 다음 단계의 전략을 수립하기에 용이합니다. 지금 당장 새로운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우선 새로운 사업과 전략의 확장성을 도모할 수 있는 캐시 카우가 필요합니다. 캐시 카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겁 없이 달려드는 젊은 경영자들이 있는데, 멋져 보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오래가지 못합니다. 전략의 기본은 우선 자신의 베이스캠프를 튼튼하게 구축해 두고 배수진을 치는 것입니다.

 

전략을 짤 때는 기본적으로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야 합니다.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이 크게 나눌 수 있는 두 가지 상황일 것입니다. 각 상황에 따라 전략은 다르게 수립되어야 합니다. 먼저 기존 사업의 경우, 전략의 핵심은 ‘지속 성장’에 달려 있습니다. 생존하고 성장하는 것이 기존 사업의 목적입니다. 기존 사업의 전략 목표의 핵심은 ‘절대적인 경쟁력’ 확보에 달려 있습니다.

 

제가 경영을 맡았던 삼성 반도체에서는 이를 ‘초격차 전략’이라 불렀습니다. 격차를 벌릴 만큼 벌려놓자, 후발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기술적 격차를 벌리자는 ‘초격차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중요했던 것은 ‘조금이 아니라 아예 초격차를 만들어버리자’는 것이 우리들의 전략이었습니다. 우리를 추격해오던 2등 회사가 ‘이제 더 이상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냥 2등에 만족하자’라고 할 때까지 기술적 격차를 벌려나가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다른 회사보다 조금 나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압도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나머지 모든 가치는 모두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초격차 전략’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미래'가 판단의 기준이다

항상 ‘미래’가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미래가 다르게 펼쳐질 것 같지만 현재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특정 부서와 프로젝트를 남겨두자는 의견을 듣기도 했습니다. 지금 당장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분명히 없어질 프로젝트임에도 남겨두자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사라지고 말 것들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버리라고 강조했습니다. 확실한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을 때 주변으로 외연을 확장해서 사업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그런 조직이나 프로그램, 혹은 생산 라인의 문을 닫도록 조치했습니다.

 

기존 사업의 경우, 만약 주력 분야의 핵심 역량이 확실히 확보되어 있다면 그 주변으로 외연을 확장해 가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최근에 세계적 음향기기 및 전장 업체인 하만Harman International을 인수해서 외연을 확장한 경우입니다. 삼성전자는 그야말로 ‘전자회사’이기 때문에 전장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기술적인 점프가 아닙니다. 이런 점차적인 외연의 확장을 통해 두 회사는 상호간의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초격차 전략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1980년대부터 2000년까지 반도체 시장에서는 20여 개 이상의 회사들이 무한 경쟁의 치킨 게임(두 명의 경기자 중 어느 한쪽이 포기하면 다른 쪽이 이득을 보게 되며, 각자의 최적 선택optimal choice이 다른 쪽 경기자의 행위에 의존하는 게임)을 벌였습니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공격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했습니다. 그러나 PC 시장의 사업 상황에 따라 반도체 사업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급 과잉으로 1년 사이에 가격이 70~80%까지 급락하던 해도 있었고 공급 부족일 때는 없어서 못 파는 해도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익을 내는 법

제가 메모리 사업을 맡게 된 후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익을 내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다음 저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끊임없는 노력과 개선으로 경쟁자를 조금 앞서온 방법만으로는 천수답 형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천수답 경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절대 경쟁력이 필요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선이 아니라 혁신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쟁자가 쫓아올 수 없는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기로 한 것입니다.

 

초격차란 단순히 기술의 격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초격차란 단어에는 연구개발 목표 설정 및 방식, 제조 라인의 운영과 시스템, 인프라, 일하는 방법, 문화 등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개선은 부서별로 순차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혁신은 모든 부문이 동시에 진행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삼성 반도체, 초격차를 실현하다

조직 개편 후 첫 번째로 내린 지시는 공기工期를 절반으로 줄이고, 수율을 상상하기조차 힘든 목표로 설정한 뒤 그것을 반드시 달성하도록 독려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쉽게 달성시킬 수 있는 목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론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었을 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직원들은 기존 방법으로는 도저히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자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다른 방법, 즉 혁신적 방법을 시도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직원들은 ‘개선’이라는 보수적인 영역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했고, ‘혁신’의 영역으로 생각의 틀을 점차 바꾸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목표 도달로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이런 혁신의 분위기가 반도체 제조 라인의 문화로 정착되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목표 설정을 상향식bottom-up이 아니라 하향식top-down으로 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과감한 신기술과 신공정 도입, 새로운 개념의 설계를 시도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하여 검토하고 준비하는 것도 개발 혁신의 일환이 되는 것입니다. 이로써 개발팀 역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저는 제조 라인과 개발팀이 기초 연구부터 상호 협력하는 체제로 일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많은 박사 인력들이 제조 라인으로 전배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반발하는 인력도 있었지만 현장 근무를 하다가 다시 돌아오면 연구원들의 수준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실전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다른 부서들도 기본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대응하는 자세에서 주도하는 자세로 바꾸도록 노력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프트 프론트’ 문화로 바꾼 것입니다.

 

초격차 전략의 진정한 의미

초격차는 단순히 시장의 파워나 상대적 순위를 의미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비교 불가한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끊임없는 혁신, 그에 걸맞은 구성원들의 격을 의미해야 합니다. 제가 경영 현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하나씩 실현시킨 ‘초격차’란 미래를 대비하여 기업의 모든 차원을 과감히 혁신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다른 누군가와 비교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기술은 물론 조직, 시스템, 공정, 인재 배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格, level’을 높이는 것이 초격차 전략의 진정한 의미인 셈입니다.

 

초격차란 규모나 자본에 의해 그 실현 가능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한 혁신을 향한 리더의 의지, 구성원의 주도적 실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히 실행에 옮겨 자신만의 ‘격’을 만들어가기 바랍니다.

 

 

혁신 전략 - 개선이 아니라 혁신이다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체질을 개선해나가는 데 만족하지 말고, 아예 생각 자체를 바꾸는 혁신적인 사고가 요구됩니다. 개선은 실무자가 하는 것이라면 혁신은 리더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점진적인 개선은 실패할 경우가 거의 없지만, 파격적인 혁신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리더의 적극적인 주도와 참여가 없다면 혁신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동 세탁기가 발명되었고, 제품으로 만들어져서 집집마다 보급되었습니다. 자동 세탁기는 주부들을 빨래라는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킨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이제 좀 더 편리해진 요즘 세대는 집 안에서 세탁기로 편하게 빨래를 합니다. 당연히 이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하여 여러 회사들이 자동 세탁기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회사들은 자기 제품으로 빨래를 하면 얼마나 깨끗하게 빨래가 되는지를 보여주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자동 세탁기에 빨래 기능뿐만 아니라 탈수와 건조 기능이 더해진 것은 자동 세탁기의 개선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자동 세탁기의 혁신은 과연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혁신적인 세탁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다른 회사 제품이 1시간 걸리는 세탁 과정을 50분으로 줄였다면 그것은 개선이지 혁신이 아닙니다. 많은 경우에 경영자들은 1시간에서 50분으로 줄어드는 자동 세탁기를 만들기 위해서 직원들을 독려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선일 뿐, 혁신은 아닙니다.

 

의지를 상실한 리더들

리더의 역할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판단과 의지를 가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 자체는 다른 사람에게 주어진 몫입니다. 엔지니어들이 그 목적을 위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엔지니어들이 그런 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몫입니다. 엔지니어들 중에는 수석 엔지니어나 엔지니어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 일을 맡기면 됩니다. 리더에게는 다른 사명이 주어져 있습니다. 개선이 아니라 혁신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입니다. 그 혁신의 의지는 오롯이 리더의 몫입니다.

 

단언컨대 절대적인 노동 시간의 투입이 양질의 노동 결과를 보장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경영자들이 늦게까지 자기 자리에 죽치고 앉아 있고,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야근을 하던 시절은 이제 끝이 나야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절대적인 시간을 회사 일에 바치라고 강요합니다. 이미 직원들도 그런 업무 환경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시키니까 억지로 따를 뿐입니다. 당연히 노동 생산성은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다급해진 경영자들이 더 높은 노동 강도를 요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아직도 많은 고위직 경영자들은 옛날 패러다임에 대한 향수에 젖어 절대적인 노동 시간을 고수하려 하고, 직장을 위해 가정을 포기하는 것을 경영자의 미덕이라 착각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개선이 아니라 혁신을 하려면 본인 스스로 먼저 변해야 하는 데, 자꾸 옛날 방식을 고집합니다.

 

어리석은 경영자들의 특징이 또 있습니다. 마치 약물 중독자처럼 노동의 강도를 점점 높인다는 겁니다. 이런 특징의 해악은 본인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또 다른 부작용을 낳습니다. 이들은 본인의 노동 강도를 점점 높여갈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이전보다 더 강도 높은 노동을 요구합니다. 이런 경영자들은 기술과 혁신이 주도하는 시대를 거꾸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개선이 아니라 혁신을 추구하는데, 그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는 혁신은 고사하고 개선도 이룰 수 없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는 팀이나 스타트업 회사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해야 할 것입니다. 초기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혁신만이 생존이다

어떤 기업이 불확실한 경영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이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예술과 같다고 저는 늘 생각해왔습니다. 특히 돌발적인 경영 환경에 직면해서 생존과 폐업의 갈림길에 내몰렸을 때, 경영자들은 그야말로 사활을 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생존을 원한다면, 개선이 아니라 혁신해야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바꾸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개선하는 것은 순간적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그리고 혁신을 원한다면 이것을 늘 기억하십시오. 혁신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기존의 이해 당사자들stakeholder이 그 변화의 방향에 대해 모두 저항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혁신으로의 방향 전환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혁신으로 방향을 정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을 교체시켜야 합니다.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기존의 인력을 교육해서 혁신의 방향으로 내부 분위기를 전환시킨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그리고 만약 사람을 교체해야 할 경우 이 점을 꼭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혁신을 위해서 인적 자원의 물갈이가 불가피할 경우, 예상과 기대를 초월하는 특별한 보상을 해주어 기존 사람들이 불평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혁신의 과정이라 받아들여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미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을 그대로 존치시킨 채 혁신에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시대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저의 생각입니다. 사람을 바꾸지 않으면 혁신도 초격차도 없습니다.

 

 

선택 전략 - 못해서가 아니라 일이 많아서 망한다

적자 상태에 있던 사업 부서를 맡으면서 제가 관찰하고 발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너무 많은 고려 사항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배우자 선택의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처럼, 수많은 적자 사업 부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이 많아서 결국 어느 하나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이지요. 하는 일이 너무 많고 분주한 사람은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우스갯소리로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참고서와 책만 많이 쌓아놓는다고 했던 것과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라

적자 사업에서 벗어나려면 벌려놓은 여러 가지 일 중에서 한두 가지 중요한 일을 선택해서 그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모든 것을 해서는 어느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업은 일을 못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너무 많아서 망한다는 사실입니다.

 

적자 사업 부서에 임명되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프로젝트(생산 제품과 개발 과제 수)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정리했습니다. 이것이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사업 부문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핵심 가치를 생산하는 가능성 있는 부문에 선택과 집중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일을 중구난방으로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선택과 집중’을 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스스로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는다는 사람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각자도생에서 유기적 협력으로

저는 적자 사업 부서를 맡으면 제일 먼저 인적 자원을 분야별로 나누고 업무와 일의 우선순위를 매겨오라고 합니다. 개발팀장에게, 제조팀장에게, 그리고 마케팅팀장에게도 똑같은 지시를 내립니다. 당연히 개발팀, 제조팀, 그리고 마케팅팀이 매겨온 일의 우선순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개발팀에서는 1순위인 일이 마케팅팀에서는 3순위로 밀려나 있는 식이지요.

 

좋은 제품을 연구·개발해서 제조 공정을 통해 그 제품을 만들고,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가 만족하도록 판매하는 것이 제조업의 기본 골격입니다. 이를 위해서 개발팀, 제조팀, 그리고 마케팅팀이 존재합니다. 이 세 부서는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목표의 우선순위도 같거나 서로 연관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적자 사업부의 경우 각자 판단하는 일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다를 때가 많습니다. 그야말로 각자도생各自圖生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 경우, 리더의 역할은 간단합니다. 사업부의 모든 구성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발, 제조, 마케팅 등 각 부서가 공유한 일의 우선순위를 함께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줄 때에는 1, 2, 3, 4, 5 등의 숫자로 정확하게 지시를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리더는 새로운 사업부를 맡고도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어떤 리더는 일의 우선순위를 수시로 바꾸기도 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정한 일의 우선순위를 본인 스스로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는 사람, 일의 우선순위를 수시로 바꾸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일의 우선순위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초경쟁 시대의 선택 전략

도저히 우선순위를 가릴 수 없는 두 개의 중요한 일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긴급한 상황을 고려하면, 반드시 두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두 가지 프로젝트를 무한정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드시 ‘시한’을 둡니다. 예를 들면 지금 당장은 두 가지 급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지만 “3개월 후에는 무조건 그 두 개의 프로젝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원칙을 구성원들과 미리 공유하는 식입니다. 3개월의 시한을 정확하게 설정한 것입니다.

 

 

아이폰의 탄생 (출처: Unsplash)

格의 발견 - 아이폰의 탄생이 가져다준 생각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면서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컴퓨터회사였던 애플이 휴대전화로 세계 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던 그 현장에서 저의 부족함을 절감하며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애플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는 것을 저는 예상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모바일 디바이스용 반도체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핵심적인 부품 공급자가 되긴 했지만, 완제품 자체의 등장을 예측하지 못한 실수를 한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통신 사업과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 애플은 당시에 통신 사업과는 무관한 컴퓨터회사였고 그래서 애플의 이런 미래 행보도 예상치 못했던 것입니다. 남이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은 저의 판단 착오였습니다. 세상은 정말 빛의 속도로 변해가고 있는데 제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적자 사업 전략 - 끝없는 수렁인가, 미래의 황금밭인가

적자 사업부를 맡은 리더에게는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사명이 주어져 있습니다. 아예 원천 기술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소비자의 수요와 동떨어진 기술이 아닌지, 생산이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지, 아니면 마케팅 실력이 없어서 제품이 팔리지 않는 것인지 빨리 파악해야 합니다. 공연히 시간을 끌면 응급실의 환자는 죽어 나갑니다. 포기해야 할 환자를 오래 붙들고 씨름하다가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사람의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새로 맡은 적자 사업부가 도저히 회생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면, 과감하게 사망 선고를 내리고 폐업 순서를 밟도록 해야 합니다.

 

소신 있게 치고 나아가라

경기는 부침을 거듭하며 돌게 마련이고, 만약 불황기 때에 투자를 해놓지 않으면 호황이 찾아와도 기회를 잡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황기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조언해줍니다. 어차피 지금 적자가 나 있는 상태이니, 단기간에 무리해서 흑자로 전환시키지 말라는 것입니다. 적자가 나고 있는 사업부나 회사에 부임을 하면 경영의 하수들은 당장 허리띠부터 졸라매려고 합니다. 투자도 줄이고 지출도 줄여서 적자 폭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발버둥 칩니다.

 

저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차피 적자가 났으니 미래를 위해서 더 큰 투자를 고려해보라고 조언합니다. 심지어 필요하면 적자를 더 내도 좋다고 말해줄 때도 있습니다. 새로운 생산 기계가 필요하면 사주라고 합니다.

 

“이봐, 박 사장! 공동묘지에 한번 가봐. 그냥 사망으로 되어 있지, 총에 맞아 죽었는지, 칼에 찔려 죽었는지, 아니면 굶어서 죽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잖아. 죽는 것은 그냥 죽는 거야. 적자는 100억이 나든 200억이 나든 다 똑같으니, 소신 있게 끌고 가. 필요하면 적자 폭을 더 늘려도 괜찮아! 박 사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적자를 더 내도 상관없어.”

 

 

신규 사업 전략 - 능력보다 열정 있는 사람을 투입하라

신규 사업은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사업에 진입하는 경우와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신규 기술 분야’로 통칭)를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어떤 경우든 신규 사업에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리더십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후발 주자로 뛰어드는 경우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사업에 뛰어들면, 분명히 그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는 기존 강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특정 선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선발 업체를 따라잡기 위한 후발 업체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진입하려면 핵심 역량이 확실하게 확보되어 있어야 합니다.

 

기존 선발 업체가 핵심 역량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면 아예 시장 진입 자체를 다시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어느 특정 분야의 핵심 역량이 확고하게 확보되었을 때만 그 주변으로 외연을 확장하라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게 도와주는 든든한 베이스캠프 없이 절대로 다른 분야로 점프를 해서는 안 됩니다. 베이스캠프가 든든해야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단순히 매출 확대를 위해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피해야 하는 것이 경영의 기본 원칙입니다.

 

주력 사업을 M&A로 확장시킨 다음 과정은 인프라 통합infra integration을 통해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묶는 작업입니다. 달랐던 사업 목표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M&A를 통해서 새로 편입시킨 회사의 오퍼레이션operation은 기존 인력에게 운영의 자율성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인프라 통합을 한답시고 상대방 회사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자율성을 해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고려해야 할 사항은 투입되는 인력에 대한 것입니다. 이미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 업종의 절대 강자가 존재하고 있는 산업 분야에 뛰어들 때는, 반드시 그 분야의 최고 실력자를 투입시켜야 합니다. 시장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산업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 때는 핵심 역량이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런 핵심 역량을 갖춘 인물을 투입시켜야만 선발 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신규 기술 분야를 시작할 경우

다음으로는 아직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신규 기술 분야’의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에 고려해야 할 내용입니다. 이런 신규 기술 분야에 투입시킬 인력은 특수 임무를 맡은 일종의 ‘특공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신규 기술을 상품화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런 신규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초기의 특공대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 좋습니다. 기존 산업 분야에 투입할 사람을 핵심 역량이 뛰어난 사람 중에서 선발해야 한다면, 신규 기술 산업 분야의 사업에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을 투입시켜야 합니다.

‘나 정말 그 일 해보고 싶다. 진짜 내가 한번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선발해서 보내면,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의 뜨거운 열정이 신규 사업에서 직면하게 되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난관을 극복하는 힘은 실력보다는 열정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신규 사업에는 조금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그것에 목숨을 걸겠다는 열정을 가진 사람을 투입시켜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이런 신규 기술 분야의 사업에는 ‘열정이 먼저Passion First’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신규 기술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가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1. 발상(idea)
  2. 자유(freedom)
  3. 시장(market)
  4. 보상(reward)

 

새로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에 대한 발상, 즉 아이디어idea가 있어야 하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고 실패도 용납되는 조직 문화, 즉 자유로운freedom 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또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시장market이 궁극적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확실한 보상reward이 보장될 때만 이런 신규 기술 산업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아예 사업 시작 자체를 다시 고려해야 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언제나 자본, 인재, 네트워크가 삼박자로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트업을 위해서 일정 부분 자본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스타트업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일까요? 문제는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갖추고 기꺼이 창업의 위험을 감수risk taking하겠다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창업을 하기보다는 교사와 공무원 같은 비교적 안정된 직장을 찾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물론 한 번의 실패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한국적인 문화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했다가 망하면 아예 재기가 불가능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네트워크도 문제입니다. 새로운 기술 사업 분야를 지원해주는 정부 차원의 금전적 지원 네트워크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창업 이후 필요한 기술, 법률, 경영지원 등의 네트워크는 너무나 부족한 실정입니다.

 

 

협상 전략 (출처: pixabay)

협상 전략 - 협상은 이성과 감성의 변주곡이다

경영 현장은 늘 이성과 감성이 만나는 교차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1+1=2가 아니라 3이 될 수도 있고, 다시 1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특별히 거래처와 협상을 할 때는 1+1=2라는 형식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마지막엔 반드시 웃으면서 헤어져라

경영상의 협상 과정에서는 반드시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서로 추구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을 원수로 만들어,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협상은 잘 진행되지 않았지만 다음번에 만났을 때는 최선을 다해서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하면서 웃고 헤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협상의 첫 번째 기술입니다.

 

스스로 허점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려라

우선 저는 상대방이 먼저 자신의 의견을 설명하도록 유도합니다. 제 입장을 먼저 밝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중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지요. 왜 나와 협상을 하려는지? 왜 그런 조건을 원하는지?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등을 질문해서 먼저 상대방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때 상대방이 대답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 좋습니다. 어떤 때는 더 오래, 더 자세한 얘기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인내를 가지고 상대방의 설명을 경청합니다.

 

말할 때의 뇌는 단순 연산single-tasking만 하지만 들을 때는 다중 연산multi-tasking이 가능합니다. 이런 기능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설명을 하고 있을 동안 저는 상대방의 논리의 취약성을 계속 생각하고 찾아냅니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했더라도 말하다 보면 약점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내가 듣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좋습니다. 상대방 논리의 취약점을 반격할 수 있는 저의 논리를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협상의 우월한 입장에 놓일 때까지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협상은 상대방보다 우월한 입장에 서게 되면 원했던 대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됩니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원하는 조건이 아니라 원하는 위치를 먼저 확보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조건은 그다음에 얘기해도 늦지 않습니다.

 

검사들의 질문법을 활용하라

검사들은 첫 번째 질문부터 “너, 그 사람 왜 죽였어?”라고 심문합니다. 그러면 “제가 의도적으로 죽인 게 아니라 실수로 죽였습니다”라고 자백한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잡아떼면 “너, 어떤 흉기를 사용 했어?”라고 다시 질문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검사들의 질문 방식은 상대방보다 한 단계 앞서가는 것입니다. 검사가 한 단계 앞선 질문을 던지면 당황한 피의자는 그 질문에 답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A 회사의 구매 담당자에게 내년에 사용할 반도체 판매에 대해서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내내년의 부품 생산 및 개발 계획을 먼저 언급하는 것입니다. 내년이 아니라 내내년의 부품 판매를 협상하자고 선수를 치면, 그 구매 담당자는 저보다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검사가 “너 그 사람 죽였지?”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너, 그 사람 왜 죽였어?”라고 묻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제가 그 협상 테이블에서 제게 유리한 조건을 A 회사에 내걸어도 상대방은 제 의도대로 끌려오게 됩니다. 다른 회사들이 이미 내년 반도체의 구매 계획을 끝마쳤기 때문에 자칫하면 내년에 사용할 부품을 구매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되겠지요. 언제나 상대방보다 유리하고 우월한 위치에 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4장_ 인재 원석과 보석

발굴과 양성 - 반드시 피해야 할 사람부터 제거하라

경영 현장에서 탁월한 인재란 결국 성과를 내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남들보다 월등한 성과를 내는 사람을 아웃라이어outlier(고성과자)라고 합니다. 기업 경영을 잘하는 한 사람이 1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그야말로 아웃라이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인재는 없다

세상이 워낙 글로벌해졌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인재를 ‘다양하게’ 선발해야 한다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인재를 보는 저의 관점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최고의 인재란 것입니다. 글로벌하고 다양한 가치 공존이 요구되는 시대의 리더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시켜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이 최고의 인재입니다. 호기심이 있어야만 다양성에 접근하게 됩니다. 또 호기심을 통해서 다양성이 발현됩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아야 합니다. 다른 분야,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서, 혹은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완벽한 배우자감을 찾겠다는 것은 어쩌면 환상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결혼 상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인재는 없습니다. 따라서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인재상부터 규명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후보군에서 먼저 제거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인재를 찾을 수 있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제일 먼저 제외시켜야 할 사람은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사람, 겸손하지 않고 무례한 사람입니다.

두 번째로 후보 리스트에서 제거해야 할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입니다.

세 번째로 경계해야 할 사람은 뒤에서 딴소리하는 사람입니다.

 

솔직한 제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이런 사람들을 후보 군에서 제외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무리 세밀한 인성 검사를 실시하고 교차 검증을 해보아도 잘 걸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인간의 본성과 잠재력을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러니 아예 처음부터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How to select’보다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How to train’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재의 유형과 양성 방안

우리나라의 기업 인사의 특징은 그 사람의 장점보다는 약점을 먼저 본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하자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개선하고 보완하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먼저 보려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 A :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사람(preventative and proactive)

    본인 스스로 성취 동기가 강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런 타입이 가장 이상적인 인재상입니다.

  • B : 개선 의지가 있고, 반응하는 사람(corrective and reactive)

    ‘조건반사’를 생각하면 이런 B급 인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유형의 인재들은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 혹은 부족한 점이 있으면 그것을 수정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행동하기보다 외부의 지시나 자극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 C :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사람(passive and inactive)

  • D : 방어적이고 방해하는 사람(defensive and interruptive)

    마지막 C, D 두 유형의 인재는 앞에서 강조했던 인재 풀에서 반드시 먼저 퇴장시켜야 할 사람들입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 그리고 본인이나 조직의 개선을 위한 열의가 없는 사람, 업무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아예 논의에서 제외시켜야 합니다.

 

처음부터 A급 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사업을 펼칠 기회를 모색하고 있을 것이고,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창업을 해서 성공을 거두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런 출중한 사람들은 아예 입사를 시도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경력직원을 선발하거나 임원으로 임명할 때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일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입니다. 어떤 일에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는가를 제일 먼저 봅니다. 습관적으로 “저는 그런 분야는 잘 모릅니다. 제가 잘 아는 전공 분야에 집중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리더의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

여러분이 중간 관리자로 직급이 올라갔다는 것은 부하 직원들을 자식 돌보듯 하란 뜻입니다. 부하 직원들을 닦달해서 부서의 성과를 높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좋은 관리자가 아닙니다. 자식에게 욕먹는 부모는 좋은 부모가 아닙니다.

 

행복한 가정은 부모와 자식 세대가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갈 때 이루어집니다. 부모 세대보다 자식 세대가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더와 중간 관리자가 합심하여 미래의 인재를 잘 육성할 때, 그 기업은 지속 성장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인재 배치 - 인사는 손익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해당 분야의 지식이라는 것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한다는 것에 늘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적절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애써 찾아내도, 이미 그 분야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버렸다면 그 사람의 능력은 쓸모없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것은 요즘과 같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는 적절한 인사 원칙이 아닌 것입니다.

 

오히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업무에 대한 태도attitude라든가, 생각하는 방법이 더 중요합니다.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어떤 업무나 사업에 꼭 맞는 인력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신 긍정적인 태도와 순발력 있는 사고로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낫습니다. 적재적소의 인물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보다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제가 경험을 통해서 배운 인사의 원칙입니다.

 

인사는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저는 이런 경우에 ‘모든 문제는 손익의 문제에서 생존의 문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합니다. 특히 인사와 관련된 문제일 경우, 절대로 한 사람이나 한 개의 기업 집단이 전체 조직의 생존 문제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됩니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지금 당장 이익이 줄어든다고 해도 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경영적인 결단을 신속하게 내려야 합니다. 만약 한 사람이 그 회사를 나갔을 때 그 회사가 아예 망하게 되는 구조라면 그것은 정말 잘못된 세팅인 것입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미리 그 사람을 내보내고, 다음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특단의 3R 대처 방안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그 사람을 재교육Repair할 것인지, 제거Remove할 것인지, 아니면, 교체Replace할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것도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3개의 R로 시작되는 대처 방안이 다소 잔인하게 들릴 것입니다. 재교육Repair, 제거Remove, 교체Replace 중에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부품으로 간주하는 것 같아서 저도 이런 이론을 공공연하게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회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실력자가 있다면 그 사람을 면밀하게 분석한 다음, 재교육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서 그 사람을 ‘고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중요하지 않은 자리로 ‘교체’가 가능한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조직 내에서 결정적이던 그 사람의 영향력을 줄여야 합니다. 그럴 경우 반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때는 안타깝지만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조직의 미래와 운명을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입사원과 CEO - 차남을 장남보다 먼저 낳을 수는 없다

화공과를 전공했으면 화공에 관한 지식이 풍부해야 하는데, 이 전공 저 전공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들만 가득 차 있습니다. 대학의 현황을 잘 모르지만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여러 분야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정작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전공 분야의 일을 시켜보면 아는 것이 없고, 기초 지식이 부족해서 놀랄 때가 많습니다.

 

핵심 역량에 올인하라

아무런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20대 초반의 경영대 졸업생들은 자신들이 CEO 교육을 받은 것처럼 착각하면서 학교를 졸업합니다. 인사, 재무, 회계, 마케팅, 심지어 스타트업의 팬시fancy한 세상까지 배웠으니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회사에 취직하면 그 졸업생은 말단 사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기업의 전략을 배웠던 경영학과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말단 사원의 업무가 CEO의 업무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은 사장급인데 현실은 말단 사원이니,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 일을 돌파해내지 못하고 남 탓만 합니다. 따라서 경영대학의 커리큘럼도 현실에 맞게 수정되어야 합니다. 헛된 꿈을 심어주는 교육이 아니라, 현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산교육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좋지요. 그러나 그 사람이 화가가 되고 싶다면 최소한 수천수만 번의 데생을 통해서 자신의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누가 뭐래도 일단 그림을 잘 그려야 화가가 되는 법입니다. 그런데 화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오페라 극장에 들락거리면서 음악 공부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탁월한 화가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신입사원에게는 핵심 역량이 중요합니다. 화공회사에 취직한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것은 화공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지 경영학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부장이 되는 사원은 없다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던 저의 조언은 간단했습니다. “장남을 안 낳고, 차남을 먼저 낳는 방법은 없다”입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전자회사에 취직을 하면 경영학 MBA나 인문학 공부를 많이 했다고 진급시켜주지 않습니다. 여기서 주 전공인 전자공학은 장남이고 경영학이나 인문학은 차남입니다. 차남을 먼저 낳고 장남을 낳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전자회사에서 먼저 필요로 하는 공학 공부에 전념하라고 조언해주었습니다.

 

주객이 전도된 교육 훈련 방식

그렇다면 직급이 올라가면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까요? 직급이 높아지면 그 사람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교육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공학 전공자에게 회계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경우, 그것을 보완해주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가업이 없는 경우에 MBA는 직급이 올라간 다음에 이수해야 합니다.

 

임원을 승진시킬 때는 그 사람의 보편적 능력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경영 능력은 한 분야의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갖추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을 원만하게 경영할 수 있는 리더십이나, 원만한 성격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지시와 위임 - 직원에게 자기 자식을 낳아 기르게 하라

직원이 오너십을 갖게 하는 법

훌륭한 리더는 직원이 성장하게 돕습니다. 단순히 돌보고 훈육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건 부모가 아니라 베이비시터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훌륭한 리더는 직원으로 하여금 자기 자식(아이디어)을 많이 낳도록 도와줍니다. 연구개발이든, 제조든, 마케팅 관련 업무든 자기 아이디어를 많이 생산하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직원을 베이비시터로서 대하는 리더는 어떻게 될까요? 결과는 뻔합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아이를 돌봐야 할 겁니다. 베이비시터가 집을 떠나면 결국 그 많은 일을 다시 자기가 직접 처리해야 합니다. 시간에 맞추어 우유를 먹여야 하고 혹여 뛰어다니다가 넘어질까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기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아이 돌보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러니 항상 바쁠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부하들을 불신하니 리더 자신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감독하고 보고받으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다른 회사를 따라잡기 위해서 일하던 패스트 팔로워 시대에 어느 정도 통했던 리더십 형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리더십 스타일은 옛 시대의 잔재물인 것입니다. 만약 퍼스트 무버로 전환시키기 원한다면 권한 위임이 꼭 필요합니다.

 

제가 내리는 지시에 대해서 의견을 먼저 물어보는 것입니다. 바로 시행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시의 타당성에 대한 동의를 먼저 구하는 것입니다. 사실 상사의 질문에 대해 그 자리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부하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반대 의견이 있으면 검토해보고 다시 보고하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보고할 때 자신과 상사의 안을 비교해서 더 좋은 방법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누가 자기 아이를 의무감이나 책임감으로 돌봅니까? 모든 부모에게 자식은 하나의 운명과도 같습니다. 책임감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자식을 돌보게 됩니다. 부하 직원에게 자기 자식을 낳아 기르도록 해야 합니다. 꼭 지시를 내려야만 한다면 질문으로 동의를 구해서 반려견을 키우는 느낌이라도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강요되지 않은 책임감을 스스로 가지게 됩니다.

 

저는 회사 내에서 직급에 상관없이 자기가 하는 일에 자신의 아이(아이디어)를 포함own시킬 수 있는 상태가 오너십의 출발이라고 봅니다. 부하 직원들에게 그들 자신만의 아이를 낳아 기르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너십이 생깁니다.

 

위임은 심플해야 한다

결정권을 위임하려면 직원을 대하는 방식에도 원칙이 필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 ‘일관성’과 ‘지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일관성과 지속성은 다른 것이지만 분명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요소입니다.

 

‘일관성’이란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것을 말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고 행동은 저렇게 한다면 그 사람은 일관성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에 비해 ‘지속성’은 한번 내린 지시나 결정을 계속해서 이끌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처한 환경에 따라 지시 내용을 바꾸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일관성과 지속성을 겸비하지 못한 리더는 무능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명령도 지시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직원들의 진심 어린 동의나 협조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리더는 먼저 일관성과 지속성을 분리한 다음, 이 둘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제가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지시를 내리거나 결정하는 횟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지시를 내려서 그 내용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또 지시를 내리는 숫자를 줄여야만 권한의 위임이 가능해집니다. 모든 권한을 본인이 가지려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업무를 위임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리더에게 일관성이나 지속성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그가 너무 많은 지시나 결정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너무 많은 조항이나 규정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본인 스스로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족쇄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본인의 말과 행동이 달라지겠지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조직의 구성원은 그 리더를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것입니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들을 그야말로 심플하게 이끌어야 합니다.

 

결정과 지시는 일반적 상식에 근거해서

제 원칙을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모든 지시나 결정은 보편적인 규칙이나 상식적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사업부를 관장하다 보면 각기 다른 상황에 맞게 대응하기 위해서 본인조차 나중에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일반적인 상식이나 보편적인 원칙에 근거해서 결정과 지시를 내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나중에 그 지시나 내용을 본인 스스로 기억해내거나 추론해낼 수 있습니다.

 

정시에 퇴근하는 리더가 되라는 것입니다. 아니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리더가 되라는 것입니다. 정시에 퇴근하려면 자신의 권한을 과감히 위임해야 합니다. 모든 일을 내가 직접 하려고 든다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라고, ‘월화수목금금금’은 당연한 일이 될 것입니다. 왜 정시 퇴근을 못하는 것일까요? 혹시 지금 직원들을 단순히 베이비시터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기 때문에 늘 시간이 부족하고, 그래서 늘 야근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대화 상황 (출처: Unsplash)

대화와 자각 -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이 필요한 순간

야생마를 길들이는 소크라테스

제가 어떤 특정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말할 때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이른바 ‘야생마’가 드러나는 순간이지요. 그 야생마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이따금 조직 생활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기도 하는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잘난 사람입니다. 자신의 판단을 모든 가치의 기준으로 삼고 큰소리치는 인물이지요. 리더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했을 때 이런 야생마는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렇게 해야 합니다”, “저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야생마들은 조직에 위험을 초래합니다. 자신의 지식을 맹신하고 다른 사람의 견해를 묵살하며 안하무인으로 행동해서 조직의 균형을 깨트리는 사람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이런 사람들을 잘 다루지 못합니다.

 

제가 이런 야생마와 같은 직원을 다루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제가 그 분야에 전문 지식이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 다음, 그 사람에게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보통 그런 야생마들은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합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늘어놓기 마련입니다. 이때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한 30분 정도 마음껏 자신의 견해를 펼치게 내버려둡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반드시 논리나 대책에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라

어떤 때는 아예 제게는 아무런 해결책이 없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당신뿐’이라고 말할 때도 있습니다. 사실 요즘 경영의 현안들은 기본적인 줄기를 제외하고는 너무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를 총괄하는 경영자들은 회사에서 진행되는 모든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특히 기술집약적인 산업 분야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일의 전문가인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들 스스로 주인 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해왔습니다.

첫 번째 옵션은 현안 문제를 풀기 위한 본인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면 제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성심껏 조언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본인의 아이디어를 가져오란 뜻입니다.

 

두 번째 옵션은 그 직원에게 실제로 현안 문제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는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그 분야는 그 사람에게 잘 안 맞는 것 같으니까, 아이디어를 잘 만들 수 있는 분야를 알려주면 그쪽으로 배치시켜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풀 능력이 없으니, 당신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는 곳으로 바꿔주겠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옵션은 아이디어도 없고, 다른 곳으로 배치할 곳도 없으니, 어찌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당신의 자리에서 내려가야 하는 마지막 옵션만 남는다고 일러줍니다. 문제는 풀어야 하고, 당신은 능력이 없고, 다른 곳으로 마땅히 갈 곳도 없으니 직접 선택해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세 번째 옵션을 받아들였습니다. 해결 가능한 다른 옵션들을 이미 다 제시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본인의 하차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돌파력 - 모든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는 아니다

역경逆境이라는 단어에 ‘역逆’ 자가 들어 있습니다. 역경이 닥치면 그것을 역逆으로 이용하라는 뜻으로 저는 해석합니다. 시련과 도전을 오히려 다가오는 기회로 삼는 자세입니다. 역경의 정반합이라고나 할까요? 어쨌든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신념으로 그 역경과 싸워나가야 합니다.

 

역경이 닥쳤다는 것은 현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거나, 조직의 유연성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뜻입니다. 또한 현재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그로부터 발생된 추가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뜻도 됩니다. 역경을 헤쳐나가다 보면 시스템 내부의 문제를 파악하게 되고, 또 그것을 고쳐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역경에는 긍정적인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의 근본 이유인지 찾아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 3년 후에, 그리고 5년 후에 초래될 변화를 미리 예상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적자 폭이 커진다 해도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장기적인 안목을 유지하면서 공격적으로 경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래 지향적인 공격적인 자세가 역경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조직과 일의 군살 빼기

미래에 닥칠 이러한 위기와 역경을 대비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런 돌발적인 위기가 닥칠 것을 인정하고 미리미리 생각과 행동이 유연하고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길러놓는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상황에 미리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돌발 상황을 대면하게 될 사람들의 유연성을 길러 놓는 것입니다. 조직 자체도 더 유연해져야 합니다. 위기와 역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역경을 극복하고 돌파해나갈 수 있도록 조직은 물론 일의 군살까지도 빼야 합니다.

 

실패에도 독창성이 필요하다

실패의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종류’입니다. 모든 실패가 우리에게 면역력과 저항력을 길러주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역경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는 실패의 경험은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목표는 상사가 내려주고, 모든 구성원이 그것을 공유한다고 해도, 막상 그 일을 실행하는 방법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담당자에게 위임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나고 비록 그 일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도 우리는 이 경험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게 되고, 또 역경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게 됩니다. 따라서 직원들이 역경을 통해서 교훈을 얻고 새로운 저항력을 길러내기를 원한다면 리더들은 실행의 권한을 직원들에게 철저하게 위임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역경을 통해서 값진 교훈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글을 쓰게 하되, 자기 글을 쓰게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문장이 서투르고 문법에 맞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용인해주고, 격려해주어야만 그 직원이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문제 해결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내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자기 주도적인 문제를 가지고 씨름한 것인지, 아니면 남이 시킨 일을 하다가 실패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로 대학 입시에 낙방한 이야기들, 군대에 가서 겪었던 육체적 어려움들,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겪었던 문화적 충격의 극복과정 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런 사례들은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에게 주어진 환경이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과 자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깨달았던 경험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불가능했던 것이 가능해질 때

역경에 대한 저항력, 시련과 난관에 대한 면역력을 배양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도전은 자기 자신의 선택이어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역경과 시련은, 그리고 그것을 돌파해나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이것은 비단 리더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임무가 있고, 또 그것을 완수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기와 시련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태도를 제시해줍니다. 삶의 새로운 자세를 배우기 위해서라도 위기와 시련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극복과 성장 - 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라

우선 위기와 시련은 ‘신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그렇고, 회사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이 갑자기 나빠져서 쓰러졌다면 그것은 신체적인 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개인이 그런 위기에 노출되기도 하지만 회사도 그런 갑작스런 위기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잘나가던 회사가 잠시 방심한 탓에 갑자기 도산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백신을 맞는다는 것은 미리 ‘사소한 실수minor mistakes’를 해보는 것을 말합니다. 의도적으로 사소한 실수를 자초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이런 사소한 실수가 일어났을 때, 미래에 닥칠 위기의 사전 경고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실수를 해봐야 ‘큰 실수big mistakes’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회사 경영을 하다가 작은 실수가 발생하면, 그것을 더 큰 실수에 대한 예방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작은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나 부서가 있다면 무조건 나무랄 것이 아니라, 더 큰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삼으십시오.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작은 실수들이 모여서 큰 실수가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작은 실수를 단순한 잘못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더 큰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예방 백신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실수는 체면과 상관이 없다

가끔씩 자신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리더들을 만납니다. 별로 심각하지도 않은 실수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앞에서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소한 실수를 하면, 자신의 리더십 역량이 부족하다고 여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은 실수가 있었다면 직원들 앞에서 바로 그것을 인정하고, 잘못된 것을 고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만 직원들도 자신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게 될 것이고, 그래야만 회사가 미래의 위기와 시련을 준비하기 위한 백신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추어는 막고 프로는 공격한다

이런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공격적인 정신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작은 실수를 통해서 면역력을 길러내고, 난관으로부터의 회복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은 정신의 공격성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격성이란 거친 성격이나 폭력적인 성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의 자세를 말합니다.

난관이 찾아왔을 때 그 난관을 극복함으로써 면역력을 기르는 방법은 정신의 공격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아마추어는 수비적이고, 프로는 공격적입니다.

 

아울러, 자신의 위기를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드러내고 함께 나누려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진짜 심각한 위기와 시련이 도래했을 때 그것을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그 위기와 시련의 시간이 길어지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혼자서 그것을 극복해내기는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정생활을 잘 영위하거나 좋은 친구와 같은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미리 백신을 맞아두는 것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가족의 ‘사랑’과 친구의 ‘우정’이라는 백신이 필요합니다.

 

 


에필로그_ 새 시대의 새 선수들을 기다리며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 거대한 슬로건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당장 바꾸어야 할 구체적인 항목을 적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경영에 몸담았던 저는 우선 우리의 인사 시스템, 평가 시스템, 그리고 훈련 교육 시스템이 시급하게 바꾸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고, 또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변신의 과정이었습니다. 변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엄중했던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후배 경영자들에게 도전과 성장은 계속되어야만 한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면서 조용히 물러나고자 합니다.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수많은 난관을 지금까지 극복해왔듯이 앞으로도 우리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이 과업을 잘 수행해내리라 믿습니다.

 

 


서평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개념에 대해 접해보신 적이 있다면,

하위의 일부 시장을 잠식해 나가며 하위 시장에서부터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종국에는 전체 시장의 표준으로 시장 지배적 기업을 이겨내는 과정을 기억하실 겁니다.

 

파괴적 혁신이 미래의 생존을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도모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것이 도리어 제 살을 도려내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국내에서 경제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중앙 집권적 의사 결정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인 성장을 추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시장의 선도 주자를 따라 잡기 위한 노력에 많은 자원을 집중했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들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저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삼성이 가진 시스템 속에서 혁신이 가능할까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역사만 보더라도, 최근 10년간의 삼성은 이전 10년과 그 위상이 다를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지금의 삼성으로 변모하기 위한 경영자의 노력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책과 관련된 상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초격차
국내도서
저자 : 권오현
출판 : 쌤앤파커스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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