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교보문고에서 제공하는 베스트셀러 부문에 20년 12월 3일 기준으로 18위에 올라있는 책입니다.
베스트셀러로 판매되고 있다는 건 오늘 책에 대해 정리를 하면서 처음 알게된 내용이고, 저는 이 책을 인스타그램 광고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무려 광고 문구는 '카카오페이지 CMO가 추천하는 마케팅 책'
평소 카카오라는 기업의 역동적인 발전을 흥미로워 하는 1인으로, 카카오페이지 CMO가 추천하는 책이라면 어떤 인사이트를 담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곧장 구매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지점들이 꽤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 디지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예를 들어, 저의 경우 인스타그램은 요즘 광고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지, 소셜 네트워킹을 통한 고객 참여를 이끌어내는 브랜드 계정들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보는 수준에 그칠 뿐 개인적인 포스팅 또는 스토리 게시를 자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위 Z세대라 불리는 집단의 대중적인 행동 패턴에 대해 무지합니다. 이 때문에 이 책이 나름 흥미로웠다고 평가합니다.
다만 실제로 세상에서 지금 팔리는 것들이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원리라고 할까요? 그런 건 없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진리라는 게 없기 마련이지만, 특히 제게 이 책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가치 교환 과정에 내재한 동기를 마케터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 보고서 정도로 느껴집니다.
즉, 제 뒤통수를 망치로 세게 때린 듯한 그런 느낌을 주지는 않는 책입니다.
그래도 2020년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주 구매층으로 진입하거나 앞으로 진입할 MZ 세대의 행동을 들여다 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책들이 Z세대에 대해 다루고 있고, 그러한 책들이 전달해주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Z세대에 대해 다룬 유명 서적 「90년생이 온다」는 제가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사회 트렌드를 밝혀주는 책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보신다면 이 책의 재미를 충분히 느끼시리라 믿습니다.
가볍게 '요즘 것들'은 어떻게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고 소비하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세요
책의 상세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 전반에 걸쳐 흥미로운 지점들에 대한 요약본은 아래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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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프롤로그 _ 도대체 어떻게 팔아야 할까?
마케터들에겐 어쩌면 지금이 기회다. 새로운 소비 권력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MZ세대)가 든든하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인구의 44퍼센트를 차지한다. 몇 년 사이 소비 시장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세대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언택트가 보편화되기 훨씬 전부터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주도했다. 마켓컬리, 무신사,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무섭게 성장한 스타트업들은 MZ세대가 키웠다. 진정성과 재미, 세상에 없던 편리함 등 새로운 가치를 내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코로나19로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전 연령대에 걸쳐 ‘뉴노멀’이 된다고 가정해보자. 새로운 모멘텀이 왔다는 뜻이다.
MZ세대는 고양이를 닮았다. 면밀히 관찰하고, 느슨하고 다양한 관계를 만들며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쉽게 마음을 주지 않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강한 애착을 보인다. 그 후에는 기꺼이 상품과 브랜드에 자신의 일부를 투영하기도 한다. 기업이 목청 높여 아무리 떠들어봐야 쉽게 믿어주지 않는 건 MZ세대가 (집단과 단체 안에서 아늑함을 느끼던 이전 세대인) 개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을 가르치려 들면 안 된다. 서서히 끈질기게 유혹해야만 한다.
“부족 사회가 다시 오고 있어”
문화, 취향, 감성을 기준으로 나뉜 공동체로 더 큰 연대감을 갖게 한다. 비즈니스의 종류와 상관없이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은 필수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CEO의 직함 옆에 ‘Head of Community’ 타이틀이 추가되고 있는 시대다.
“시공간의 구분은 의미 없어”
디지털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거둬갔다. 모호한 시공간에 모두가 머물고 있다. 옛날 것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브랜드의 환생이 가능하기도 하다.
“우리가 알아서 좋아해줄게”
MZ세대는 브랜드가 과시하는 내용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대형 미디어에 대한 외면도 가속화된다. 구매자 리뷰가 선택 기준이 되고, 경험자의 한마디를 찾아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도 한다.
죽어가는 브랜드를 살리기도 하고, 혼신을 다하고 있는 브랜드를 개점휴업 상태에 밀어 넣기도 한다. 아무리 떠들어도 거들떠보지 않다가, 어느 순간 다시 화려한 무대 위에 세워주는 존재가 이들이다. 그렇게 소비자 우위의 시장 계급화는 더 뚜렷하고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하나의 모습은 지루해. 변신 좀 해줄래”
브랜드가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부캐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통해 비로소 온전하다고 믿는다.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해온 MZ세대에게 이 세상은 코딩으로 이뤄진 곳이다. 언제든지 변신과 재조립이 가능하며, 각각이 다 다른 것들로 넘쳐나는 수평적인 공간이다. 그들의 세상은 재미있는 거대한 디지털 게임 공간과 같다.
“새로운 구매 경험, 그 자체가 소비야”
1인 셀러, 인플루언서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던 소비 세포 마켓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라이브 커머스로 불이 붙었다. 경험 중심의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나의 습관으로 만들어줘”
MZ세대는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집착하고 옹호한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도 낸다. 최고의 브랜드 경험은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한데 섞이는 것이다.
공유하고, 구독하고, 일상의 한 부분에서 우리 브랜드를 소비하게 하는 것이 답이다.
“개념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요즘 세대는 브랜드에서 개념을 찾고 있다. 대부분은 ‘나의 삶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한정적 의미의 개념이다.
브랜드 소비를 통해 내가 가진 가치를 드러내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자기만족을 추구한다.
1장 _ 팔리지 않는 시대에 팔리는 것들
'차별적 시선'이 느껴지면
앞서 소개한 유니클로 광고 이전에도 무개념 광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마케팅은 많았다. 이러한 마케팅은 유튜브와 각종 커뮤니티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광고 레전드’라는 타이틀로 돌아다닌다. 농담이나 실수였다고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노골적이라 그야말로 ‘빼박(빼도 박도 못하는)’인 광고들이다. 이 광고들의 공통점은 여성을 남성에게 모든 걸 의존하는 존재로 여긴다는 것이다.
과거 이런 일들은 불편해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버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특히 젠더 감수성, 역사 왜곡, 약자 비하 등은 절대 용서받기 어렵다. 뒤늦게 사과를 하더라도 변명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을 부수는데 '힐링'이 된다?
아모레퍼시픽은 뷰티포인트 채널을 지난 2018년 11월 개설했다. 유튜브에서 여러 콘텐츠 실험을 이어가던 중 뷰티포인트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 사내 벤처 팀인 ‘NGI 디비전 린 스타트업 8팀’을 신설해 맡겼다. 린 스타트업 8팀은 “화장품을 직접 발라보지 않고 영상만으로 질감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MZ세대는 이 영상을 “심미적 즐거움을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한다. 제품의 장점을 과장되게 극대화한 것보다는 화장품을 부수는 역발상이 새로운 쾌감으로 다가갔다는 이야기다.
지금 팔리는 것들의 전략
1970~1980년대에는 STP 개념이 등장했다. 시장을 하나로 볼 것이 아니라 동질적 집단으로 나누어 봐야 하고Segmentation, 핵심적으로 집중해야 할 집단을 선택하고Targeting, 그들이 동감할 가치로 내 브랜드를 인지시켜Positioning, 이들을 실제 구매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개념이었다.
2010년 들어서는 모든 소비자가 미디어가 됐다.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밀어내고 강요하는 마케팅이 아닌, 소비자로 하여금 우리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떠들게 하는 방식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현재 소비재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들여다보자. 급격한 변화 가운데서도 왜 어떤 것은 인기 브랜드가 되고, 어떤 브랜드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까? 왜 홍보해야 할 제품의 제조사를 비꼬는 광고가 화제가 되고, 팔아야 할 제품을 때려 부수는 영상이 인기를 얻는 걸까?
2장 _ 새로운 소비 권력이 온다
고양이를 닮은 소비 세대, 캣 컨슈머
일본의 동물생태학자 야마네 아키히로 교수는 저서 『고양이 생태의 비밀』에서 “경제성장기를 지탱하던 충성의 가치가 흔들리면서 개인주의화한 현대인들이 충직한 개보다 자유롭고 도도한 고양이의 모습에 공감한다”라고 지적했다.
MZ세대는 고양이에게 열광하며, 그들에게 자신들의 욕구를 투영하고, 동시에 그들에게서 자신과 닮은 면을 발견한다. “나는 오늘도 어쩔 수 없이 회사 목걸이를 메고 출근하지만, 너라도 자유로이, 도도히, 지금처럼 살아다오. 내가 불러도 오지 않는 너를 보니, 내 마음이 후련하다.” 고양이에게 속삭이는 MZ세대의 사랑 고백이다.
'집단'보다는 '혼자'
고양이를 닮은 소비 세대는 다르다. 다수의 기준, 남들이 규정한 좋은 물건이 아닌 나의 기준에 맞고 나의 취향에 어울리는 제품과 브랜드를 선호한다. 그래서 비공개성이 강한 서비스, 나에게만 맞춤형으로 보여주는 콘텐츠에 열광한다.
'수직적'에서 '수평적'으로
MZ세대도 기업과 수평적인 관계를 선호하는데, 이러한 성향은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로 구현된다. 다 만들어져 나온 제품보다는 나도 함께 끼어들 여백이 있는 브랜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에 환호한다.
이들은 하루 평균 242분 동안 웹사이트 또는 앱을 사용하며 콘텐츠 중심의 미디어를 즐긴다(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매일 발견하고 학습하는 콘텐츠에 각자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댓글일 수도 있고, ‘좋아요’나 ‘공유하기’일 수도 있다. 또한 이들은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자신의 성향과 취향에 맞는 브랜드를 신뢰한다는 이야기다.
예민한 관찰자
상대를 오래 지켜보고 나름의 판단을 내리는 모습은 MZ세대 소비자들에게도 나타난다. 브랜드를 옮겨 다니는 ‘브랜드 호핑’도 심하다. 조금씩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낯을 익히고 느낌을 가져보는 것이다. 이들은 체험기를 공유하며 제품의 리뷰를 달면서 브랜드를 평가한다. 이리저리 살펴보다, 스스로 설득되면 비로소 입덕을 한다.
지루한 건 싫어
고양이를 닮은 MZ세대는 일반적인 광고나 정기세일 등 지루하고 고전적인 마케팅에는 관심이 없다. 그 브랜드만이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이 있는지, 구매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재미를 주는지가 소비를 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스마트폰은 MZ세대를 역사상 가장 많은 브랜드를 소비하는 세대로 만들었다. 눈 떠서 잠들 때까지 브랜드와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만 봐도 하루에 수십 개의 브랜드 광고를 접하는 이들이다. 이처럼 이 세대에게 브랜드는 일상이다. 일상은 자연스럽고 소소하되, 재미있어야 한다.
연결을 원하지만 구속받긴 싫은
MZ세대는 24시간 365일 개방된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간다. 달리 말하면 혼자 있어본 적이 없는 세대라는 뜻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이들은 한순간도 단절이 없는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연결은 필연적으로 관계의 피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원할 때는 언제든지 혼자이고 싶은 갈망이 크다.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으며 혼자서 여가와 취미를 즐기는 게 MZ세대의 큰 특징이다. 이들은 혼술, 혼밥에 이어 혼영(혼자 영화), 혼캠(혼자 캠핑), 혼펜(혼자 펜션) 등의 트렌드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집에서 즐거움을 찾는 ‘홈루덴스족’의 모습을 보인다.
(홈루덴스족: 집과 유희, 놀이를 뜻하는 루덴스를 합친 말로, 자신의 주거공간 안에서 휴가를 즐기는 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언제든 다시 온라인 세상의 또 다른 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그만큼 오프라인 모드로의 전환도 쉽게 만든다. 마음만 먹으면 손가락 한 번 움직여 첨단 네트워크 세상으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지금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더 집중한다. 스마트폰처럼, PC처럼 언제든지 나를 온(On)했다가 오프(Off)할 수 있는 세대인 것이다.
언어와 국경의 장벽 없이 널려 있는 정보를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는 MZ세대는 사람과의 관계도 비슷한 패턴으로 맺고 끊는 데 익숙하다. 관심사와 취향, 가치관이 비슷한 친구들과 언제든지 자신의 의지로 만나고 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이 반영된 대표적인 모임이 바로 살롱 문화와 무교류 동호회다.
목적 지향적인 동호회는 캠퍼스 내에서 더 흔하다. 요즘 대학생들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점심 시간에 밥 먹을 사람을 찾아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대신에 ‘밥 먹을 사람 구합니다’라고 올리면 공유되는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다. 이른바 ‘밥모임 앱’이다. 이렇게 모이면 정말 같이 밥만 먹는다. 묵독默讀 파티도 그렇다.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 모여서 자신이 가져온 책만 읽는다. 어차피 혼자 읽을 책을 왜 굳이 모여서 읽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외롭긴 한데, 구속받긴 싫어서.
MZ세대의 인맥과 여가는 대부분 ‘나의 발전’과 ‘사회적 의미’에 방점을 둔다. 호텔스닷컴이 올해 발표한 ‘세대별 여행 트렌드 보고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담한 자기계발자’로 분류했다. 이들은 강습, 체험 등을 자기만족과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성향이 컸다. 밀레니얼 세대 10명 중 8명은 자기계발 등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여행에 더 많은 돈을 쓸 용의가 있다고 했다. 10명 중 2명은 아예 여행의 목적 자체를 자기계발에 맞춘다고 답했다.
요즘 유행하는 요리, 언어, 사진 배우기 등의 ‘원데이 클래스 열풍’은 요즘 세대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온라인에서 24시간 무엇이든 볼 수 있고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이들은 정보와 관계의 포화 속에 오프라인으로 돌아와 가장 의미 있고, 가장 도움 되는 사람과 경험을 찾고 있다.
불안이 만든 지금의 만족
이들은 부모 세대(X세대)의 경제 위기를 보고 자랐다. 이 때문에 실용성과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한다. 동시에 이와 관련한 불안감을 내재하고 있다. 2018년 미국 심리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54퍼센트, 밀레니얼 세대의 40퍼센트가 “지난 한 달간 스트레스 때문에 불안감이나 신경과민 증세를 느꼈다”고 말했다. X세대(35퍼센트), 베이비붐 세대(27퍼센트)는 물론 전체 평균(34퍼센트)보다 월등히 높았다.
MZ세대는 역사상 가장 자유분방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들은 끊임없이 타인의 삶과 나의 모습을 비교하며 살아온 세대이다. 소셜미디어가 끊임없이 사회적 경쟁을 부추기고 타인과 비교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취향 존중의 소비와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취미활동을 한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SNS를 통한 사회적 평판으로부터 가장 구속받고 있는 세대일지 모른다.
불안이 일상이 된 세대에게 코로나19는 단순한 불안감을 넘어 삶의 본질을 고민하게 한다. 이른바 ‘코로나 세대’가 된 MZ세대는 기존에 이들을 관통하던 ‘소확행’, ‘숏확행’, ‘워라밸’, ‘가심비’ 같은 특징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 위기를 젊은 시기에 마주한 이들은 아주 먼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 목표보다는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목표와 일상의 작은 행복에 더 집중하는 삶의 태도를 보인다.
하면 된다? 우리는 되면 한다!
MZ세대가 근성이 부족하고 의욕이 없어 보인다면 그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거나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이기 때문일 경우가 많다. 요즘 세대는 상사가 시키는 일을 잘해내고 인정받는 데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시에 따라 하는 일이더라도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일이어야 한다.
MZ세대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 될 거 같은 일에는 누구보다 더 집중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에는 기성세대보다 더 강한 근성을 보이며 유능함을 발휘한다.
‘은퇴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던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최근 MZ세대가 대거 유입됐다. 2030세대가 전체 점주의 50퍼센트에 육박하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국내 1위 치킨 브랜드 교촌치킨에는 20대와 30대 점주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 3년간 들어온 신규 점주 가운데 20대와 30대 비중은 18퍼센트 늘었고, 50대 이상은 15퍼센트 줄었다. BBQ와 굽네치킨의 20대와 30대 점주 비중도 각각 33퍼센트, 45퍼센트나 된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본도시락’과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40퍼센트를 넘어섰으며, 샐러드 프랜차이즈 ‘샐러디’는 전체 점주의 70퍼센트가 39세 이하다.
MZ세대는 ‘일단 한번 시작해볼까’ 하는 자세로 도전하지 않는다. 이들의 도전은 특히 시장에서 이미 오랜 시간 검증된 상위 브랜드에 쏠린다. 청년 실업이 심화되면서 취업보다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큰 이유지만 막연한 기대보다 ‘확실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우선 리스크가 적다. 짧게는 4~5년, 길게는 30년씩 장수한 브랜드는 경쟁력이 검증되어 장사에 실패할 확률이 낮다. 배달 앱 등 모바일 플랫폼의 영향도 크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의 앱을 통해 각 점주가 지역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청년 점주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 및 마케팅에 나서면서 중장년층 점주들이 운영하는 점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홍보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거나 인스타그램에 이벤트 공지를 하는 일은 이들에겐 일상이다. 본사가 놀랄 만큼 배달 앱도 적극 활용한다. 리뷰를 쓰는 소비자에게 사이드 메뉴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리뷰 이벤트’, 주문할 때마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매칭 기부 이벤트’ 등 각종 이벤트 참여에도 활발하다. 본사에 상권에 따른 아이디어와 메뉴 개발 아이디어 등도 적극적으로 낸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파이어FIRE 운동’이 있다. 이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 재정적 독립을 통한 빠른 은퇴를 의미한다. 20대부터 수입의 70~80퍼센트를 저축하고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가급적 빨리 은퇴한 다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고자 하는 것이다. 이 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이 MZ세대다.
MZ세대가 한국에서는 ‘동학개미운동’을, 미국에서는 ‘로빈후드 투자’를 벌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이를 투자 기회로 보고 용감하게 뛰어드는 것이다. 한편으로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실업률이 더 치솟을 것에 대비해 스스로 안전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동학개미운동: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빗댄 표현)
MZ세대가 과감하게 주식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줄어든 정보 격차가 있다. 투자의 핵심 정보를 얻는 경로가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대형 증권사 펀드매니저에게 상담받기보다 유튜브 채널을 보며 ‘주린이’가 되기도 하고, 화상회의 줌을 통해 관심 있는 이들끼리 스터디 모임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 공부하며 투자하는 성향은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습성이다.
(주린이: 주식 + 어린이를 합쳐 주식 초보자를 이르는 신조어)
‘우리의 취향이 곧 미래가 된다’라는 확신은 ‘팬덤 투자’도 만들어냈다. 미래 소비 시장의 주도권을 쥔 세대들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은 2030세대가 투자 주도층이 되면 대한민국의 주식 투자 문화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 말한다.
본캐보다 더 중요한 부캐
왜 MZ세대는 이러한 부캐 예능에 열광하는 걸까? 이들에게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플랫폼이 다양하다. 보통 일인당 6~7개의 SNS 계정을 소유하고 있다. 집-학교-회사-동호회 정도에 불과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상황과 장소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자유롭게 바꾸는 것이 가능하며, 이러한 자신을 표현할 출구도 여러 개다. Z세대에게 가장 대중적인 SNS인 인스타그램만 봐도 그렇다. 1인 다계정을 사용하는 건 이미 일반적인 사용 형태가 됐다. 이들의 인스타그램은 공개로 운영하는 진짜 계정 ‘린스타Real Instagram’, 특정 캐릭터나 주제만으로 운영하는 ‘핀스타Fake Instagram’로 나눈다. 이러한 세대에게 가상의 배경과 이야기 구조를 가진 연예인의 부캐는 신선함과 동질감을 동시에 주기에 충분하다.
사귀기 전에 '삼귀기'
관심이 가는 단계에서 연애로 가는 애매한 과정을 굳이 정의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연애에도 시간과 돈이 드는데 이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44세 미혼 남녀 2,464명 중 남성의 경우 74.2퍼센트, 여성의 경우 68.2퍼센트가 현재 이성교제 상대가 없다고 대답했다.
나의 취향,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골라서 소비하는 성향은 인간관계에도 비슷한 패턴을 만들었다. 세분화된 취향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간극’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언제라도 취향 공동체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가까운 친구, 애인과는 커져버린 각자의 세계를 공유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오히려 나만의 관심사와 취향,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속 친구가 소울메이트가 된다. 필요할 때만 소통하고 언제라도 자발적 의지로 오프라인 상태가 될 수 있다. 인간관계의 온오프 스위치를 갖게 된 MZ세대는 오프라인에서 특정 소수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상황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글로벌 트렌드 분석 기업인 WGSN은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결혼, 출산, 육아 등을 미루거나 하지 않으면서 식물에 자아를 투영한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은 심리, 동물이나 사람과 달리 내가 원하는 시간에 돌볼 수 있고, 책임감을 갖거나 감정소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대상이라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반영하듯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식물 사진과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품종별로 키우는 방법 등의 지식을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는 불금에도 집에서 혼자 맥주 마시기를 선호한다. 혼맥을 즐기는 요일 1위는 금요일이고(50퍼센트), 장소는 압도적으로 집이었다. 혼맥을 선호하는 이유는 ‘혼자가 좋아서’가 응답자의 80퍼센트였다.
소모적인 인간관계를 극도로 싫어하는 MZ세대에게 또 다른 취미는 ‘식물 키우기’다. 집안에서 반려식물을 키우는 현상은 전 세계 MZ세대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주거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미국의 가드닝 시장은 2018년 기준 연 6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출처:유로모니터 수치). 실내 가드닝 용품 시장도 10퍼센트 넘게 성장하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한지 체크
지금의 소비는 과거 돈을 주고 물건을 교환하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선다. 검색을 하고, 사진을 찍어 올리고, 공유하고 공감을 받아 만족을 느끼는 모든 과정이 소비의 과정이 됐다.
자기표현과 만족,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받는 한편에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문화가 있다. MZ세대는 아이돌이 대중문화의 거대한 주류일 때 함께 자라난 세대다. 또래 가운데 ‘○○중학교 얼짱’이었거나 SNS를 통해 유명해진 친구들이 스타가 되는 과정을 지켜봐왔다. 이를 보면서 MZ세대는 외모를 가꾸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일이 삶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한국 남성의 1인당 스킨케어 지출 규모는 세계 1위이며, 국내 남성용 화장품 시장은 1조 원을 넘어섰다. 샤넬은 남성용 화장품 ‘보이 드 샤넬’의 첫 진출 국가로 한국을 선택했다. 10대 남성 대부분이 베이스 메이크업을 하고, 일부 색조화장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에 열광하는 MZ세대는 자신만의 공간, 자신만의 다이어리, 자신만의 휴대폰 ‘꾸미기’도 유행시키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꾸미기 열풍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모바일로 모든 걸 해결할 것 같은 MZ세대의 꾸미기 열풍은 아이러니하게 아날로그의 대명사, 다이어리 꾸미기인 ‘다꾸’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휴대폰을 꾸민다는 ‘폰꾸’, 책상을 꾸민다는 ‘데꾸’, 스티커로 꾸민다는 ‘스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다이어리를 꾸민 다음, SNS에 올려서 인증한다.
다이어리를 꾸미는 데 필요한 마스킹 테이프나 떡제본 메모지가 ‘마테’, ‘떡메’ 등의 줄임말로 불리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다이소, 텐바이텐, 교보문고 등은 아예 ‘다꾸 전용 코너’를 만들었으며, ‘내맘대로다꾸다꾸’, ‘까만너구리’ 등 전문 문구점까지 등장했다. 백화점에서는 다꾸 용품 행사인 ‘다꾸페(다이어리 꾸미기 페어)’를 열었고, 유튜브에도 ‘다꾸TV’ 등이 등장했다.
MZ세대는 이런 꾸미기 문화를 공간으로 이어가고 있다. 1020세대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책상을 꾸미는 것을 가리키는 ‘데꾸테리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 올리는 ‘공스타그램’, 자신의 방을 찍어 올리는 ‘집스타그램’ 등이 인기다.
탈권위주의: 망가지는 CEO
다른 세대의 음악이던 트로트를 살짝 변형해 ‘우리 세계’로 끌고 들어오는 것을 쿨하다고 여기는 MZ세대. 이 같은 일은 인간관계에서도 벌어진다. MZ세대가 가장 멋지다고 여기는 인간관계는 자신보다 열 살 이상 차이 나는, 좀 잘나가는 멘토들을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다.
탈권위주의는 MZ세대에겐 새로운 소통의 방식이 됐다. 뻔한 것을 거부하는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것을 벗어던져야 한다.
신념을 소비하는 미닝 아웃
좋아하는 브랜드를 마음껏 띄우고, 옳다고 믿는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Z세대는 ‘디지털 폴리티션digital politician’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뭉치고, 원하는 것을 이야기한 뒤 흩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그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다.
요즘 세대는 소비를 할 때도 착한 기업에 지갑을 열고 나쁜 기업에 지갑을 닫는 ‘미닝 아웃Meaning out 소비’를 추구한다. 2019년 유통업계를 강타한 일본산 불매운동도 그렇다. Z세대의 일본산 불매운동 참여율은 76퍼센트에 달했다.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는 일본산 화장품을 철수하고, 일부 일본 맥주회사는 국내 편의점에서 전면 철수되기도 했다.
(미닝 아웃 소비: 소비자 운동의 일종으로 소비행위를 통해 자기만의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적극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MZ세대의 가치 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마케팅은 패션업계에선 오래된 이슈다. 조금 넉넉한 체격을 가진 사람부터 까무잡잡한 피부, 잡티가 많은 얼굴 등 ‘사회적 미의 기준’과 거리가 멀던 이들이 패션업계 모델로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이를 부르는 말도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보디 포지티브 운동body positive(자기 몸 긍정주의)’이다. 미디어와 패션업계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몸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신체해방 운동이다. 170센티미터 이상의 키에 50킬로그램 이하의 몸무게, ‘44사이즈 모델’들이 떠난 자리를 주변에서 쉽게 보던 친숙한 몸매가 차지하고 있다.
MZ세대는 패션에 모든 열정을 쏟는 것 같으면서도 한 축에선 ‘민낯 패션’을 추구한다. 예뻐 보이는 체형보다 건강을 더 중시하는 소비를 한다. 속옷 분야가 그렇다. 체형 보정을 위해 와이어로 가슴둘레를 옥죄던 디자인은 외면받고 입고 벗기 편한 브래지어가 크게 늘었다. 빅사이즈 속옷, 여성용 사각팬티 등은 2~3년 사이에 판매량이 급증했다.
패션업계뿐만 아니다. 식품과 생활용품에서 MZ세대는 유기농과 건강에 대해 다른 어느 세대보다 관심이 많다. 하인즈 케첩보다 동네 청년이 만든 유기농 토마토케첩을 찾는 식이다. SNS의 지지를 등에 업은 ‘작고 가치 있는’ 브랜드들이 성장하면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의 10대 대형 소비재 브랜드 매출은 220억 달러(약 24조 6,224억 원)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도 3퍼센트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자료:퓨리서치 조사).
‘소셜 임팩트(사회적 평판)’는 산업 전방위에 걸쳐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비즈니스와 사회 문제가 관계없다는 시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전 세계 소비자의 93퍼센트는 사회 환경 문제를 지지하는 브랜드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리나라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상품을 구매할 때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한다. 1990년대 준법 경영과 윤리 경영, 자선활동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전부였다면, 2000년대 이후엔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모두 아우르는 책임 경영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다. 마케팅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적 책임은 물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게 기업의 숙명이라는 이야기다.
무시간성의 예측 불가 소비자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채널은 마음만 먹으면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서포트하고, 내가 연예인이 될 수도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내가 아는 진짜 예쁜 언니’와 ‘내가 아는 진짜 웃긴 형’ 등 동네 스타들이 전국, 나아가 글로벌로 뻗어갈 수 있는 힘이 이들에게 생겼다. 기존 연예인들과 유명인들도 이 커뮤니케이션 트래픽에 올라타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24시간 개방된 네트워크 속에 살아온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은 ‘무시간성’이 특징이다. 하루, 일주일, 월 단위로 계획을 쪼개 살던 기성세대의 눈에 이들은 마치 ‘계획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전반에 걸쳐 수백 년간 이어져온 ‘해 떠 있을 때 일하고, 해 지면 휴식을 취하는’ 개념이 무너진 최초의 세대이다.
24시간 연결되길 희망하는 MZ세대는 끊임없이 정보를 새로 업데이트하기 위해 ‘셀프 불면’을 택하기도 한다. 짧게 소비되고 잊히는 인터넷 세상 속 콘텐츠처럼 자신의 수면 시간도 온라인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일 때 언제든 ‘쪽잠’을 자는 형태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들의 무시간성은 유행 코드의 성공 방식도 바꿨다. 무한한 콘텐츠의 세계를 헤매던 MZ세대는 언제든 과거 유행한 ‘어떤 것’을 소환할 수 있다. 소품, 웃긴 영상, 영화 속 캐릭터나 대사 등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이들이다.
누구보다 선한 영향력을 원한다
MZ세대를 이기적이고 나만 아는 별종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10~20대가 대다수인 요즘 팬클럽은 ‘기부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부금뿐만 아니라 생리대, 헌혈증 나눔부터 유기견 보호소 봉사까지 아이디어 전쟁터로 변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생일이 되면 전 세계 팬들이 나서서 길거리 청소를 하기도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이뤄지는 팬덤 기부는 익명의 팬들이 직접 기획하고, 집행한다. 팬카페 운영진이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모금 내용과 집행 과정, 이월금 정산 등을 투명하게 공유하기 때문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간다.
MZ세대는 취미활동이나 운동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스웨덴에서 시작해 북유럽을 중심으로 ‘플로깅’이라는 환경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영어 단어 조깅jogging과 ‘이삭 줍기’를 뜻하는 ‘plocka upp’이 합쳐진 말로, 걷거나 뛰면서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의미한다. 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들고 뛰어야 하며 또 쓰레기를 줍기 위해 다리를 굽혔다 펴야 하므로 일반적인 달리기보다 칼로리 소모가 많으면서 환경도 보호하는 운동인 셈이다. 플로깅은 한국에도 ‘줍깅’이라는 캠페인으로 번역되어 들어왔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부산의 청년 커뮤니티 ‘부티플(부산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들)’은 지난해부터 10개월간 ‘줍깅 레이싱’을 6회에 걸쳐 진행했다.
3장 _ MZ세대가 열광하는 10가지 도구
오프라인 카리스마
‘랜선 라이프’를 즐기는 MZ세대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필요 없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MZ세대는 더 강렬한 경험을 주는 오프라인 매장을 원한다. 온라인에서 얻지 못하는 극강의 서비스와 지적 만족, 경험의 공유를 할 수 있어야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플래그십에 투자가 늘고 있다. ‘자라’ 등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패션그룹 ‘인디텍스’는 올 6월 전 세계 1,200여 개 매장을 철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더 적은 수의 압도적인 플래그십 매장을 만들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MZ세대가 키운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는 올 들어 패션문화를 종합한 편집공간인 ‘무신사 테라스’를 홍대입구역에 냈다. 레깅스 등 애슬레저 시장의 강자 ‘안다르’도 올해 삼청동 플래그십 매장을 내기로 했다. 온라인 쇼핑업체의 성장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전통 패션기업들도 오프라인 플래그십 투자를 늘리기는 마찬가지다.
어차피 온라인으로 살 걸 왜 오프라인에 투자하느냐고? MZ세대에게 소비는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단순히 심리적 만족을 채우는 그 이상이다. 그들에게 소비는 자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쓰인다. 판매보다 ‘경험’에 방점을 둔 공간들이 MZ세대에게 먹힌다. 따라서 기업은 길목 좋은 곳에 평범한 매장 다섯 곳을 여는 것보다, MZ세대의 인스타그램에 저장될 만한 한 곳을 제대로 선보이는 일에 열을 올려야 한다. 이곳이 우리 브랜드의 감성이고, 철학이라는 것을 공간으로 보여주며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MZ세대 소비자에게 압도적인 경험을 줄 공간은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정된 기간에 운영하는 팝업 스토어나 편집숍 형태가 아니다. 단독 매장으로 브랜드의 A부터 Z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됐다. 오래된 브랜드, 신생 브랜드 할 것 없이 소비재 브랜드들은 앞다퉈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넓은 공간을 확보한 초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이면서 오프라인에서의 브랜드 카리스마를 세우고 있다.
2019년 아모레퍼시픽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자동차정비소를 개조해 신개념 뷰티 라운지 ‘아모레성수’를 열었다. 특이한 것은 아모레퍼시픽은 이 공간에서 어떤 화장품도 팔지 않는다. 매장에 방문했으면 화장품 하나라도 사서 나와야 할 것 같은 소비자의 부담감을 아예 없앴다.
방문자들은 부담 없이 매장에 들러 자신의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다양한 화장 제품을 발라보며, 상주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화장 기술을 배워가기도 한다. 아모레성수는 오픈 이후 하루 평균 500여 명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방문자 가운데는 MZ세대의 비중이 80퍼센트를 넘는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전 세대에게는 ‘방문 판매’ 등의 전통적인 판매 채널을 운영해왔다면, MZ세대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팬덤을 이뤄가는 시도를 하는 셈이다. 아모레성수에 방문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아모레퍼시픽의 30여 개 브랜드 제품을 체험하고, 이후 온라인으로 제품을 찾아 구매하는 능동적인 소비자로 변한다.
오래된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코오롱스포츠는 요즘 ‘솟솟’으로 불린다. ‘솟솟’은 1973년 브랜드 런칭 때부터 사용해온 상록수 소나무 두 그루의 로고를 보이는 대로 한글로 표현한 것이다. 코오롱스포츠는 2019년 콘셉트 스토어인 ‘솟솟상회’와 ‘솟솟618’이라는 공간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서울 종로 낙원상가에 위치한 ‘솟솟상회’는 기존 매장에서 사용하던 집기들을 리사이클해 내부를 장식하고, 옛날 학교 앞 문구점에서 볼 수 있던 추억의 오락기 등을 배치하는 등 복고풍 인테리어를 살려 MZ세대에게 뉴트로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빈티지 상품과 신상품을 적절히 믹스매치할 수 있도록 재판매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MZ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공간 전략은 가구, 가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의 홈페이지에는 ‘당신이 꿈꾸는 라이프 스타일의 모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시몬스는 2018년 경기도 이천에 복합문화공간이자 라이프 스타일 쇼룸 ‘시몬스 테라스’를 열었다. 이곳에는 주말이면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이 방문한다. 시몬스 테라스에는 호텔에서 사용하는 고급 침구부터 150년 시몬스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까지 있다. 1900년대 초반 사용된 매트리스 원단, 초창기 침대 프레임 등이 전시되어 있고, 전문 큐레이터에게 무료로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이곳도 오픈하자마자 MZ세대의 인증샷 명소가 된 것은 당연하다.
프로슈머는 죽지 않는다
2020년 6월 농심켈로그는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첵스 신제품 시식단 모집’이라는 6초가량의 영상을 올렸다. “미안 미안해, 미안 미안해”라는 태진아의 노래와 함께 ‘16년을 기다려온 맛이 온다’는 문구도 담았다.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당초 농심켈로그 측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출시하는 제품이니만큼 밀크초코맛 ‘체키’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어른들이 ‘차카’에게 투표를 했고, 차카는 큰 표 차이로 체키를 앞서게 된다. 당황한 농심켈로그는 “일부 네티즌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투표했다”는 사실을 보완업체를 통해 확인하고, 일부 표를 무효 처리하는 동시에 ARS 투표와 현장 투표 방식을 추가했다. 결국 이 선거에서 체키가 승리했고, 16년째 첵스초코 나라의 대통령직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이 선거가 ‘부정선거’였다는 내용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첵스 대선 15주년이던 2019년에는 트위터에 ‘PrayforChex’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수천 번 리트윗됐고, 체키의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농심켈로그가 진행하는 다른 이벤트에도 출시에 대한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농심켈로그는 16년 만에 첵스파맛을 내놓는다고 예고했으며, 네티즌들은 “16년 만에 민주주의가 실현됐다”며 환호했다.
첵스파맛은 3개월간 판매한다는 한정판이 나오자마자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대형마트 매대도 모처럼 신났다. 첵스파맛은 시리얼 코너가 아닌 신선식품 채소코너의 대파 옆에 진열되는 이색적인 모습도 보였다. 시식 체험단의 후기 공유는 물론 우유, 크림수프, 곰탕, 라면, 떡볶이와 돈가스에 넣어 먹는 방식 등 이색적인 레시피가 공유되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뒤덮었다.
첵스파맛 열풍은 프로슈머prosumer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창작자가 되는 모디슈머modifsumer 트렌드가 얼마나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프로슈머: '생산자' + '소비자'의 합성어로,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모디슈머: '수정하다' + '소비자'의 합성어로, 소비자가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종됐거나 인기가 시들해진 제품도 모디슈머 열풍을 타고 재출시되거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앙금과 롯데제과 제품 ‘빠다코코낫’을 재료로 한 DIY 디저트 ‘앙빠’가 입소문을 타면서 빠다코코낫은 품귀 현상을 빚었다. 또한 2016년 출시 당시 큰 인기를 모은 오리온의 과자 ‘치킨팝’은 공장 화재로 생산라인이 소실되어 불가피하게 단종됐다가 3년 만에 재출시됐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재출시 요청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처럼 MZ세대는 자신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팬이 되어 생산과 출시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소비자들은 팔도 비빔면이나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등 인기 제품에 대해 “양념장을 따로 출시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고, 실제 기업들은 이를 제품화하기도 한다. 하이트진로음료의 토닉워터는 1976년 출시된 이래 위스키나 보드카 등 양주를 판매하는 주점에서 주로 팔리던 제품이다. 43년간 매출 100억 원을 못 넘다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주에 타 먹는 ‘쏘토닉’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지난해부터 200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MZ세대는 자신들이 열광한 레시피가 정식 제품 또는 한정판으로 출시되면 자신의 블로그, SNS, 유튜브 등에 거침없이 리뷰를 하고 마케팅을 펼친다. 이처럼 제품 출시 과정에 관여하면서 컨슈머에서 모디슈머로, 모디슈머에서 팬슈머fansumer로 진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레트로'라는 마법 상자
요즘 ‘랄뽕’이라는 말이 있다. 왼쪽 가슴에 로고가 박힌 피케 셔츠, 옥스퍼드 셔츠 등 1990년대 중후반을 강타한 ‘폴로 랄프로렌 룩’을 다시 입는다는 뜻이다. 인스타그램에 ‘랄뽕’을 검색하면 14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패션 유튜버 사이에서도 ‘랄뽕룩 입는 법’을 공유하는 게 유행이다.
패스트패션(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하여 빠르게 제작하고 유통시키는 의류)에 피로감을 느낀 MZ세대는 트렌드 시간여행을 즐긴다. 과거의 어느 시대로 돌아가 ‘대유행’ 혹은 ‘몰개성’이라 불리던 한 시점의 코드를 소환한다.
현재는 모든 유행의 주기가 짧고, 소비하는 콘텐츠도 빠르게 휘발하기 때문에 요즘 세대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옛 시절의 헤리티지에 집착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에게 디지털 피로감을 탈출할 통로는 과거의 것들이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그것을 재해석하는 데 능한 이들에게 오래된 것들은 매력적인 요리의 재료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인터넷에서 봤거나, 부모세대로부터 ‘들은’ 것들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찾아 나선다.
마찬가지로 MZ세대가 찾아다니는 곳은 ‘오래된 곳’이다. 기성세대의 발길이 끊어진 허름한 골목길, 낡디낡은 노포 등 이들은 삼촌과 이모가 20대를 보내던 시기를 탐닉하며 변하지 않는 것들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그렇게 을지로를 ‘힙지로’로 만들고, 30년 전 유행한 운동화를 다시 신으며, 유튜브에서 ‘온라인 탑골공원’ 영상을 찾아본다.
모든 길은 인스타그램으로 통한다
MZ세대에게 소비의 완성은 물건과 영수증을 받아들 때가 아니다. 구매한 물건을 찍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는 순간이 바로 소비의 완성이다. 이는 패션, 뷰티, 외식 등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무엇이든 ‘인스타그래머블’해야 한다.
카페와 음식점에 놓인 의자가 점점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명 ‘항공샷’으로 식탁 전체의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담기 위해서는 테이블보다 의자가 높은 것이 더 편하고 사진도 잘 나오기 때문이다.
옛날 세대는 일 년에 몇 차례씩 해외에 다녀오는 MZ세대에게 ‘돈을 너무 헤프게 쓴다’, ‘언제 돈 모아서 집 살래’, (극단적으로) ‘외화 낭비한다’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MZ세대에게 휴가 때 해외여행을 가는 건 ‘싸고, 특별하지 않고, 합리적인 소비’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은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SNS로 시작했지만 현재 거대한 쇼핑 플랫폼이 됐다. 초밀착형인 인플루언서들은 옷부터 화장품, 생활용품과 건강식품까지 수많은 상품을 거침없이 팔고 있다. 인스타그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인스타그램 이용자 가운데 35퍼센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본 적이 있다. 이용자 중 85퍼센트는 인스타그램에서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검색했고, 63퍼센트는 링크된 제품의 웹사이트나 앱에 접속한 경험이 있다.
이미지에 매혹되어 구매로 이어지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결국 세분화된 취향과도 맞물려 있다. 나와 취향이 맞는, 혹은 내가 비슷해지고 싶은 심리를 건드린다. 전문가도 아니고, 아는 브랜드도 아니지만 “써보니까 좋아요”라는 공식으로 MZ세대를 유혹한다. 이미지에 한번 빠져들면 제품의 품질을 떠나 구매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댓글과 후기
MZ세대를 매혹하는 두 가지 상반된 도구가 있다. 바로 이미지와 댓글이다. MZ세대는 감성적인 소비와 이성적인 소비를 동시에 한다는 이야기다.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갔을 때 MZ세대는 스크롤을 빠르게 내린다. 콘텐츠는 스킵해도 댓글은 꼼꼼하게 읽는다. 국내 시장조사 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성인 남녀 1,200명 중 78.6퍼센트는 제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 리뷰를 본다고 한다.
구매의 기준이 광고가 아닌 댓글의 양과 그 수준이라는 것은 뷰티, 식품, 패션 등의 모든 산업에 해당한다. 모호하게 ‘좋아요’가 아닌 왜 좋은지, 왜 나쁜지, 어떤 면은 개선해야 할지 다각도로 분석하는 프로 리뷰어들이 기업과 제품의 생사를 가르는 요인이 됐다는 의미다.
정보 검색과 평가에 능한 이들은 제품을 고를 때에도 인터넷 최저가로 검색하고, 리뷰를 실시간 검색하는 능력이 장착되어 있다. 면세점 사이트마다 장단점, 매장별 할인 정보까지 꿰뚫고 있는 이들은 댓글 아래 또 댓글을 달며 마치 인공지능처럼 새롭게 학습하고 진화한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TV 광고보다도 온라인 매체 관리와 유튜브 후기 조회수, 해시태그 개수에 더 많이 신경 써야 하는 환경이 됐다. ‘댓글 알바’, ‘리뷰 알바’라는 직업이 생기는가 하면, ‘리뷰 알바 교육과정’까지 등장했다.
MZ세대가 올리브영, 랄라블라 같은 드러그스토어에 자주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인터넷으로 얻은 정보를 눈치 보지 않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로드숍처럼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직원의 응대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자라, H&M, 유니클로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대형매장을 열고 수백 벌의 옷을 마음껏 입어볼 수 있도록 해 빠르게 1020세대의 지지를 얻은 것도 같은 이유다.
개념 탑재 : 뿌듯함을 사다
인증샷 중심의 소비 문화는 ‘개념 소비’의 뿌리가 되기도 한다.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제품, 비건 음식 등이 잘 팔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MZ세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윤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리고, 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또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음식 소비 문화에도 의미 있는 소비를 해야 한다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최근 약 200만 명 안팎으로 급증했다. 전국에 비건 전문 식당이 300여 곳으로 늘었다. 초기 단계지만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비건 메뉴’를 따로 내놓고 있다. 비건 베이커리도 등장했다. 채식주의자를 위해 레스토랑을 찾아주는 앱과 비건 전용 쇼핑몰도 나왔다.
이와 함께 늘고 있는 건 식물성 단백질 시장이다. ‘대체육 시장’으로도 불리는 식물성 단백질 시장이 2029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10퍼센트에 달하는 1,4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출처:바클레이즈 통계).
화장품과 패션에도 ‘비거니즘’이 확산하고 있다. 완벽한 채식주의를 뜻하는 비거니즘은 해외에서 이미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의 25~34세 중 25퍼센트가 채식주의자다. 먹는 것뿐만 아니라 바르고 입는 것까지 모두 ‘탈동물’을 선호한다.
가장 친환경적인 브랜드로는 ‘파타고니아’를 들 수 있다.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이익을 내고 환경을 위해 쓴다”는 철학과 함께 유기농, 친환경 재료와 공정무역을 지향한다. 심지어 환경을 위해 “옷을 사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창업자인 이본 취나드는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거벽 등반의 황금시대를 개척한 유명한 산악인이자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파타고니아의 철학에는 그의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먹고 바르는 것에서 확장되어 패션에도 비건 경쟁이 치열하다. 한지를 이용한 종이가죽, 코르크나무 껍질을 벗겨 만든 코르크 가죽, 버섯으로 만든 가죽 마일로 등 동물 가죽이나 모피보다 훨씬 가볍고 내구성 좋은 소재들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폴리에스터를 활용한 ‘페이크퍼fake fur’는 3년 전부터 겨울 패션 업계를 강타한 ‘잇템’이었다.
이처럼 공공의 선과 맞닿아 있다면 그것이 어떤 개념이어도 괜찮다. 환경, 인권, 동물보호, 건강, 이웃사랑. 크기와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전달되고 실행된다면 MZ세대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
10초 안에 사로잡는 '밈'의 과학
MZ세대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는 길면 안 된다. 무시간성을 사는 MZ세대는 짧은 콘텐츠를 생성하고 퍼뜨리는 ‘밈Meme’ 문화를 주도한다. 밈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제시한 용어로, 문화적 요소들이 유전자처럼 복제되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것이 최근에는 단순히 복제하거나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재가공하고 재해석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틱톡이 1020세대를 사로잡은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틱톡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쉽게 만들 수 있으며, 배경음악이나 화면 효과 등을 자유롭게 영상 편집할 수 있다. 그러면서 다른 콘텐츠를 모방하고 재창조하는 밈 현상의 주축이 되는 순간 핵인싸가 될 수 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는 MZ세대에게 중요하지 않다. ‘오리지널’의 가치보다는 이를 더 재밌고 신선하게 재생산해내는 패러디에 더 가치를 둔다.
밈 현상은 유행어에서도 마찬가지다. ‘묻고 더블로 가’, ‘사딸라’ 등의 유행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06년 영화 <타짜>, 2002년 드라마 <야인시대> 등에 나왔던 한마디 대사를 따와 확대 재생산하며 시작됐다. 대사의 주인공인 배우 김응수와 김영철은 10여 년 전 캐릭터를 다시 연기하며 버거킹, BBQ 등의 유명 브랜드 광고 모델이 되기도 했다. 자신들이 주목한 스타들이 주류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MZ세대는 희열을 느낀다.
잘 떠먹여주는 별별 큐레이팅
무신사에는 상품 수만 26만 개가 넘으며, 지그재그에는 쇼핑몰 3,600여 곳이 있다. 이러한 온라인 편집숍들은 자신의 취향을 입력하면 추천 상품이 뜨는 서비스는 기본으로 마련되어 있다. 여러 쇼핑몰에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한 곳에서 다양한 상품을 살펴볼 수 있는 MZ세대의 온라인 백화점이 된 셈이다.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는 가치보다 개성을 더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해 랭킹을 매기고, 취향에 맞게 큐레이션한 것이 맞아떨어졌다.
지그재그의 데이터 클러스터는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에 맞춰서 실시간으로 그 형태가 달라진다. 지그재그는 이를 ‘다이내믹 클러스터’라고 부른다. 과거 지그재그는 10대, 20대, 30대 등 연령별로 분류되는 클러스터 안에 러블리, 오피스룩같이 스타일 콘셉트를 구성해 사용자를 매칭했다. 그랬더니 천편일률적인 바이어스가 생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보완하여 좀 더 취향 존중 서비스로 개편해 만든 것이 ‘다이내믹 클러스터’다. 사용자들이 상품을 클릭하고, 즐겨찾기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접속할 때마다 달라지는 화면과 상품 우선순위를 노출하도록 했다. 따라서 클러스터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변한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라이브 커머스
라이브 커머스는 온라인상에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매장에 가지 않고 실시간 댓글로 브랜드 관계자나 인플루언서, 생산자와 소통한다. 홈쇼핑이 주도하던 영상 커머스 시장에 개인과 중소형 업체까지 가세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실시간으로 소통과 참여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시청자와 진행자, 판매자와 또 다른 시청자 간에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 때문에 품목에도 제한이 거의 없다. 고가의 명품부터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소소한 제품까지 볼 수 있다.
경험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세대들은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물건을 살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에 열광한다. “당신의 작은 문제를 이렇게 해결했습니다”라는 장면에서 내가 생각한 고민과 딱 맞아떨어지면 즉시 구매를 한다. 내가 당장 궁금한 게 있으면 “안쪽을 보여주세요”, “그 노트북 ○○게임 한번 실행해봐주세요”, “무게를 자전거와 비교해주세요” 등의 세세한 요구를 한다. 중국에서는 이미 2016년 왕홍 등이 라이브 커머스 붐을 일으켜 자동차와 부동산 업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2019년 4,438억 위안(약 76조 원)에서 올해 9,610억 위안(165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기업들이 라이브 커머스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30억 원어치를 팔았든, 300억 원어치를 팔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가장 공정하고 빠르고 정확한 소비자 데이터가 라이브 커머스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라이브 커머스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비교적 싸게 바로 살 수 있다. 광고를 하기에는 부담스럽고 홈쇼핑으로 바로 가기에는 아직 사이즈가 안 되는 작은 제품이나 개인 맞춤형 제품들을 테스트해볼 최고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그립 등 라이브 커머스 기업들이 판매하는 제품들의 반품률은 1퍼센트 이하다. 라이브 커머스를 단지 판매 플랫폼이 아니라 가장 투명한 소비자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유 너머에 존재하는 것
MZ세대에게서 중고에 대한 거부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과잉시대를 거치며 이들은 ‘평생 소유’라는 개념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자신의 물건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지면 중고시장에 내놓는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의 가입자는 4,000만 명에 이른다. 중고시장의 규모도 약 20조 원으로 10년 사이 5배 이상 성장했다. 모바일 리서치 기관 오픈서베이가 2030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물품 중고거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30세대 10명 중 3명은 2개월에 한 번씩 중고거래를 한다”고 나왔다. 응답자 가운데 중고거래 경험이 있는 2030세대는 83퍼센트였다. 최근 1년간 중고물품 판매와 구매 횟수가 6회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7.3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공유 경제는 소유가 아닌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딱 맞는 소비다. 돈을 내고 갖는 게 아닌, 사용한 만큼만 돈을 지불하는 소비이기 때문이다. ‘공유 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로렌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으로,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소비다.
소유에 대한 개념이 바뀌면서 구독 경제도 활발해지고 있다. 일회성 판매가 아니라 누군가가 골라준 서비스나 제품을 매달, 매주 배송받아 보는 것이다. 아이튠스와 멜론 등의 월정액 무제한 음악감상 서비스, 넷플릭스의 콘텐츠 서비스 등을 경험한 세대는 먹거리와 인테리어, 그림까지 구독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에 거침이 없다.
전국 각지의 전통주를 구독할 수 있는 ‘술담화’는 2020년 6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8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구독자 수도 10배가량 증가했다. 술담화는 월 3만 원대의 구독료를 내면 매달 전통주 소믈리에가 선택한 술 2~4병을 칵테일 레시피 등이 적힌 큐레이션 카드, 스낵 안주와 함께 집으로 배송해준다. 술담화는 20대 청년들이 운영하는 만큼 전통주에 대한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층의 취향에 맞춘 포장과 서비스를 선보여 인기다.
그림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오픈갤러리’도 지난 6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74퍼센트 증가했고, 구독자 수도 83퍼센트 늘었다고 밝혔다. 오픈갤러리는 작가 1,000여 명의 작품 약 3만 점을 기반으로 3개월마다 벽에 걸 그림을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독료는 그림 크기에 따라 월 3만 원대부터 20만 원대 이상까지 다양하다. 소속 큐레이터의 상담과 추천을 통해 그림 선택을 어려워하는 구독자를 돕고, 작품과 작가에 대한 해설 서비스도 지원해 그림을 잘 몰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한정판 명품에 열광하는 MZ세대는 ‘리셀시장’을 만들고 있는 주역이다. 특정 브랜드의 한정판 운동화를 20만 원에 사서 수백만 원의 고가에 내놓는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MZ세대가 열광하는 명품 브랜드나 한정판 제품이 하나의 재테크가 되면서 코로나19 와중에도 명품 매장과 면세점에 문 열자마자 뛰어나가는 ‘오픈 런’ 현상도 벌어졌다.
4장 _ 잘나가는 것을 만드는 결정적 차이
여기에서는 마케팅의 기본 프로세스를 고객 인사이트 발굴, 브랜드 가치 결정, 커뮤니케이션과 유통, 고객 붙잡는 팬덤 등 소비자 가치 사슬consumer value chain에 따라 4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성공한 기업들과 실패한 기업들의 전략을 분석했다.
1단계. 집요한 인사이트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다
다노
현재 다노는 다이어트 식품 기획과 제조사로도 변신했다. 제품을 개발할 때 SNS 채널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위해 팔면 좋을 것 같은 제품을 정기적으로 질문한다. 통밀 팬케이크가 달다는 지적에 감미료를 줄이기도 했고, 운동 매트에서 냄새가 심하다는 의견에는 제조 공정에서 원인을 찾아내 냄새를 줄였다. 무첨가 두유가 맛이 없다는 피드백이 이어지자 달콤한 달콩두유로 위기를 극복했다. 사용자들은 단순히 다노의 이용자가 아니라, 다노의 기획자이자 MD이자 잔소리꾼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 브랜드가 달라지고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며 MZ세대는 브랜드를 함께 키워나가는 쾌감을 느낀다.
제품을 만들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며, 구매 고객을 늘리는 대신 공동체의 크기를 키운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은 시장점유율 1퍼센트를 높이는 데 집중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비자의 생애 주기를 점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내가 쓰던 좋은 물건을 가까운 사람에게 좋은 가격에 넘기고 싶다’라는 누구나 가진 생각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 중고거래의 가장 큰 문제이던 ‘중고 사기’를 차단할 수 있었다. 불법 게시물은 걸러내고 중고거래 수수료는 받지 않으면서 월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었다. 당신 근처에서 열리는 시장이라는 뜻의 ‘당근’이, 중고거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불편함을 지워주면서, ‘안 입는 패딩 집 앞에서 빨리 팔고 싶을 때’ 생각나는 중고거래 욕구를 제대로 일깨워준 것이다. 이제 당근마켓은 단순한 거래 사이트를 넘어서 지역 커뮤니티로 발전하고 있다.
보맵
보험은 약관, 보장 범위 등 정보 비대칭 문제가 가장 큰 분야였다. MZ세대는 보험을 가까이할 이유가 적었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보맵은 일상에 필요한 미니 보험을 가족, 친구와 모바일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 ‘보험 선물하기’를 출시했다. 특히 술자리가 잦은 회사원, 혼자 사는 여자친구 등에게 선물하기 좋은, 하루 700원으로 이용하는 ‘귀가안심보험’이 인기가 좋았다. ‘보험 선물하기’의 80퍼센트 이상이 귀가안심보험을 이용했고, 결혼 시즌을 맞아 친구들에게 ‘웨딩보험’을 선물하는 2030세대도 있었다. 보험 선물하기를 한 달간 이용한 사람의 62.5퍼센트가 2030세대다.
뱅크샐러드
MZ세대의 자산은 중고차 한 대도 귀중하다. 중고차 시세를 조회할 수 있고, 자산의 주요 부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최초의 앱이 뱅크샐러드다. 월급 통장도 없고, 따라서 자산관리 앱은 필요 없다는 MZ세대에게 뱅크샐러드는 나의 돈, 나의 미래를 360도 관리해주는 앱으로 다가갔다. 카드나 은행에 한 번만 연동해놓으면 자동으로 사용 내역을 받아와서 앱에 입력해주는 무료 가계부 어플로 수입과 지출, 카드별 통계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택시비 카드 지출이 늘어나면 ‘이럴 거면 경차를 구매하시는 것이 더 경제적입니다’라는 메시지도 보내준다. 친절할 뿐 아니라 고객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모습도 재치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2단계.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통한 가치 확대
구찌
누군가에게 “오늘 컨디션 어때?”라고 물었는데 “구찌해”라고 답한다면? 명품을 떠올려선 안 된다. 구찌Gucci는 MZ세대에게 ‘좋다’, ‘멋지다’는 의미다.
2015년 심폐소생술이 시작됐다. 신임 최고경영자로 온 마르코 비자리는 ‘밀레니얼’에서 답을 찾고자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제도를 도입했다. 리버스 멘토링이란 선후배 사이에서 멘토와 멘티가 바뀐 것을 말하는데, 35세 이하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새 아이디어가 쏟아져나왔다. 모피 사용 금지, ‘구찌와 함께하는 여행 앱’ 제작, 중성적 디자인 적용 등이 여기서 나온 결과물이다. 친환경, 경험, 재미와 개성 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어울리도록 매장 분위기도 밝게 꾸미고,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도 협업했다. 광고 모델로는 SNS의 인플루언서를 내세웠다. 래퍼 릴 펌은 온몸을 구찌 제품으로 두르고 <구찌 갱>이라는 노래를 불러 빌보드차트 3위까지 오르는 인기를 누렸다. 이러한 구찌의 행보에 기존 소비자들은 “구찌가 미쳤다”며 화를 냈지만 MZ세대는 열광했다.
휠라
휠라의 본격적인 부활은 전선을 좁혀 10대에 집중하고 휠라가 잘해온 가치, 인정받은 가치에 집중하며 ‘휠라’다운 운동화를 만들어 내면서 시작됐다. 글로벌 소싱을 통해 가격을 낮춰 MZ세대가 구매 가능한 제품으로 포지셔닝을 조정했다.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고 ABC마트에 전격 입점했다. MZ세대의 오래된 하굣길 친구인 메로나와 협업해 ‘메로나 운동화’를 출시하고, 사이즈를 세분화해 자신의 발 크기에 딱 맞는 운동화를 찾을 수 있게 맞춤화했다.
구찌와 휠라는 뉴트로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과거를 끌고 와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동시에 나름의 유연한 확장을 하는 것이다. 두 브랜드 모두 당시 기존 명품들이 ‘로고리스Logoless(로고를 감추는 미니멀리즘)’에 빠져 있을 때 오히려 정반대의 맥시멀리즘으로 달려갔다.
명품시장에서도 MZ세대는 ‘큰손’이다. MZ세대는 생필품을 살 때는 가성비를 따져보고 최저가를 찾지만, 고가의 명품백을 살 때는 주저하지 않는 양면성이 있다. 몇 년 사이 이러한 MZ세대의 지갑을 열며 패션계를 뒤흔드는 두 브랜드가 있다. 바로 ‘오프화이트’와 ‘베트멍’이다.
오프화이트
전통 명품 브랜드가 소량 생산, 고가 정책을 펴며 희소성을 강조하는 반면, 오프화이트는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매스티지 브랜드와 협업했다. 나이키의 인기 모델인 에어조던, 컨버스 척테일러에도 디자인을 입혔다. 이외에도 가구회사 이케아,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 독일 캐리어 회사 리모와와 콜라보 제품을 다수 내놓았다.
이 가운데서 인기가 많은 협업 제품은 인스타그램에서 추첨을 통해 판매했다. 오프화이트 공식 계정을 팔로우한 다음, 해시태그를 달아 재게시하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식이다. 신제품을 내놓을 때에는 자신들의 명확한 타깃이 몰려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베트멍
베트멍의 정체성은 해체주의와 신비주의, 그리고 스트리트 패션의 재해석이다. 과장되게 큰 옷을 선보이는가 하면, 패션 아이템으로서는 가치 없다고 여겨지던 소방복이나 비옷을 컬렉션에 선보이며 ‘명품의 선’을 넘기도 한다. 또한 파리 마레지구 게이 전용 클럽에서 패션쇼를 열기도 하는 등 편견을 비웃는 혁명적인 패션 브랜드로 거듭났다.
콧대는 낮추되 콘텐츠는 파격적으로 이어가면서 오프화이트와 베트멍은 MZ세대를 상징하는 명품으로 거듭났다.
오래된 식품업계가 패션업계와 손잡고 다소 엉뚱한 제품을 내놓는 ‘익숙한 듯 낯설게 하기’는 몇 년째 이어져오는 마케팅 트렌드다. 지루하게 내놓는 신제품보다는 오래된 브랜드의 콜라보는 파급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곰표
국내에서는 대한제분 곰표의 마케팅 콜라보 사례가 눈에 띈다. 첫 시작은 엉뚱했다. 곰표 로고를 프린팅한 티셔츠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것을 본 대한제분 직원이 신선한 시도일 수 있겠다는 판단에 상표 도용에 대한 항의가 아닌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정식 출시된 곰표 티셔츠는 레트로풍의 희화성으로 MZ세대의 웃음과 관심을 사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분위기를 이어받아 패딩이 출시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와니코코와 콜라보하여 여성 파운데이션 쿠션을 출시하게 된다. 둘 다 하얗다는 공통점에서 나온 콜라보였다. MZ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던 브랜드인 곰표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콜라보를 통해 핫한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브랜드 콜라보는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접근이다. 오늘날의 브랜드 카리스마는 과거의 외로운 신비주의에서 오지 않는다. 모이고 나누고 함께하는 ‘환장의 어울림’에 MZ세대가 반응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3단계. 다른 커뮤니케이션 스킬로 시장을 뒤집다
글로시에 (Glossier)
미국 코스메틱 브랜드 ‘글로시에’는 나노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대표적인 곳이다. 글로시에는 고객들의 니즈를 먼저 파악한 후 제품을 생산하고, 시제품이 80퍼센트 이상 만족도가 나와야 제품을 만드는 구조이다. 그들은 ‘슬랙Slack’이라는 업무 공유 플랫폼에서 글로시에 상위 100명의 사용자를 초대한다. 이들은 주당 1,000건 이상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고객은 광고 모델이나 그 브랜드를 쓰는 사람, 그리고 이야기에 집중한다. 글로시에의 고객은 ‘글로시에 걸’을 자처하는데, 해시태그를 통해 자신이 해당 제품의 탄생 과정에 관여한 이야기, 사용 후기 등을 적극적으로 올린다.
다니엘 웰링턴 (Daniel Wellington)
스웨덴 시계 및 액세서리 브랜드 다니엘 웰링턴DW은 나노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성공한 초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2013년부터 3년간 4,700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니엘 웰링턴은 자신들의 감각적인 시계를 나노 인플루언서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인스타그램 등 SNS 피드에 올리도록 했다. 곧 인스타그램 유저들의 피드는 다니엘 웰링턴의 시계 사진으로 넘쳐났다. 인플루언서가 소개하는 할인 코드를 이용해 제품을 구매하면 5~20퍼센트 할인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다니엘 웰링턴은 시계 브랜드를 넘어 뷰티, 여행, 음식, 반려동물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주도하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며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바이블’이 됐다.
댓글과 다이렉트 메시지 등을 통한 소통도 활발해 팔로워들이 남기는 댓글 가운데 평균 10퍼센트 이상 직접 댓글을 달아 응답해준다는 통계가 있다. 평균 0.02퍼센트의 응답률을 보이는 메가 인플루언서와 비교해볼 때 참여자들과 긴밀한 관계 형성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깊은 유대관계로 인플루언서와 팔로워가 밀착해 있기 때문에 기업이나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더 정확하게 보낸다는 장점이 있다.
MS
MS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여행 사진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30명의 여성 과학자와 모험가의 사진, 이야기를 공식 SNS에 업로드하고 있다. ‘Make What’s Next’라는 주제의 이 캠페인은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 STEM 분야에 종사하는 젊은 여성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려는 의도다. 이 캠페인은 순식간에 9,100만 명에게 도달했고, 인스타그램에서 하루 만에 350만 명의 ‘좋아요’를 받았다.
나노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이유는 많다. 당장 매출과의 연계성이 검증됐다. 라이브 커머스 등을 통해 직접적이고 신속한 결과를 얻었으며, 플랫폼도 여러 곳으로 확대될 수 있다.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모두 콘텐츠 커머스, 영상 커머스가 가능한 플랫폼이다. 이 때문에 측정 가능한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 또한 예산에 맞춰 실행할 수 있고, 판매 데이터 등을 통해 브랜드의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MZ세대가 강조하는 공감과 지지와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 보통 사람의 작은 브랜드가 주목받는 시대에 더 밀접하게 다가가 ‘내 맘대로’ 브랜드와 소통할 방법을 나노 인플루언서들은 알고 있다. 타깃의 접근성과 정교함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충성 고객을 계량화할 수 있고, 잠재적인 타깃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야놀자
야놀자의 성공에서 핵심은 ‘업의 본질’을 재규정했다는 점이다. 남들이 광고를 할 때 이들은 소통을 했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단지 ‘어느 지역, 어느 호텔이 싸다’는 것은 핵심 경쟁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숙박 앱들이 숙소에 관한 가격 할인 정보에 집중할 때 야놀자는 ‘놀이’와 관련한 다른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았다. 여행을 위해 필요한 자동차 대여 서비스 쏘카, 맛집 검색 서비스 망고플레이트 등과 제휴했다. 또한 숙박 예약은 물론 렌터카, 맛집 정보 등 여행할 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2020년 놀력’도 마찬가지다. 365장의 일러스트와 매일 놀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내놓은 한정판 2020년 일력은 여행 마니아와 야놀자 충성 고객의 필수 소장 아이템이 됐다.
블랭크
블랭크는 유통회사지만 뿌리는 콘텐츠 기업이다. 기업들이 제품을 만들고 이를 알리기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과 정반대의 순서로 일한다. 콘텐츠가 되기 좋은 상품을 기획해 위탁생산한 다음, SNS를 활용해 온라인에 판매하는 것이다. ‘바디럽’, ‘소소생활’, ‘악어발팩’, ‘마약베개’, ‘블랙몬스터’ 등 20여 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블랭크라는 회사 이름은 뒤에 숨어 있고 각각의 브랜드가 사회생활을 하는 기업이다.
SNS에서도 ‘당신은 사실 잘생겼다’ 등의 계정으로 광고를 진행하고, 광고가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일반인 리뷰 영상을 100퍼센트 활용한다. MZ세대가 연예인의 화려한 광고보다 옆집 언니, 나와 비슷한 또래가 쓰는 것에 더 공감하고 끌린다는 것을 이용했다.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안경을 팔면서 안경을 팔지 않았다. 그들은 공간에 집중했다. 현대미술 전시관처럼 25일에 한 번씩 테마를 변경해 전체 공간을 다 갈아엎는다든가, 키네틱 아트나 미디어 아트를 무심하게 전시해놓는 게 전부였다. 정해진 공간이 아닌 게릴라 전시도 진행했다. 꽃을 테마로 할 때는 바닥 전체를 생화로 뒤덮고, 잼이 주제일 때는 토스트를 구워 잼을 발라 손님들에게 나눠줬다. 이들은 2년 5개월간 36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간으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한 핵심은 인적 자원이다. 이 선글라스 회사의 구성원 중에는 아트 디렉터, 공간 디자이너, 바리스타, 소믈리에 등이 있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은 공간팀이다. 매번 새로운 시도와 놀라운 콘텐츠로 공간을 만들었더니, 안경은 자연스럽게 팔리기 시작했다. 잘 만든 쇼룸 하나가 어떻게 강력한 무기가 되는가를 증명한 셈이다.
4단계. 팬덤은 돈보다 강하다
MZ세대에서 Z세대를 따로 떨어뜨려 놓고 봤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뭘까? Z세대는 커뮤니티와 놀이의 재미를 더 중시한다. 밀레니얼 세대보다 ‘새롭고 압도적인 경험’에 더 몰두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파악해 10대 소녀들을 사로잡은 두 패션몰이 있다. ‘러블리마켓’과 ‘소녀나라’다. 이 두 패션몰의 성공 스토리에는 Z세대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소녀나라
소녀나라에는 교복을 입는 여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할 콘텐츠가 많다. ‘청바지 예쁘게 접는 법’, ‘교복에 패딩 스타일링하는 법’ 등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매일 쇼핑몰에 출석 체크하면 쇼핑 할인권도 추첨을 통해 준다. 소녀나라에서 산 옷을 입고 사진을 올리면 베스트 코디에 선정되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이곳을 단지 옷 파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곳은 Z세대의 취향공동체이자 고민을 털어놓고, 친구들을 사귀고, 또래들의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살펴보는 하나의 거대한 사회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액세서리와 옷은 모두 온라인으로 창업한 브랜드의 상품으로 어른들은 알기 어려운 10대만의 언어로 상품이 설명되어 있다.
러블리마켓
카카오톡에는 러블리마켓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톡방도 있다. 러블리마켓을 만든 김동화 대표는 이 방에서 매일 서너 시간씩 수다를 떤다. 나의 놀이터라는 확실한 소속감과 결속력이 생긴 Z세대는 스스로를 ‘러덕’이라 부르고, 홍보 모델이 되길 자처한다. 오프라인 행사 때마다 자원봉사나 스태프가 되기도 한다. 10대들의 입장에서 모든 걸 운영하는 러블리마켓은 자체 결제 시스템이자 사이버 머니인 ‘러마페이’도 만들었다. 반품이 어렵고 현금을 갖고 다니기 힘든 10대들의 상황을 감안해 편의점에서 충전한 뒤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마켓컬리
마켓컬리의 경쟁력이 새벽배송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큐레이션’이다. 살 것이 넘쳐나는 과잉의 시대에 마켓컬리는 더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를 골라 추천한다. 총 1만 개의 품목을 판매하는 마켓컬리는 지난해에만 3,000개가 넘는 신제품을 쏟아냈다. 대표와 상품기획자MD들은 매주 상품위원회를 열어 1차 선정을 거친 300~400개 제품을 테스트하거나 먹어본다. 여기에는 70가지 기준이 있는데 한 번 회의를 할 때마다 12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마켓컬리는 까다롭고 집요하다. 창업 초기부터 소비자 불만이 나오는 제품에 대해 곧바로 현장 조사를 하거나, 제품을 회수해 직접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다. 환불과 교환 절차를 해준 뒤에도 이들은 ‘한 입 먹은 사과’도, ‘뜯어놓은 빵 봉지’까지 회원들로부터 다시 받는다. 이 까다로운 과정이 쌓여 팬덤을 만든 셈이다. ‘믿고 먹는 마켓컬리’라는 말은 거기서 비롯됐다.
마켓컬리 직원 300여 명 중 전문 작가만 20명이 넘는다. 이들이 MD들과 상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 소통하며 소비자에게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정한다. 직원들이 먹어본 뒤 작성한 후기인 ‘테이스팅 노트’를 글로 그대로 전달하기도 한다.
시간과 노력은 들었지만 그 결과 마켓컬리의 최대 무기는 300만 명의 우수회원이다. 이들은 장바구니를 서로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후기를 남기면서 제2, 제3의 MD처럼 움직인다. 후기를 남기는 비율은 50퍼센트다. 이 비율은 SNS와 맞먹는 수준이다. 신선식품 쇼핑몰로는 이례적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거대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최대한 많은 스크린을 확보해 초반부터 밀어붙이는 전통적인 ‘와이드 릴리즈’ 방식을 피했다. 대신 적은 스크린에서 상영을 시작해 점점 입소문을 타고 영화를 띄우는 ‘플랫폼 릴리즈’ 방식을 썼다. 플랫폼 릴리즈는 상영관 수 자체가 적기 때문에 개봉 첫 주의 흥행 수입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극장당 평균 수입액으로 흥행 기준을 잡는다.
네온은 오히려 사람들이 작품을 본 다음, 여러 가지 해석을 하도록 내버려뒀다. 상영관을 무리하게 더 늘리지도 않았고, 아카데미상 수상을 위해 스크리너 DVD를 빨리 보내지도 않았다.
밈 현상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영화 속 웃음을 자아내던 장면(극중 ‘기정’이 부른 노래로, 일명 ‘제시카 징글’)이 SNS에 패러디되자, 실제 영화 속 주인공인 박소담 배우가 SNS에 해당 영상을 업로드했다. 음원도 무료로 배포했다. 그러자 아직 영화를 못 본 사람들까지 모두 이 노래를 알게 됐다. 저작권 침해 등의 우려는 접어둔 채 ‘어디 한번 놀아보라’고 판을 툭 던지고 사람들을 놀게 했다.
방탄소년단, BTS
BTS와 아미는 종속관계거나 일방향의 관계가 아니다. BTS는 초창기부터 아미에게 모든 걸 공개했다. 다른 아이돌 그룹이 좋은 모습만 보이려 하고, 부끄러운 솔직한 모습은 감추려 할 때 이들은 반대로 움직였다. 연습 과정에서 팀원들끼리 싸우고 좌절하고, 기쁨을 느끼는 모든 순간을 소소하게 트윗에 쏟아냈다. “난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초기부터 BTS를 응원해온 아미는 “BTS를 서포트하고, BTS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강력한 연대감을 갖게 됐다.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윙스’, ‘러브 유어셀프’ 등 시리즈로 구성된 연작 앨범은 BTS와 아미의 공통된 세계관을 만들고, 주제의식을 공유해가면서 팬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팬을 관리해야 할 집단으로 본 것이 아니라 자신들과 동일시했다는 점에서 다른 팬덤과 다르다. BTS는 신곡이 나오면 가장 먼저 아미들이 듣게 하고, 아미만을 위한 프로모션도 따로 만들었다. 전 세계 200만 명의 열혈 군단은 그렇게 탄생했다. BTS가 성장하면서 아미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했다. BTS의 트위터 속 계정은 공식 계정, 번역 계정, 동원 계정, 지역 팬덤, 연구 계정, 통계 계정, 오리지널 콘텐츠, 기타 등 8개로 분류된다. 긴밀히 연결된 이들은 특정 이슈나 이벤트가 있을 때 적절한 채널을 활용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빠르게 뭉쳐 행동한다.
5장 _ 팔리는 구조를 만드는 브랜딩 레시피
“나에게 당신의 제품을 팔고 싶어? 그럼 당신이 먼저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뭘 가르치려 하지 마. 나를 유혹해봐.”
힘 빼고 자연스럽게
이제 최대, 최초, 최고의 가치 제언은 매력이 없다. 특허를 받은 기술, 최초로 쓰인 원료, 가장 빠른 속도는 지루하다. 어떻게 다르고, 그 다름이 당신에게 어떤 가치,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모든 자세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당신이 미처 몰랐던 것을 알려줄 테니 들어봐”가 아니라 “내가 이런 사람인데, 관심이 가니?”라는 톤으로 속삭여야 한다.
부족할 수도 있다. 실수할 수도 있다. 아직 업그레이드 중이라 이곳저곳이 매끄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그 과정에서 솔직하고 투명하다면 더 멋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노트 7의 배터리가 발화하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배터리 불량의 문제보다도 그 사건에 삼성이 어떠한 자세로 소비자들과 소통했느냐를 더 중요하게 관찰했다. 이것이 지금 세대다.
힘을 빼자. 자연스럽게 나의 부족함과 고민을 친구에게 하듯 스스럼없이 털어놓아야 한다. 시장에는 이성적으로 접근하되, 소비자와는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 셀프 디스도 하고, 망가져도 보는 것. 그러한 자연스러움이 매력이고 경쟁력이다. 무엇보다 그런 모습이어야만 지금 세대를 모여들게 만든다. 브랜드도 기업도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기에 이를 서로 연관시키며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당장 콜라보 달력을 만들어라
아무리 인지도 높은 브랜드라 해도 혼자 하는 이벤트나 행사는 외로워 보이고 지루할 수 있다. 혼자 하려고 끙끙대지 말고, 누구와 어울려야 새로운 메시지가 만들어지고 전달될지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 다양한 각도의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을 부지런히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나의 부캐를 만들고, 이를 평가받고 키우고 소멸시키는 일에 과감하고 치열해야 한다. 곰표가 다양한 브랜드와 손잡고 ‘곰표 패딩’과 ‘곰표 파운데이션’ 등을 출시해 SNS를 뜨겁게 달궜듯이, 콧대 높은 명품들이 대중적인 브랜드들과 협업해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듯이, 기억되고 이야기될 수 있는 크고 작은 모습으로 끊임없이 소비자들 곁을 맴돌아라.
나는 잘나고 많이 알려진 브랜드지만 이렇게 다른 모습일 수 있다고, 다양한 가치를 지닌 사람이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기대하지 않은 짝과 의외의 연계성을 보여줄 때, 그 연계성이 생각할수록 말이 되고 의미가 될 때, 시장은 웃으며 반응해준다. ‘진짜 그렇게’ 하면 진심을 알아봐주고 오래 머물러준다. 우리 브랜드에 친구를 소개해주고, 우리 브랜드가 사회생활을 하도록 해줘라.
밀레니얼 커미티를 발족시켜라
CEO의 멘토도 후배들이어야 한다. 혼자 읽는 책만으로는 지금의 변화를 체화하기 힘들다. 젊은 사람들이 토론하는 독서 모임도 나가보고, 취향으로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플랫폼에도 기웃거려봐야 한다. 낯선 사람들과 명함 없이 만나 그들의 방식으로 소통해봐야 한다. 신입사원과의 ‘반말하기 모임’이라면 어떤가. 어제 만난 사람들을 오늘도 만나고, 같은 사람들과 아침, 점심, 저녁, 심지어 주말 골프까지 치는 경영자의 감성으로는 새로운 생각을 기대할 수 없다.
MZ세대로 조직을 꾸렸다면 이들에게 최종 의사 결정도 뒤집을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줘야 한다. 그들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 정확한 목표를 주고 집요하게 파고들게 하면 지치지 않고 놀 수 있는 DNA를 가졌다.
고객은 왕이 아니라 인재다
팬슈머들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전파한다. 원하는 대로 변화를 이끌 의지와 첨단의 디지털 수단으로 장착되어 있다. 거칠 것이 없다. 성과도 놀랍다. BTS 팬들은 미국의 인종차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임영웅의 팬들은 그가 광고하는 제품마다 완판을 기록하게 만든다. 세상에 없던 제품을 펀딩으로 출시하게 하고, 단종된 제품도 시장에 다시 등장시켜놓는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이러한 모습으로 발전했으면 좋겠고, 그 변화에 자신은 열정을 가지고 계속 함께 할 거야, 라고 외친다.
‘레드불’은 자신들의 광고 체널인 레드불 TV에서 자사 제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에 레드불 음료수를 마시는 타깃층이 좋아할 만한 익스트림 스포츠에 대한 콘텐츠를 가득 채워놓고 고객들을 유혹했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과정을 서포트하면서, 우리 브랜드 판으로 고객들을 데려오는 일에 집중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고객들에게 맡겼다. 충분한 행동력이 뒷받침되는 그들은 머지않아 함께 성장할 멋진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실행해주기 때문이다.
고객을 바라보는 브랜드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 고객을 편히 모시기만 하면 안 된다. 판을 깔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동질적인 경험을 쌓게 만들어 강력한 커뮤니티로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숙제를 주고, 고민을 주고,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행동할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브랜드와 함께하게 해야 한다. 고객은 모셔야 할 왕이 아니다. 함께 일할 S급 인재다.
소비 습관을 위한 성형 장치를 마련하라
우리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특별한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만들어 소비가 최대한 자연스러워야 한다. 일종의 ‘습관 성형’을 할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생활용품과 함께 일정 기간 후 재구매해야 하는 제품의 경우 다양한 방법의 구독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생일 확인과 동시에 선물을 보낼 수 있게 만든 카카오의 ‘선물하기’처럼 한 가지 소비와 연계된 다른 불편함까지 해결해줌으로써 습관화를 형성할 수도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취향에 따른 개인의 리추얼을 중요하게 여기며, 그 차별성이 자신을 말해준다고 믿는다. 어떤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어느 앱을 켜 날씨를 확인하고, 어느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는지, 소소하고 작은 선택이 모여 자신의 정체성이 된다고 믿는다. 그 속에 자연스레 섞일 장치를 누가 먼저 가져가는지가 지금 경쟁의 주요 승부처가 되고 있는 이유다.
"그거 해봤어?" 사내에 마케팅 파일럿을 띄워라
기존 마케팅 팀과 별개로, 마케팅 파일럿 팀을 런칭하라. 소수여도 좋다. 2~3명 정도면 시작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단, MZ세대 구성원이어야 한다. 이 팀의 KPI(핵심성과지표)는 다양한 마케팅 툴을 끊임없이 테스트해보면서 우리 브랜드에 맞는 ‘도구와 활용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미디어 커머스는 속도전, 밀리면 죽는다
첫째도 둘째도 데이터, 고객의 흔적을 수집하라
정보를 찾는 행동, 브랜드와 관계를 맺는 행동, 브랜드에 대해 말하는 행동, 채널을 택하는 행동, 구매하는 행동, 후기를 남기는 행동 등 모든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모든 접점에서 보여주는 고객들의 흔적이 그들의 다음 단계 행동을 예측할 실마리가 된다.
먼저 모든 의사 결정을 내리기 전, 관련한 고객 데이터가 있는지를 항상 질문해야 한다. 빅데이터든, 시장조사 등을 통해 수집된 스몰 데이터든, 수치적이든, 정성적이든,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데이터를 찾고 테이블에 올려놓게 만들어야 한다. 비록 아직 초라한 단계이고 적은 규모의 데이터라 할지라도, 가능한 한 최대한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우리 조직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조직은 어떤 데이터가 어떤 목적으로 수집되어야 하고, 그것들이 어떠할 때 활용되는지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를 앞에 두고 온갖 가설을 세워보게도 하고,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에 대한 나름의 소설도 써보도록 해야 한다. 조직원들이 데이터와 함께 노는 것을 즐기고 중요하게 여기도록 훈련해야 하는 것이다. 데이터 전문가는 드물다.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데이터 안에서 인사이트를 추출해 기업 활동과 연계시키는 전문가는 더욱더 희귀하다. 결국, 현재의 조직원들을 더 많은 시간 데이터와 놀게 하면서, 필요한 인사이트 추출 역량을 채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꾸준히, 지독히, 부지런히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주제별 빅데이터, 시장조사를 통해 얻는 스몰 데이터, 소셜 리스닝 등의 버즈 데이터, 접점에서의 행동을 보여주는 리테일 데이터 등 데이터는 넘친다. 어떠한 데이터를 어떠한 용도로 알고 싶은지 정확히 규명하고, 그 목적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스토리텔러를 고용하라
바야흐로 스토리의 시대다. 나만의 스토리, 내가 들려주는 스토리, 우리 제품만이 들려줄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세세하고, 솔직하고, 친근하고, 친절한 스토리. 시장이 원하는 것은 탁월한 성능이 스웨그 넘치는 스토리로 빛나는 순간이다. 그 순간에 ‘구매’라는 버튼이 눌러진다.
스토리텔러를 키워야 한다. 마케터들의 부캐로 스토리텔러 가 선택되도록 응원해줘야 한다. 상품에 대해, 유통 채널에 대해, 브랜드와 회사,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환경에 대해 모든 것은 스토리가 될 수 있고, 내가 팔고자 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정체성을 강화해줄 수 있다.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나의 가치를 스토리로 만드는 일에 게으름을 피워선 안 된다. 그것이 블로그에 올리는 짧은 글일지라도,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브랜드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더라도.
개념 탑재한 브랜드만 살아남는다
브랜드도 개념을 가져야 한다. 주제는 상관없다. 환경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젠더 평등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건강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추면 된다. 전선을 좁혀 집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개념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의 각을 정렬하면 된다.
전선을 줄여야 한다. 대중에게 낯선 브랜드, 규모가 작은 브랜드일수록 더욱더 분명해야 한다. 공감하는 사람이 너무 적으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 없다. 시장은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고, 그 가치에 충실한 모습이 매력적이라면 어디에선가 박수를 치며 나타날 우호적인 소비자는 넘쳐날 것이다.
그물을 던지면 안 된다.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해 아무도 걸려들지 않을 것이다. 하나하나 표적하여 낚싯대를 드리워야 한다. 소수의 열광이, 그들의 진정성 있는 환호성이 더 큰 물고기를 끌어들인다. 브랜드의 개념을 믿고, 확고히 하고, 일관성 있게 꾸준히 시장에 던져야 한다.
부록 _ FMCG 업계가 MZ세대와 대화하는 방법
Z세대는 ‘인공’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음식이 더 깨끗하고 안전한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정보만 있다면 오히려 이런 음식을 더 선호한다. 삼시 세끼가 아닌 5~6차례에 걸쳐 간단한 음식을 나눠 섭취하는 ‘스낵킹’, 영양소를 채운 기능성 음료가 미국과 유럽 등을 강타한 것이 그 근거다. 가공식품의 패키지에 그동안 영양성분과 맛에 대한 설명을 기록했다면, 이제 어떤 재료를 어떻게 가공해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탄소배출은 어느 정도 했는지 기록한다. 어른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 건강기능식품을 20대와 30대가 먹으면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도 2015년 2조 원대에서 올해 5조 원을 내다보고 있다.
100년 넘게 세계를 호령해온 주류회사들은 술을 줄이는 MZ세대를 겨냥한 무알코올과 저알코올 음료에 공을 들이고 있다. MZ세대는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술자리 자체는 좋아한다. 한잔을 마시더라도 더 맛있고 가치 있는 것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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